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붕괴사고, 원인은 '기후위기'... 서울도 위험하다
마이애미 고급 아파트 붕괴... 99명 행방불명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24일(현지시간) 오전 1시30분쯤 12층 아파트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최소한 1명이 숨지고 99명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 지역 해변에 자리 잡은 12층짜리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가 무너져 136가구 가운데 55가구 이상이 순식간에 매몰됐다. 1981년 지어진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콘도로 콘도미니엄 형태로, 100호실 이상 규모의 고급 아파트다. 아파트가 위치한 서프사이드 지역은 인구 5600명의 휴양 도시로, 해변을 따라 포시즌 등 고급 호텔과 아파트 건물 등이 줄지어 늘어선 곳이다.
붕괴하지 않은 쪽에 20년 가까이 살아왔다는 레이사 로드리게스(59)는 <뉴욕 타임스>에 사고 발생 당시 흰 연기 기둥을 봤다며 “앞문을 열어보니 건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비상계단을 통해 탈출한 그는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 그들(구조대)은 이 사람들을 못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아파트 거주자들은 마이애미의 특성대로 베네수엘라, 파라과이 출신과 정통 유대교인 등이 뒤섞여 사는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현재까지 한인 피해자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해수면 상승 아파트 붕괴 원인일수도”
한편, 건물 붕괴의 원인을 놓고 지반 침하, 해변 근처 위치한 영향, 바닷물에 의한 부식, 설계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정확한 원인 조사를 위해서는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워싱턴포스트는 기후변화를 붕괴 원인으로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고가 난 챔플레인 아파트가 40년 전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세워졌음을 지적하며,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지반이 침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플로리다 국제대(FIU)의 쉬먼 우도윈스키 교수(지구환경)는 지난해 4월 발표한 논문에서 이 건물이 1993~99년 매년 2㎜씩 내려앉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런 지반침하 만으로 아파트 붕괴가 일어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도윈스키 교수는 “마이애미 해안이 1990년대 겪은 연간 1~3㎜의 지반침하는 다른 곳과 비교하면 그리 큰 것이 아니다”며 “예컨대 멕시코 시티는 연간 15인치(38.1㎝)씩 가라앉았다”고 덧붙였다.
기상 분석업체인 캐피털 웨더 갱의 자료에 따르면 마이애미 해수면은 지난 한 세기 동안 30㎝ 이상 상승했다. 특히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15㎝가 올라갔다. 이 때문인지 마이애미에선 지난 23년간 홍수 발생이 320% 늘었다. 마이애미 당국은 지난 4월 앞으로 40년 동안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를 들여 방벽 등을 설치해 해수면 상승에 따른 홍수를 예방하는 대책을 내놨다.
CNN도 해안에 위치한 챔플레인 아파트가 바닷물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 지진 안전위원회의 킷 미야모토 위원장은 붕괴 영상을 본 뒤 “전형적인 기둥 문제”라는 의견을 밝혔다. 바닷물이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을 부식해 기둥을 약하게 했다는 것으로, 구조물이 바다에 인접했을 때 이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전문가 그레그 바티스타는 이런 현상을 “콘크리트의 암”으로 표현했다. 암세포처럼 부식 현상이 콘크리트 속으로 한번 파고들면 구조물 전체로 퍼져 결국 건물을 무너뜨린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런 위험이 챔플레인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경고도 나온다. 슬랩 CEO는 “이번 사건이 (큰 사고를 미리 알리는) ‘광산의 카나리아’일 수 있다”며 “주변 다른 건물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챔플레인 아파트 침하를 조사했던 우도윈스키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주변의 다른 건물에선 침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자신의 연구가 “붕괴 원인에 대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되기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CDP, 서울 기후위험 정도 4·창원은 11
CDP는 기후변화가 일으킬 물리적 리스크가 도시에 미칠 영향을 공개했다. CDP에 따르면, 서울의 기후위험 정도는 4, 수원은 2, 창원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도쿄(6)와 요코하마(8), 중국의 난징(2), 대만(9)보다도 창원이 기후위기 노출도가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변화로 도시가 직면한 5대 위험은 홍수, 폭염, 폭풍우, 극심히 무더운 날, 가뭄이다. 보고된 위험의 42%는 짧은 기간 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CDP는 “향후 몇 년 안에 기후위기의 영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된 위험 중 77%는 장기적으로 나타나며, 이는 도시에 심각할 영향을 미칠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CDP는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기후 영향에 대비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에서 기후위험 노출도가 가장 높은 창원의 경우 폭풍우, 폭설, 태풍, 차고 따뜻한 파도의 위험이 보고됐다. 서울에선 폭우와 따뜻한 파도가 발견됐다. CDP는 ”단기적 위험만 보고되면서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지금 당장 취약성 평가를 통해 홍수지도, 나무심기, 장기계획 등으로 도시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장기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