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가 재활용하라"...EPR 분담금 내니 페트병 라벨이 없어졌다
팔레트, 인조잔디 등 EPR 의무대상 품목 17개 추가로 지정
환경부가 순환경제 관련 법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부(장관 한정애)는 생산자책임재활용(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 의무대상 품목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일부 개정안을 7월 21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은 환경부가 지정한 재활용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가 제품을 다시 회수해서 재활용할 의무를 말한다.
이번 개정안은 팔레트, 안전망, 인조잔디, 생활용품(주방용 밀폐보관용기) 등 17개 EPR 의무대상 품목을 새로 지정했다. 기존에 12개 품목에 새로운 품목이 더해져 총 29개 품목이 EPR 의무대상이 됐다. 개정안은 환경부 홈페이지(www.me.go.kr)에서 확인가능하다.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은 매년 환경부가 산정하는 재활용 의무량만큼 재활용 해야하는데, 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부족분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환경부는 40일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본격 시행에 반영하기로 약속했다.
신규 품목은 이미 ‘자발적 협약제도’로 관리돼 왔기 때문에 기업 부담이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발적 협약제도란 기업이 폐기물을 회수하고 재활용하겠다는 협약을 환경부 장관과 체결하는 제도다. 기업이 목표치를 달성하면 부담금을 감면 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17개 품목별 자발적 협약기간 목표치 달성 수준을 파악해 시행 시기를 조정했다. 산업용필름, 영농필름, 생활용품 20종, 교체용 정수기 필터의 4개 품목은 목표치 달성률이 높아 2022년부터 우선 적용한다. 나머지 13개 품목은 2023년부터 적용하겠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페트병 라벨이 없어진 이유
'재활용 용이성 등급'과 EPR 분담금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를 공동주택에서 우선 시행했다. 환경부는 올해 12월부터 단독주택까지 포함해 전국에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제는 재활용 가치가 높은 투명페트병을 따로 배출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병에 붙은 라벨을 제거하고 씻은 후, 압축해서 배출한다.
페트병 라벨이 사라진 주요 이유는 환경부가 시행하는 '재활용 용이성 등급제'와 그에 따른 'EPR 분담금 차등 지급'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2019년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에 따라 품목별로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매기고 있다. 등급은 ▲ 재활용 최우수 ▲ 재활용 우수 ▲ 재활용 보통 ▲ 재활용 어려움의 4단계로 구성됐다.
3월 24일부터 환경부는 지정 품목 중 어려움 등급인 제품에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하도록 기업에 지시했다. 환경부는 기업이 EPR 분담금을 이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게 했다. 어려움 등급 품목을 생산한 사업자는 분담금을 20% 더 내야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에 붙은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20%나 더 높은 분담금을 내야 하는 등 부담이 많다보니, 올해 '라벨을 떼어낸 페트병'이 잇따라 시장에 출시됐다.
게다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정책에 따라 투명페트병 라벨을 제거하지 않고 버리면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도 있다. 과태료는 1차 적발 시 10만 원, 2차 적발 시 20만 원, 3차 이상 적발 시 30만 원을 내야한다.
EPR 분담금은 어떻게 쓰이나
생산자가 내는 EPR 분담금은 어떻게 쓰이는 걸까.
소비자가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면 지자체나 민간 수거, 선별업체가 모아서 분류한다. 분류된 재활용 쓰레기는 재활용 업체로 간다.
재활용 과정에 사용되는 비용은 생산자가 내는 EPR 분담금으로 마련한다. 분담금과 지원금은 생산자, 재활용업체, 공제조합으로 구성된 '공동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해서 결정한다.
생산업체는 생산품목에 따라 EPR 분담금을 공제조합에 제출하고, 공제조합은 분담금을 관리한다. 생산자의 재활용 실적을 확인해 환경 공단에 EPR 운영 실적을 제출하면, 공제조합은 유통지원센터에 지원금을 지급한다.
유통지원센터는 수거, 선별, 재활용 업체에 공제조합에서 받은 지원금을 건낸다. 환경공단은 제출 받은 EPR 운영 실적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생산자의 실적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부과금을 부과한다.
환경부는 "재활용의 실적과 여건을 감안해 매년 품목별로 재활용 의무율을 규정하고 법 제ㆍ개정 같은 제도적 지원 의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