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폴리머스 경영진 구속, 조사위 “LG화학 관리 태만”
조사위, 4000쪽 보고서 통해 LG폴리머스 단독 과실 지적 보고서 제출 다음날 현지 직원 구속돼
LG화학의 인도법인 LG폴리머스의 스티렌 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 인도 경찰은 8일 LG폴리머스 정선기 대표이사와 기술고문 등 한국인 임직원 2명과 현지 직원 10명을 체포했다고 현지매체 '더 힌두(The Hindu)' 등이 보도했다. 전날 LG폴리머스 스티렌 가스 유출 사고를 조사한 위원회는 주 당국에 “경보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등 회사의 관리 태만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경영진 모두를 고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들은 과실치사와 독성물질 취급 소홀 혐의를 받고 있으며, 법정에서 입증될 경우 최고 8년형을 받을 수 있다. 구속 기간은 이달 22일까지 14일 동안이며, 이후 경찰이 추가 구속을 신청할 수 있다.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경찰은 이들을 조사한 뒤 60일 이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기간 안에 LG측의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불구속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앞서 지난 5월 7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샤카파트남 LG폴리머스 공장에선 독성물질인 스티렌 가스가 누출돼 수백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탱크 설계 불량, 안전지침 불량, 안전의식 부족...
LG폴리머스, 전적으로 책임져야
산림청장, 산업 및 상업부 장관, 경찰청장과 전문가로 구성된 HPC(The high-powered committeeㆍ전문가 위원회에 해당)는 지난달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7일 4000쪽에 달하는 관련 보고서를 안드라프라데시주 자간 모한 레디 수석부장관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작년 12월 저장탱크 설계에 큰 변화가 발생해 탱크 내 순환·혼합시스템에 이미 차질이 생겼다”며 “사고 발생 13일 전인 4월 24일에도 탱크에서 초기 중합반응 신호가 있었다”고 밝혔다. 공장 측이 이를 경고로 알아채고 시정조치를 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저장 탱크 온도는 허용치의 6배 이상 상승했다. 온도 상승으로 스티렌 액체는 증기로 증발, 자동 중합반응(auto polymerisation)으로 탱크 내 압력이 올라가 누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LG폴리머스는 화학 반응 억제제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기도 했다.
사고 발생 후에 울리지 않았던 비상벨에 대해서도 사측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출입문 등 36개 지점에 사이렌이 설치돼 있음에도 비상상황에 울리지 않았다"며 "공장 측이 사이렌을 제때 울렸다면 인근 주민들에게 경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 저장 탱크 설계 불량, 냉각 장치 결함, 순환과 혼합시스템 부재, 안전지침 불량, 안전의식 부족 등 주요 사고원인을 기술했다. 21건이 경영 태만과 실패, 19건이 규칙 위반, 7건이 중앙 및 주법 위반과 관련된 지적이었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LG폴리머스 경영진이 5월 7일 사고에 대해 단독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 공장을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라고 권고했다.
LG폴리머스는 "이번 조사에 공동 대응했다“며 ”조사결과에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하고,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후 200여명의 전담 조직을 꾸려 사고지역 주민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주민들에게 100여건의 민원을 접수받는 등 사고지역 주민에게 보상 활동을 펼쳤다. 지정 병원 두 곳에서 건강검진과 치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지 전문기관을 통해 가스 누출에 따른 환경(토질·수질) 영향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주민 건강 영향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