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AM 발표에 EU 제조업계 뿔났다..."수출 경쟁력 잃으면 탄소누출 못 막아"

2021-07-24     송준호 editor

지난 14일 EU 집행위원회(이하 EC)가 발표한 '핏포 55'(Fit for 55)는 국제 탄소집약 산업계의 화두가 됐다. 당장 2023년부터 수천억 원에 달하는 탄소국경세를 물게 될 지 모르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국내 제조업체는 비상대책을 강구하며 분주히 상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 

EU의 철강, 제조업 산업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을 비판하며, 관세환급제(export rebate scheme)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유럽철강협회(Eurofer)

"인위적 탄소 가격 상승은 탈탄소화에 방해된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가 23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유럽철강협회(Eurofer)와 유럽제조업연맹(AEGIS Europe)은 "EU집행위원회(이하 EC)가 발표한 CBAM이 산업 자체 탄소저감계획에 어려움을 주고, 수출 경쟁력을 하락시키므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유럽철강협회 악셀 에거트(Axel Eggert) 사무총장은 “EC의 CBAM 발표는 정치적 야망을 법적으로 실현하려는 도구”라고 현지언론 등에 밝혔다. CBAM이 업종과 탄소배출 수준과 관계 없이 유럽 철강업계의 모든 부문에 불이익을 초래하게 디자인됐다며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유럽철강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 철강 산업은 1990년 수준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55%까지 줄이고 2050년까지 기후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럽 철강 회사들이 이끄는 100개 이상의 탈탄소화 프로젝트를 탄탄하게 지원하는 EU의 프레임워크가 있어야 한다”라며 “Fit for 55는 인위적으로 탄소비용을 높여서 배출량을 줄이는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줄인다”라고 설명했다. 

"Fit for 55 패키지는 기후 전환을 위한 기회다. EU 철강산업은 이차 피해가 아니라 EU 기후 정책의 기함이 되기를 원한다." 유럽철강협회가 협회 홈페이지에서 밝힌 입장문. (출처=유럽철강협회 Eurofer)

애거트 사무총장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산업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업계에 저탄소 기술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친환경 철강 시장 마련과 자금 지원 및 저렴한 탄소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철강협회는 “Fit for 55가 2026년부터 탄소배출권 무료 할당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것은 산업이 EU ETS에 사용하는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협회는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의 수출 경쟁력을 위한 솔루션이나 수입 업체의 우회 관행에 대한 효과적인 조치가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유럽철강협회는 “2021년 3월 유럽의회에서 투표한 바에 따라, CBAM과 EU ETS를 보완 시스템으로 두되 배출권 무상할당을 기준점 이하로 줄이지 말고, 1차 산업  탈탄소 프로젝트가 확장되고 잘 작동하기까지 탄소 간접 비용 보상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에거트 사무총장은 “EU 그린 딜의 목적과 취지에 협회는 동의하지만, Fit for 55가 그린 딜 성취 목적에서 나온 것인지 EC의 의도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야망을 높이려면 탄소 누출 보호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해야하며 인위적으로 탄소 비용을 높이는 것은 철강 부문의 탈탄소화 목표 이행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에거트 사무총장은 이어 “EU의 더 높은 기후 목표는 탄소 누출 방지를 강화해야 하며, 우리는 이번 패키지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만들기 위해 유럽 의회, 회원국 및 위원회와 협력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럽제조업연맹(AEGIS Europe)

"배출권 무료할당 유지하되, 단계적 폐지시 관세환급제도 도입할 것"

한편 유럽제조업연맹(AEGIS Europe)은 16일(현지시각) “배출권 무료할당과 간접 비용 보상이 완전히 유지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연맹은 “CBAM과 ETS는 각각 대안적인 제도가 아니며 보완 제도로 병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배출권 무료할당은 유지하는게 좋고, 단계적 폐지를 추진할 경우에는 관세 환급제도(export rebate)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관세환급제도는 규정된 요건을 충족하면 수입할 때 납부했던 관세를 되돌려주는 제도다. 제조업연맹은 관세환급제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EU에서 제품을 가공하고 역수출할 때 이 제도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맹은 “EU의 탄소배출 제한과 비용을 매기는 일은 EU의 수출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 제도로 인해 EU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잃는다면 EU의 탈탄소 제품은 탄소 집약적인 국가의 상품들로 대체될 것"이라며 탄소 누출을 방지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16일 유럽제조업연맹이 발표한 성명서 (출처=유럽제조업연맹, AEGIS Europe)

 

유럽제조업연맹은 “유럽 제조업자의 수출에 따른 탄소 부담을 조정하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다”라며 관세환급제도를 제안했다. 연맹은 “관세환급제도는 WTO의 보조금 협정 위반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도입하는 데 문제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국가 간 자유무역을 관장하는 WTO는 정부의 자국기업에 대한 수출 장려금을 금지하고 있다. 

연맹은 “EU가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면, EU는 저탄소 제품과 기술의 주요 수출자로 제3 세계 탄소집약적 제품을 대체해서 세계 탄소배출을 상당 수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네스 반 리에르데 (Inès Van Lierde) 유럽제조업연맹 회장은 “CBAM 제안은 상당한 수준 개선의 여지가 있으며, 우리는 유럽의 야심 찬 기후 목표가 달성되도록 하는 한편, 유럽 산업의 공정한 경쟁 구역을 유지하고 다운스트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도록 많은 제안을 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