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ESG 등급 평가기관 규제 첫 보고서 내놨다

2021-07-27     송준호 editor

“ESG 등급의 블랙박스를 풀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26일(현지시각)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가 ESG 데이터 제공업체들의 규제 감독에 관한 첫 종합보고서를 발간한 것을 두고 로이터는 이렇게 평했다.

IOSCO는 “ESG 데이터 제공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규제를 받지 않고 있으며, 방법론적 투명성이 부족하고 커버리지가 불균등하며, 잠재적인 이해 상충의 이슈가 있다”고 밝혔다. ‘임팩트온’은 보고서(ESG Ratings and Data Products Providers Consultation Report)’의 핵심 내용과 현지 ESG 전문미디어의 반응 등을 종합, Q&A 형태로 정리했다.

IOSCO가 ESG 시장 현황 조사와 ESG 등급 평가 및 데이터 제공 업체 규제안을 담은 보고서 (출처=IOSCO)

 

Q. IOSCO는 왜 규제에 나섰나.

A: 금융시장에서 ESG 평가 등급과 데이터 상품이 점차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OSCO는 ESG 데이터 및 평가 등급 상품 시장에 10억 달러(1조1500억원)에 달할 수 있고, 연간 성장률이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ESG지수의 경우 35%까지 성장이 예측된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지속가능성 관련 금융규제의 상당 부분이 ESG 데이터와 등급에 의존하고 있다. ESG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주식과 채권을 고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160곳의 평가기관들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등급 평가과정을 ‘블랙박스’라고 부른다. 등급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검증도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ESG시장은 증권 감독기구의 일반적인 소관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 영향력이 커지면서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 작성에 나섰다.

Q. IOSCO는 이번 보고서를 어떻게 조사했나.

A: ESG 진상조사(the fact-finding exercise)를 통해 ESG 평가와 데이터 시장의 현황을 평가사, 자산운용사, 기업 등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통해 분석했다. 65곳 이상에 설문지에 보냈다. IOSCO는 투자자 보호의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려는 게 목적이다.

Q. ESG 데이터 제공업체 현황은 어떤가.

A: 인수합병이 계속 이뤄졌다. MSCI, S&P, 모닝스타 등이 선두로 나서면서 급속한 통합이 이뤄졌다. 최근 몇 년간의 통합에 따라, 메이저 업체들은 작고 전문화된 ESG정보제공업체를 인수해, 소수의 회사만이 ESG 전문성을 완전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평가등급업체는 특정 데이터(기후이슈, 컨트로버설이라 불리는 사건ㆍ사고 중심), 적용 범위(소규모 및 중소기업), 서비스(인증, 제2자 의견) 및 컨설팅 서비스, 스타트업과 핀테크 등으로 세분화돼있다.

Q. ESG 등급 평가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A: IOSCO는 ESG 시장에 규제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데이터 투명성 부족 ▲평가 방법론의 투명성 부족 ▲데이터 상품 제공자와 컨설팅 서비스업체 간 이해 상충 ▲ ESG 평가 대상이 되는 회사와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짚었다. 시장에서 기업 데이터를 수집해 만드는 ESG 평가 등급과 데이터 상품이 나오고 있으나, 측정 지표 같은 재료와 도구를 투자자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평가 등급과 상품을 검증할 방법이 없고 전적으로 평가사의 평가 결과에 의존해야 하기에, IOSCO는 이 블랙박스를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ESG 평가와 데이터 상품을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ESG 데이터 상품을 제공하는 부서와 컨설팅 서비스 부서 간에 서비스 분야가 겹치면, 업체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이해 상충이 발생한다. IOSCO는 데이터 상품 제공과 컨설팅의 ‘서비스’를 명확히 구분해주는 기준 없이는 이런 갈등이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봤다.

ESG 평가사와 평가대상 기업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ESG 등급과 데이터 제품의 검토와 업데이트 시점을 파악해 데이터 오류, 누락 또는 정보 격차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IOSCO는 이 두 이해관계자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Q. ESG 등급 평가 데이터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했는데.

A: 데이터의 가용성 이슈가 있다. 예를 들면 신흥시장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ESG 정보 제공이 이뤄진다. 데이터의 불일치(공개 형식, 내용) 이슈도 있다. 공개된 ESG데이터는 회사의 연례보고서, 지속가능보고서, 개별 웹페이지 등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 기업 정보 공개가 표준화 돼 있지 않아서, ESG 등급 평가기관이 가용할 수 있는 정보도 제한돼 있다. 지속가능성 보고의 일관성, 비교 가능성, 신뢰성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의 ESG 혹은 기후 문제에 대한 목표가 설정되어 있어도 기준선이 명확하지 않으며, 목표에 대한 진행 상황(Track/Off Track 정보)은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핵심 성과지표(KPI)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 IOSCO는 ISSB(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IFRS재단과 협력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 공개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을 비롯한 감사와 보증 프레임워크 개발이 필요하다.

Q. ESG 등급 평가 데이터 이용자들이 느끼는 문제점은 뭔가.

A: IOSCO는 19개 투자자들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ESG등급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는 ESG요소를 통합하기 위해, 일부는 지속가능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일부는 외부 수탁자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거의 모든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자체 ESG등급을 개발 중이며, 외부에서 제공되는 ESG 평가등급 의존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중소규모의 자산운용사들은 내부 리소스가 제한돼 있는 데다 예산 제약으로 여러 곳의 ESG 등급제공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Q. ESG 등급 평가를 받는 기업이 느끼는 문제는 뭔가.

A: 다수의 기업은 평가등급 제공업체의 질문 수와 빈도가 높아,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점이 부담된다고 지적했다. 여러 곳으로부터 데이터 요청을 받는 경우 응답 품질이 낮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기업들이 강조한 문제는 ‘설문조사의 시기’였다. 내부의 타임라인과 달리, 서로 다른 타이밍에 다양한 기관의 데이터 요청이 온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ESG 평가 등급 방법론, 각 요소의 가중치, 절대 또는 상대점수, 산업 순위 고려사항 등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자세한 설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일부 평가기관들이 회사나 피평가기관들에게 사전 통지 없이 평가방법론을 비교적 자주 변경하기 때문에, 어려움과 혼란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의 경우, ESG 데이터가 없으면 ‘failing grade’를 받거나,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기업에 설명할 수 있는 설문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대다수의 기업은 ESG 평가기관들이 상호 작용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회사에 잠재적인 평판 위험을 초래함에도, 기업은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할 기회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Q. IOSCO는 어떤 권고사항을 발표했는가.

A: 10여 년 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신용평가기관(Credit rating Agencies)과 유사한 움직임이 있어, ESG 섹터도 공식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규제 당국은 규제가 없는 ESG 평가 시장에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ESG 시장이 균형을 잡도록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

ESG 평가 및 데이터 제공 업체는 투명하게 공개된 데이터 소스와 방법론을 사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권장한다. 평가사 및 데이터 제공업체는 부서 간 업무 분장과 조직 구조를 정리해 수수료 책정, 서비스 제공 등에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평가 및 데이터 제공 업체는 평가 대상 기업과 대화해서, 기업이 정보 제공 시 비공개 요청을 하면 비밀유지를 고민해야 한다. 금융 시장의 이해관계자는 ESG 평가 등급과 데이터 상품에 대해 실사를 수행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