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때문에...美 마이애미ㆍ아테네, 세계 최초로 '열 최고 책임자(CHO)'까지 임명
전 세계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16만6000명 이상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 오리건주(州) 포틀랜드에서는 열기 때문에 케이블이 녹아버려 경전차 운행이 중단됐으며, 스페인에서는 50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국가 전체가 마비됐다.
유럽 아테네와 미국 플라리다주 마이애미는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폭염과 극한 날씨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시를 재설계하는 ‘열 최고 책임자(CHOㆍchief heat officer)’를 최초로 임명했다.
미국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최초 열 최고 책임자 임명
올해 초 미국 마이애미에 세계 최초로 열 최고 책임자가 임명됐다. 다니엘라 레빈 카바(Daniella Levine Cava) 마이애미 시장은 “폭염으로 인해 허리케인, 홍수, 해수면 상승 등 기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빈곤 지역사회와 흑인, 히스패닉계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을 더 크게 받기에 사람들의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는 데 집중할 열 최고 책임자를 임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애미는 이를 위해 카운티 전역에 있는 도로 위 열을 흡수할 수 있는 나무 덮개를 30% 늘리는 목표를 세웠으며, 녹색 지붕 설치, 포장도로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 도시 기후 목표를 수행할 제인 길버트(Jane Gilbert) 마이애미 열 관리 책임자는 해발 상승, 기후 변화 등 각종 재난과 만성 기후 스트레스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도시의 능력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제인 길버트는 “1990년대 대비 섭씨 30도를 넘는 일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105도화씨(섭씨 40도)의 폭염 일수가 최대 연속 7일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인 길버트는 임명된 이후 기후 위기에 비상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 받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재해 봉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네트워크를 넓혀 미국 전역에 있는 마을이나 소도시 지도자들도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민 재난 자원봉사자들을 훈련할 예정이다.
아테네, 허리케인ㆍ이상 기후 현상…
최근 그리스에서는 연일 전례 없는 이상 고온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보통 1월 평균 기온은 10℃ 안팎을 유지하지만 최근 23℃에서부터 31℃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지중해성 허리케인으로 불리는 '메디케인'이 1969년 이래 가장 강력한 강풍과 폭우를 동반해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무디스는 2018년 12월 유럽 전체 도시 중 아테네의 신용등급에 위협이 되는 극심한 폭염 위험이 가장 높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기후 변화는 관광, 농업 등 도시의 전반적인 경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슈트-록펠러 복원 센터의 수석 부사장 겸 소장인 캐시 보그만 맥레오드(Cash Vogueman Macraiod)도 “극심한 더위로 인해 매년 약 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65세 이상 노인들의 더위로 인한 사망률이 18%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기후 이상 현상이 계속 이어지자 아테네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마이애미에 이어 열 최고 책임자를 임명했다고 외신을 통해 밝혔다.
아테네 열 최고 책임자로 임명된 엘리니 미리빌리(Elini Mirivili) 전 부시장은 2030년 아테네의 기후 행동 목표를 창출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냉각할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도시 전역에 가로수와 식물을 심고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 스프링쿨러 설치, 녹지공간을 가꾸는 등 도로와 건물을 친환경적으로 재설계할 계획이다.
건물 밀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녹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순위이며, 이미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날씨를 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및 지역 지도자에서부터 기업, 단체 등 민간 주체까지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극한 더위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실행할 계획이다.
미리빌리 책임자는 “아테네 수많은 사람들이 기후 이상현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미국과 달리 빈곤층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아테네 시민의 20%는 에너지를 소비할 수 없거나 가정에서도 꾸준히 냉방을 할 수 없어 빈곤층을 시작으로 아테네 가정에 적합한 냉방을 일반화할 방안을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