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조정세로 굳어버린 시멘트, 순환경제로 탄소 줄일 수 있다?
EU 집행위는 지난 14일 탄소국경조정매커니즘(CBAM)을 발표했다. CBAM이 2023년부터 우선 적용되는 산업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다. 지난 20일 전경련은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주요 내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EU의 이러한 조치는 국내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업종에서 수출단가 인하 압박, 수출량 감소 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CBAM으로 바빠진 시멘트 업계
제 2차 그린뉴딜위원회에서 탄소중립 시나리오 논의
시멘트 업계가 바빠졌다. 산업통상부와 시멘트협회는 22일 제2차 시멘트 그린뉴딜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지난 2월 17일 시멘트 업계의 2050 탄소 중립을 대책 마련을 위해 산‧학‧연‧관 협의체로 출범했다. 위원회는 EU 집행위의 CBAM 발표로 마음이 더 분주해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제 흐름을 대비하고자, 시멘트 산업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R&D 로드맵,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를 공유하고 논의했다.
산업연구원의 이고은 연구원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시멘트 산업을 구성하는 부문별로 탄소 감축 방안을 소개했다.
이 연구원은 "시멘트 원료부문에서 기존 원료인 석회석을 대체할 저온소성원료나 혼합시멘트를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료부문에서는 재활용이 더는 되지 않는 플라스틱인 폐합성수지를 더 활용하고, 수소와 바이오매스 등 신열원(새로운 열 공급원)을 공정에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에너지부문은 폐열발전, 설비 효율화 그리고 CCUS(탄소포집 및 저장) 등의 감축 방안도 소개했다.
한국세라믹기술원 이성민 분원장은 시멘트 산업 탄소중립 R&D 로드맵 진행 현황을 발표했다. 이 분원장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달성하기 위한 R&D 로드맵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료(석회석) 대체, 반응경화 시멘트 폐합성수지연료 확대 사업을 ‘22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민 분원장은 R&D 로드맵에는 16개 전략사업이 있는데, 그중에 ▲수소 연료를 이용한 신열원 기술 ▲배기가스를 활용한 합성가스 생산기술 ▲CO2 합성가스 전환공정 실증기술을 범부처 사업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국시멘트협회 정해붕 전무는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를 나눴다. 정해붕 전무는 "시멘트에 혼합재 함량을 늘리기 위해 1종 보통시멘트의 KS 규격을 개정하고, 석회석 시멘트와 같은 혼합시멘트 KS 규격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위원회는 지난 1차 회의 이후로 산업은행과 시멘트 업계의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협력 프로그램으로 1조원을 지원 받는 협약을 지난 달 23일 체결했다. 산업부는 탄소를 줄이는 시멘트 생산기술을 투자세액을 공제 받을 수 있는 신성장 기술에 포함하는 것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소 배출 많은 시멘트 산업
탄소중립 가능한 걸까?
시멘트는 콘크리트의 핵심 재료로 1톤(t)을 생산할 때마다 0.8t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멘트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생산량이 22억t 이상에 달해 세계 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EU 집행위원회가 CBAM 우선 적용 대상으로 시멘트를 뽑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CBAM 우선 적용까지 2년이 남았다. 전경련이 예측하듯, 시멘트 업계가 탄소 배출량을 확실히 줄이지 못하면 탄소국경세를 지불해야 하고, 탄소 저감 기술 개발 등에 사용하는 비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만 시멘트 그린뉴딜위원회 위원장은 시멘트 업계가 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탄소 중립에 유리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김 위원장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국내 시멘트 산업의 과제’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시멘트 공정이 순환경제 가치사슬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고에서 “시멘트 공정에서 연간 5100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하기 위해 석회석, 점토질 및 철질 원료(Raw material)를 8670만톤 사용하고, 600만톤의 석탄을 연료(Fuel)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원료와 연료를 모두 국내에서 발생되는 폐기물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멘트 혼합재 등을 대체 원료로 사용 가능한 양의 27%, 연료로의 활용은 23%에 머물러 있어서 이 비율을 높이면 시멘트 사용 탄소배출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시멘트 공정 연소 온도가 1700℃로 높기 때문에 플라스틱, 타이어 등 다양한 가연성 폐기물을 잔재물 없이 안전하게 소각할 수 있어서, 쓰레기 처리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 움직임은 국제에서도 활발하다. 지난 5월 캐나다 정부와 캐나다 시멘트 협회(Cement Association of Canada)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저탄소 콘크리트 생산 로드맵에 합의했다. 세계 2위 시멘트 회사인 하이델베르크시멘트(HeidelbergCement)는 6월 2일 스웨덴에 위치한 자사 공장을 2030년까지 탄소포집 기술을 접목해서 시멘트 업계 최초로 탄소 중립화시킬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