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로얄더치쉘의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TCFD권고안의 관점에서
ESG가 국제적 트렌드로 부각되면서 비즈니스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올해 1월, 세계 1위 자산운용사 (운용액 기준) 블랙록의 ESG정보공개 요구 서한 발표를 필두로 각국 연기금과 투자사들이 탄소중립목표 수립, 환경지표 공개등을 요구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COP26을 앞두고 많은 국가들이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상향하거나 탈원전/석탄을 선언하고 있으며, EU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환경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또한 NDC를 상향하고 오는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전환 (Energy Transition), 탄소중립경제 등의 시대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떠한 미래를 그려야 할까? 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 협의체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 TCFD)의 권고안을 통해 살펴봤다.
국제표준이 말하는 기후변화대응 시나리오 수립
TCFD는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리스크를 중심으로 기후변화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미래에 대한 정확한 수치나 지표를 예측하기 보다는 넓은 차원에서 기후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 요소들을 이해하고, 미래 변화의 흐름을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기업이 수립한 시나리오에 따라 구체적 대응 전략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TCFD가 예시로 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째,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이다. RCP2.6(대표농도경로, 산업화시대 대비 지구온난화 2도 이하 유지) 실현을 기준으로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경제 등의 패러다임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러한 맥락 하에서 기업의 가치사슬, 비즈니스 모델, 경영 전략 수립을 요구한다.
시나리오에 포함될 수 있는 세부 요소로는 탄소세 도입,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효율성강화 법제화,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증가 및 화석연료 보조금 축소등이 있다. TCFD는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고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에 해당 시나리오 방식 적용을 권고하고 있다.
둘째, 물리적 기후 리스크에 따른 시나리오다. 이는 기후재난의 빈도 증가, 기후 패턴 변화에 의한 비즈니스 리스크를 의미한다. 한파, 가뭄, 홍수 등의 물리적 기후 리스크가 기업의 공급망 및 시설 운용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TCFD는 수명이 긴 고정자산을 다수 보유하거나, 기후재난 취약 지역에 다수의 시설을 운용하거나, 수자원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에 해당 시나리오 방식 적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후변화 관련 이해관계자 교류, 천연자원 고갈 등 기업이 중요시 여기는 주제에 따라 시나리오를 수립할 수 있다.
로얄더치쉘-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와 탄소중립경영선언
시나리오 수립 및 분석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정유기업 로얄더치쉘이다.
로얄더치쉘은 1970년대 오일쇼크 때 부터 쉘 시나리오(Shell Scenarios)팀을 구성해 기후변화, 에너지전환, 에너지 안보, 거시경제 요소 등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해왔다. 지난 2010년 초중반까지는 에너지 전환과 기존 (as usual) 화석연료중심의 두가지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했으나 파리기후협약을 계기로 빠른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에너지 전환을 중점으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2021년에 발표한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에서 로얄더치쉘은 신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 상승, 전력수요 증가, 그리고 기후변화대응 움직임으로 인해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에너지 전환에 드는 경제/사회적 비용보다 이를 통해 창출될 가치가 훨씬 크기 때문에 각국 정부를 중심으로 탄소세 도입, 화석연료퇴출, 신재생에너지 보조금과 같은 공격적인 정책들이 시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 및 국가들로 인해 변화의 속도가 더뎌질 수 있음을 지적하였으며 에너지 강화 효율, 탄소포집과 같은 친환경 기술의 경우 비용의 문제로 투자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R&D 보조금 지원 등의 적극적 정책 수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로얄더치쉘은 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파워링 프로그레스(Powering Progress)라는 슬로건 하에 탄소중립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이들은 매년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성 강화기술에 20-30억달러를 투자하고 2030년까지 5000만가구에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공급, 250만 개의 전기차 충전소 건설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단기적으로 화석연료관련 좌초자산에 대해 매년 40억달러의 투자 회수 (divestment)를 진행하고 2050년까지 10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뿐만 아니라, 로얄 더치쉘은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 이외에도 포스트 코로나19 시나리오, 미래도시개발 시나리오 등을 발표하며,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