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TSMC의 환경영향평가... ISO14091기준의 관점으로
코스피 상장기업 ESG 정보 공시 의무화 도입이 예정되면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물사용량, 신재생에너지사용 비율 등의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많은 국내기업들이 RE100 가입을 선언하고 탄소중립경영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후변화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지난 7월 8일, 그린피스가 발표한 국내 10대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리더쉽 점수에 따르면 A점수와 B점수를 받은 기업은 한 군데도 없으며 가장 낮은 점수인 F를 받은 기업이 무려 6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RE100 가입을 선언하지 않거나 기후변화대응 행동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구체적 행동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까?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화(SASB) 등은 먼저 기후변화 리스크 및 영향 평가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객관적 지표 및 평가 결과를 통해 기업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기후변화 대응행동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ISO(국제표준화기구)의 기후변화 리스크 및 환경영향 평가 기준 'ISO14091'을 통해 이러한 평가 방식 수립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국제표준이 말하는 기후변화 리스크 및 영향 평가
ISO 14091은 기후변화 리스크 및 영향평가 시스템 수립을 위한 과정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먼저, 기업은 평가 및 정보 수집의 목적을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보 수집을 통해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치는 기후 리스크를 식별할 수 있으며, 평가 결과를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위한 기초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기후변화에 대한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기업이 어떠한 기후변화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으며, 기업이 기후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는지, 평가를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자원과 정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식별해야 한다.
셋째, 평가의 범위와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평가 범위에는 평가 지역, 기후변화 리스크 요소, 평가 기간, 기업의 환경적 영향 범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후, 기업이 설정한 평가의 목적과 범위에 따라 정량ㆍ정성적 평가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단일 환경 평가 방식이 기업의 평가 목적 및 범위를 모두 충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보편적인 환경 평가 방식인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의 경우 기업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원자재 수급과 폐기 부분의 많은 정보를 생략하고 있다.
넷째, 설정한 범위 내에서 어떠한 기후변화 요소가 발생하는지 파악하고 그로 인한 영향을 식별해야 한다. 특히, ISO14091은 기업의 활동에서부터 기후변화영향까지의 인과관계를 정리한 '영향사슬'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아래의 그림 참조). 이후 식별한 기후변화 요소 및 영향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할 환경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지표 설정까지의 과정을 마쳤다면 데이터 수집 및 평가를 시행할 수 있다.
TSMC - 환경영향평가를 기반으로 한 기후변화대응 행동
다양한 국제표준 및 평가 방식을 활용한 기후변화영향평가 시행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 중 하나는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다. TSMC는 2018년부터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더불어 환경적이익 및 손실(Environmental Profit & Loss) 보고서를 발간하여 자사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TSMC는 원자재 수급부터 제조단계까지의 업스트림(Upstream) 공급망을 평가 범위로 설정하고 가치사슬 내에서 발생하는 기후변화 요소와 그 영향을 평가한다. 평가 방식의 경우, 제품의 생애주기의 각 과정(원자재 채굴, 제조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와 비교적 생소한 기법인 환경적투입산출분석* (EEIOA·Environmentally Extended Input-Output Analysis) 방식을 활용했다.
* EEIOA는 기업의 가치사슬 내에 투입되는 자원(에너지, 물, 원자재)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가치사슬 내에서 발생하는 기후변화요소를 분석하는 기법으로, 원자재 발자국(Material Footprint·개인 혹은 기관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자원 소모) 추적에 약점을 보이는 LCA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해당 평가를 통해 TSMC는 온실가스 배출, 수자원 사용, 대기 오염, 수질 오염, 폐기물 배출의 5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리스크와 환경 영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이 가치사슬 내 환경 영향의 97%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이 중 대부분이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사용과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온다는 것을 파악했다. TSMC는 해당 결과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용과 에너지 효율강화를 최우선순위로 삼고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TSMC는 자사가 끼치는 환경 영향을 재무적 가치로 환산하여 자사의 활동으로 인해 145억 대만달러(한화 약 5950억원)에 준하는 환경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으며 이를 상쇄하기 위해 삼림복원활동, 저탄소공정 R&D 자금 투입, 하천 정화 활동 등을 진행했다.
또한, TSMC는 에너지 절약 및 탄소배출감축 위원회(Energy Saving and Carbon Emission Reduction Committee)를 설립하여 환경영향 평가 결과에 기반한 적극적 기후변화 대응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7월, 반도체 제조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제3자전력구매(PPA)를 통해 1.2GW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확보했다. 또한 에너지 효율성 강화를 위해 500여개의 에너지절약 지표를 수립하여 이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친환경건축인증(LEED)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