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초안 공개의견수렴 마무리...전경련 반대, 글로벌 기관 목소리는?

2021-08-02     박란희 chief editor
IFRS재단

 

지속가능성(ESG)에 관한 국제 기준을 정하기 위한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의 초안에 대한 공개 의견수렴이 지난 29일(현지시각) 마감됐다.

IFRS재단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설립을 공식화하고 내년 상반기쯤 지속가능성 기준을 공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ESG정보 공시기준이 없어 비교가능성 및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많아, IFRS재단은 재무정보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비재무정보에 관한 기준 제정을 추진중이다. 전 세계에서 172개 기관이 IFRS재단에 의견서를 보내왔으며 이는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돼 있다. 마감에 맞춰 우리나라의 전경련 또한 의견을 보냈다. 

 

전경련, "ESG보고 기준 법적 분쟁 유발할 것 우려" 

전경련은 IFRS재단의 ESG보고기준 제정 작업에 대해 “법적 분쟁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내용의 반대의견을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기후 대응, 탄소중립 등과 관련된 비재무정보를 재무정보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가정이나 추정치가 필요하다”면서 “이는 사실에 기초한 재무정보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완벽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시를 빌미로 기업에 불합리하게 심각한 소송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또 “지속가능성에 관한 정보는 질적 평가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정량적 기준을 만들어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기업의 자율적인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 제정이 추진될 경우 14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 수를 대폭 늘려 기업 대표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대표 추천방식은 전경련 등 세계 주요 경제단체로 구성된 ‘세계경제단체연합(GBC)’ 위원을 추진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글로벌 기관들, SSB의 독립성 & 유럽 등 선진국 중심 우려

FT는 30일(현지시각) 공개의견을 보내온 많은 기관에서 “누가 국제지속가능성위원회(SSB)를 책임질 것인가에 관한 우려가 가장 컸다”고 보도했다.

미국자산운용협회(Investment Company Institute)는 “다른 기관에 고용돼있는 파트타임 SSB이사회 멤버들에 대한 독립성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프로젝트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SSB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대부분 ESG 표준이나 기준제공기관, 평가기관 등의 전문가들일 수밖에 없는데, 이해상충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는 “유럽처럼 이 분야에서 더 발달된 지역의 전문가들이 SSB의 이사진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로 인해 전 세계에서 폭넓게 수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알리안츠는 “보다 광험위하고 포괄적인 ESG 보고기준을 추진하고, SSB의 (비재무적) 중대성 관점을 재고하도록 IFRS(국제회계기준)에 강력하게 촉구하라”고 주장했다.

미국자산운용협회는 “IFRS의 제안은 수많은 NGO 활동가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중대성 정보와 섞여버릴 위험이 있다”며 “이런 접근방식은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임에도 투자 목적과 무관하고 공시 혼란만을 야기하는 표적화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표준 논란 지속되면 EU, 미국 정부 중심 공시 의무화 힘받을 것

한편, IFRS의 지속가능성 글로벌 표준 작업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나 이와 동시에 EU와 미국 등 각국 정부에서 공시 의무화와 같은 규제작업도 함께 벌이고 있어, 향후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FT 또한 “이러한 분쟁이 계속된다면, ESG 정보공개를 위해 유럽연합(EU)와 미국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접근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간에서도 통합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는 지난 1월 4대 회계법인과 함께 21가지의 지속가능성 보고 지표를 공개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브라이언 모히니안 CEO과 WEF 설립자 클라우드 슈밥은 “IFRS재단의 SSB에 대한 CEO들의 지원을 동원할 계획”이라며 IFRS재단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또한 GRI, 가치보고재단(Value Reporting Foundation), CDP 등의 지표 통합 작업 등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이 필요한 모멘텀에 비해 투자계가 이미 뒤쳐져 있으며, 새로운 SSB를 설립하는데 1~2년 걸리는 사이에 WEF의 21가지 지표를 보고하는 회사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IFRS 재단의 기준 지표 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또다른 혼돈이나 각 국가별 움직임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