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 글로벌 팜유 공급망 자금줄 조사... 중국이 5조 넘게 대출과 보증 제공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삼림벌채를 야기하는 가장 핵심 이슈인 '팜유 공급망'의 자본조달을 조사해 최근 발표했다. 팜유 공급망에 자금을 대주는 금융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 첫 타깃은 중국 금융기관이 됐다. 8일(현지시간) CDP가 발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기업이 팜유를 공급받기 위해 총 287억달러(32조원)의 대출 및 보증 서비스를 받았고, 이 중 약 51억 달러(18%)는 중국 금융기관이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5조원이 넘는 대출과 보증이 중국 금융기관을 통해 팜유 공급망 기업에 제공된 것이다.
중국산업은행,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중국개발은행 등 국영 금융기관 5곳과 중국중신그룹유한회사(CITIC)이 총 대출금의 56.4%를 제공했고, 힐하우스 자산관리사(Hillhouse Capital Management)가 약 35%로 최대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금융기관들은 팜유 기업에 금융 지원규모를 늘렸고, 일반 대출에 비해 대출 금액은 6배나 증가했다.
지난 1월까지도 중국 기업들이 투자자로부터 팜유 관련 채권과 주식 5억 달러(5700억원)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출받은 기업들은 화장품 및 세제(45%)와 유제품(42%) 산업이 주류를 이뤘다.
중국 비누 제조업체 블루문(Bluemoon)은 2억1000만달러(2411억원)의 최대 규모 투자를 받았으며, 유제품 제조사 윌리그룹(Yili Group)이 1억8600달러(2100억원)를 받았다. 이들은 중국 기관투자자들로부터 1억 달러 이상의 팜유 투자금을 받은 유일한 상장기업이다.
CDP는 보고서에 “동남아시아에서 팜유 생산이 확대되면서 산림 손실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투자자들은 인증되지 않은 팜유를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기업들에게 투자함으로써 대출 및 투자 포트폴리오가 부실채권(NPL), 담보 가치 감소, 수익성 저조 등 여러 위험에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후위기, 팜유 공급망 규제 강화, 소비자 및 시민단체 반발 등 여러 리스크가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DP는 대부분의 금융 기관이 아직 산림 관련 리스크를 재무 의사결정에 통합하지 못하거나 환경 리스크를 크게 개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31개 조사 대상 기업 중에서도 공급만 전반에 걸쳐 산림 리스크 관리를 위한 세부 정책과 조치를 공개한 기업은 일리산업그룹, 무심마스 등 단 5곳에 불과했다.
데이터 부족, 기업 및 금융 부문 간 정보 격차, 산림 관련 위험이 금융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한 인식과 이해 부족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CDP의 글로벌 산림 및 토지 담당 이사인 토마스 메독스(Thomas Maddox)는 "정책과 재정 시스템이 환경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협력적∙다각적이고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해 정부와 투자자들에게 환경 위험을 정량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CDP는 중국 금융기관들이 팜유 공급망에 대한 각종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투명한 지속가능성 기준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대부분 금융기관은 팜유 공급망 실사 여부나 기후 위기 및 산림 리스크로 인한 금융서비스의 환경 영향력도 공시하지 않았다.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중국 금융 기관이 지속 가능한 산림을 위한 지침을 개발 및 명시할 것을 덧붙였다.
중국 CDP의 페이 리(Fei Li) 임시이사는 "중국 금융기관은 팜유 공급망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산림 관련 위험과 금융 서비스 간의 연관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환경 보고 증가가 가장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