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제2, 제3의 니콜라는 없는가… 공매도 기관, 그린 스타트업 정조준
미국의 수소트럭 스타트업인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사기혐의로 기소됐다. 미 CNBC, 로이터 등은 29일(현지시각)“니콜라의 창업자이자 전 CEO였던 트레버 밀턴이 증권사기, 금융사기 혐의로 미 연방검찰에 기소됐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밀턴은 비전문적인 개인 투자자를 겨냥해 소셜미디어, TV, 신문, 팟캐스트 등 인터뷰를 위해 직접 오해의 소지가 있는 허위 진술을 반복적으로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니콜라가 CEO 재직기간(2019년 11월~2020년 9월) 동안 주가를 띄우기 위해 제품, 기술, 미래 전망 등 사업 전반적인 부분에서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보고 있다. 공소장은 “밀턴은 이 과정에서 수천만 달러의 개인적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턴의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니콜라 주가는 15% 폭락해 12.03달러에 마감했다.
니콜라는 지난해 6월 나스닥 증시에 상장한 후, GM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한때 주가가 94달러까지 치솟고 시가총액이 포드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화그룹 또한 2018년 1억달러를 니콜라에 투자, 지분 6.13%를 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작년 9월 공매도 전문기관인 힌덴부르크 리서치가 “니콜라 기술은 사기”라며 “니콜라의 주행영상은 언덕 길에서 굴려 촬영한 것이며, 수소 트럭이나 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이나 설비가 전혀 없다”고 폭로하면서 주가가 20달러대로 급락했다.
공매도기관, 블랙스톤 투자한 스웨덴 대체우유 스타트업 '오틀리' 저격
이번 사기 사건은 니콜라 한곳만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FT에서는 공매도기관들이 그린 스타트업을 정조준하고 있는 흐름을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힌덴부르크리서치는 지난해 재활용 스타트업 ‘루프인더스트리’,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에 이어 올해 전기 픽업트럭 ‘로드스타운 모터스(Lordstown Motors), 전기 삼륜자동차를 만드는 ‘아르키모토(Arcimoto)’도 공매도 대상으로 삼았다.
최근 가장 큰 화제가 된 기업은 스웨덴 대체우유 스타트업인 ‘오틀리(Oatly)’였다. 오틀리는 귀리로 우유를 만드는 기업으로 올 5월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상장초기 최고 주가는 28달러로 한때 시가총액이 14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영화배우 내털리 포트먼,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까지 오틀리에 총 2억달러(2300억원)를 투자했는데, 블랙스톤은 투자 당시 “오틀리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앞당기는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라고 밝혔다. 오틀리는 원래 우유를 먹으면 배탈이 나는 유당불내증 환자용 음료로 개발됐으나, 비건족과 식물성 음료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체 우유로 각광받았다. 지난해 매출은 4억600만달러(4700억원)였다.
하지만 공매도기관 스프루스 포인트 캐피털(Spruce Point Capital)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총 124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오틀리는 2018년 미국 매출을 600만달러 초과 계상했고, 총 마진 계산이 다른 식품업체와 다르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등 자본지출을 부풀렸다”며 “오틀리가 수익성을 결코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프루스 포인트 캐피탈은 오틀리의 환경 이슈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오틀리는 기존 우유 생산량보다 80%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60% 적게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광고해왔다. 스프루스 포인트는 뉴저시 시 규제기관의 2019년 자료를 입수해, 오틀리의 생산공정도 위험한 양의 폐수를 발생시켜 처리시설을 만들어야 하며, 뉴저지 환경청의 규제를 준수하지도 않는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보고서는 또 “귀리 우유를 생산할 때 기존 우유보다 물을 덜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오틀리의 연구결과는 ‘체리피킹’(유리한 데이터만 고른) 연구”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오틀리가 자사의 코코아를 공급받는다고 밝힌 ‘올람 인터내셔널(Olam International)’은 아프리카의 삼림 벌채와 생물다양성 이슈로 비난을 받아온 기관임을 강조했다.
스프루스 포인트 캐피탈은 “투자자들은 식물성 기반 식품 유행의 매출 증가와 ESG 관행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스웨덴과 미국의 시장점유율 하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브스는 “이번 보고서의 여파로 최소 5개 로펌이 증권법 위반을 중심으로 오틀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틀리의 주가는 19.45달러까지 9% 가량 급락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루프인더스트리' & 전기트럭 스타트업 '로드스타운 모터스' 등 잇따라 겨냥
한편, 힌덴부르크리서치는 지난해 플라스틱 재활용 스타트업 ‘루프인더스트리’에 대한 두 차례 보고서를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루프인더스트리는 최근 SK종합화학이 5650만달러(640억원)에 지분 10%를 인수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로드스타운모터스(Lordstown Motors)’는 지난해 10월 스팩(SPAC·기업인수 목적회사)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20%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고, 마이크 펜스 당시 미 부통령이 로드스타운이 GM으로부터 인수한 공장에서 대표모델인 ‘인듀어런스’가 생산되는 과정을 참관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로드스타운 모터스에 전기차 배터리를 독점 공급한다며, 내년 출시되는 첫 전기트럭 인듀어런스에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1월 시제품이 주행테스트에서 10분만에 이유 없는 화재로 트럭이 전소됐고, 힌덴부르크 리서치는 “투자자를 오도했다”며 비난했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 조사에 착수했다. 힌덴브루크 리서치는 “로드스타운 모터스가 그동안 10만 대 이상 선주문을 받았다고 했는데, 자체 조사 결과 선주문은 구매 강제력이 없는 계약이며 일부는 아예 허구”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CEO와 CFO까지 동반 사퇴했고, 6월 이후 주가는 40% 이상 급락한 상태다.
FT는 "ESG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기술이나 분야에 대한 노출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결함이나 사기를 간과한 기업을 공매도 투자자들이 찾아 헤매고 있다"며 이런 흐름을 설명했다.
힌덴부르크 리서치 설립자인 네이턴 앤더슨(Nathan Anderson)은 지난해 FT에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좋은 일에 투자하거나 돈을 쓴다고 느낄 때, 그것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면밀히 조사할 가능성이 적다"며 "ESG 분야는 자신들이 하는 일을 과장하는 회사들에게 특히 비옥한 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기관들의 저격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기업들의 그린 워싱에 경각심을 주는 순작용도 있다고 본다. FT는 “지속가능성 흐름에 크게 기대는 기업이라면, 자신들의 진술이 불리하게 이용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