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자은행(EIB), 이번엔 채권 아닌 대출...에넬 자회사에 6억유로 지속가능연계 대출 최초 시행

2021-07-08     김환이 editor
유럽 투자 은행(EIB)이 에넬 그룹 자회사인 이디스트리뷰션(E-Distributione)과 최초로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 계약을체결했다/픽사베이

유럽투자은행(EIB)이 '기후은행(Climate bank)'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알리는 사업을 시작한다. 

유럽투자은행(EIB)은 이탈리아의 최대 석유회사인 에넬(Enel)그룹 자회사 이디스트리뷰션(E-Distributione)과 최초로 6억유로(81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계약은 EIB의 첫 번째 지속가능한 금융 지원프로그램이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의 13번(기후행동)에 부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EIB가 연계 대출을 제공하는 첫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IB의 미구엘 모르가도(Miguel Morgado) 국장은 "이번 거래는 EU의 '기후은행'이 되기 위한 로드맵의 일환으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올해부터 우리 은행의 모든 거래는 파리 협약의 목표와 부합시키고 2025년부터는 대출의 절반이 기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지속가능금융의 리더십과 노하우를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EIB는 2023년까지 직접 온실가스 배출목표(Scope1)를 kWh당 148g 이하로 낮추는 에넬에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을 제공한다. 에넬은 이번 대출을 통해 대출시장협회(LMA)와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지속가능성연계채권원칙'에 부합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에넬의 자회사 이디스트리뷰션이 추진 중인 'e-Grid'에 대한 투자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e-Grid'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력망을 개발하고, 기후 복원력 향상 및 기술 업데이트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는 두 가지 측면에서 남다르다. EIB가 기후은행으로 나섰다는 점, 채권이 아닌 대출과 지속가능성을 연계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EIB는 EU 내에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지역의 개발협력과 원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작년 11월 "기후은행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에 1조유로(1300조원)를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EIB는 현재 친환경 분야에서 세계 최대 자본력을 자랑하는 금융기관으로, 작년말 기준 총자산은 5542억유로(약 750조원) 규모에 달한다. 2007년 세계 최초로 녹색채권을 발행해 '녹색 금융'을 확산시킨 주역이 바로 EIB다.

이런 커다란 파워를 지닌 EIB가 이번에는 '채권'이 아닌, '대출'까지 나섰다. 대출이야말로 채권에 비해 훨씬 더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 모든 기관들에게 대출과 연계해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이번에 대출계약을 체결한 이디스트리뷰션 알베르토 드 파올리(Alberto De Paoli) CFO는 "이번 유럽투자은행과의 협약은 금융 및 에너지 산업의 개발 및 공공 재정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금융의 발전은 파리 협약과 유엔 지속가능 개발 목표 달성에 따라 지속가능한 투자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