SK종합화학 인수합병 '루프 인더스트리', 공매도기관 힌덴부르크가 저격한 기업... 100% 폐플라스틱 재생 가능기술 논란
SK종합화학이 인수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업인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Loop Industries, 이하 루프사)’가 유명 공매도 전문기관 힌덴부르크 리서치로부터 지난해 말 “실행가능한 기술도 없는 교묘한 속임수”라는 리포트를 받은 곳으로 24일 확인됐다.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기업 루프인더스트리에 총 5650만달러(약 63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재활용 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새로운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투자로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을 저온에서 화학적으로 분해, 재활용할 수 있는 해중합(Depolymerization) 기술을 확보하고, 이 기술을 활용한 아시아 지역 내 재활용 페트(r-PET) 생산 판매 독점권을 갖게 됐다. 이렇게 되면 오염된 페트병이나, 소각 및 매립해온 폐섬유를 100% 재활용하는 선진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루프사는 이 해중합 기술특허를 보유한 나스닥 상장사로, 이들은 내년부터 캐나다와 유럽에 재생 페트를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는 것이 SK종합화학의 설명이다.
하지만 해외 언론에는 좀 다른 보도가 나온다. FT에서는 “루프사는 지난해 10월 공매도 전문기관인 힌덴부르크 리서치로부터 ‘재활용 기술에 대한 루프사의 주장은 기술적으로, 산업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12월에도 루프사의 문제점을 재확인하는 후속보고서를 발표했다”고 23일 밝혔다.
힌덴부르크 리서치, "PET 100% 재생 기술은 거짓"
‘니콜라 사기 의혹’을 제기해 큰 화제를 낳았던 힌덴부르크는 왜 루프사를 저격한 것일까. ‘임팩트온’은 이 보고서를 직접 확인해봤다. 보고서는 “전직 직원, 경쟁업체, 업계 전문가, 회사 파트너 및 회사 문서와 소송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루프의 20대 수석과학자 두 형제는 화학 대학원 교육이 전무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의 연구실은 일반 직원들이 복제할 수 없는 별도의 연구실 2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신빙성을 의심했다.
전직 직원은 힌덴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CEO 대니얼 솔로미타(Daniel Solomita)로부터 회사 내부의 진행결과에 대해 거짓말을 하도록 압력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보고서는 “이 직원은 ‘PET를 100% 재생해서 기초 화학물질로 분해한다는 루프의 주장은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불가능하며, PET로부터 ‘산업용 순도’(industrial grade purity) 등급으로 기초화학물질을 생산했다는 회사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밝혔다”고 적고 있다.
또 소송 기록에 따르면, 루프의 CEO는 이전에 주가조작으로 유죄를 받았던 인물을 고용해 창업자본을 조달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들은 2014년 네바다에서 창업했다. 보고서에선 “루프사의 기술은 듀폰, 다우케미칼, 3M 등이 글로벌 대형 화학회사들이 수년 동안 노력에도 불구하고 달성하지 못하는 업적”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2018년 12월 루프사와 글로벌 제휴 협정을 맺었던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의 핵심 임원들은 그들의 파트너십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indefinite hold)’라고 설명했으며, 루프사는 파트너십 비용과 관계에 대해 ‘추정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힌덴부르크는 또 코카콜라 및 펩시코 등 루프사의 또다른 파트너들과 연락한 결과 “대부분은 루프사와의 파트너십으로 플라스틱이 재활용되었는지 여부를 밝히기를 거부했다”면서 “에비앙 브랜드를 소유한 ‘다농’ 또한 지금까지 루프사로부터 PET를 구매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힌덴부르크는 최종적으로 “루프사가 의미있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시가총액이 5억1500만달러인 루프사는 대차대조표의 현금 4800만달러까지 다 써버리면 100% 하락할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연구결과를 규제당국에 제출했다”고 마무리했다.
루프사, "SK와 10개월간 상세한 실사 거쳤다"
루프사의 CEO는 힌덴부르크 리서치에 반박하며 “우리는 상업적인 생산을 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기술은 사전 수익이며, 다양한 고객과의 계약을 통해 최초의 상업시설을 구축하고 있다”고 FT에 밝혔다.
대니얼 솔로미타 CEO는 “SK의 투자는 루프가 발표한 수많은 합작회사들과 함께 우리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에 충분할 것”이라면서 “(힌덴부르크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우리는 이미 SK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으며, SK측은 10개월 간의 매우 상세한 실사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SK는 시장에서 제기된 문제를 철저히 검증했다”며 현장 방문을 한 후 루프에 투자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솔로미타에 따르면, 루프사는 2023년까지 기술 상용화를 할 계획이다.
힌덴부르크의 주장이 맞을지, 루프사의 반박이 맞을지 아직 드러난 것은 없다. 다만, 지난해 국내그룹은 이미 힌덴부르크 리서치의 니콜라 사기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를 통해 각각 5000만달러씩 투자해 니콜라 지분 6.13%를 인수했지만, 힌덴부르크 리서치의 의혹 제기로 미 SEC와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해 밀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사안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