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계에 탄소를 결합시킨 소프트웨어, 해양생태계가 탄소 흡수하는 스타트업.. 이색 스타트업들 속속 등장

2021-08-10     김환이 editor

넷제로 실현을 위해 탄소저장 및 포획(CCUS)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CCUS 스타트업들이 등장한다. 몇몇은 탄소를 혁신적인 방식으로 제거하거나 기존 기업 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탄소 비용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해양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블루카본'

프로젝트 베스타는 바다의 힘으로 탄소를 포획하는 블루 탄소 기법을 활용한다/프로젝트 베스타

 

블루 카본(Blue Carbon)은 어패류, 잘피, 염생식물 등 바닷가에 서식하는 생물뿐 아니라 맹그로브숲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뜻한다.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속도는 육상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프로젝트 베스타(Project Vesta)'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바다의 힘으로 탄소를 포획하는 블루 탄소 기법을 활용한다. 일반 기계나 인공적인 방법이 아니라 자연적인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차별적이다. 

감람석 광물을 해안가에 배치하면 풍화작용으로 감람석이 바닷물에 녹아 탄산 반응을 일으킨다. 감람석의 일부 화학물질이 탄산 반응의 산물인 수소 이온과 결합하고 중성화되면 탄산염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프로젝트 베스타는 탄산염 화학반응을 통해 바다속 이산화탄소를 포획하고 이를 대기 밖에서 장기간 보관한다. 감람석 외에도 탄소 화학 반응을 일으킬 만한 침전물이나 석회암도 시험하고 있다. 시험 과정에서 해변이나 토착종을 보존할 수 있도록 엄격히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 이산화탄소를 포획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연 광물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베스타의 공동 설립자이자 개발 책임자인 켈리 어하르(Kelly Erhar)는 "우리는 지구의 자연적인 탄소 순환 과정을 모방함으로써 탄소를 줄이고자 한다”며 "해안선은 바위의 풍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이상적인 장소로서, 파도의 자유 에너지를 이용하여 광물과 바닷물이 서로 충돌하게 함으로써 풍화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는 바다나 암석 혹은 별도로 보관한다.

프로젝트 베스타에 따르면, 전체 해변의 0.1~0.25%에만 배치된다면 연간 인간 탄소 배출량의 100%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감람석을 생산하고 운송하는 것보다 20배나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획하는 이점이 있다. 포획된 탄소는  결제 소프트웨어 업체 스트라이프(Stripe)의 지원을 받아 톤당 75달러에 저장할 계획이다. 

 

기업 내부 탄소를 비용으로 측정

시나이 테크놀로지스는 기업의 내부 탄소 가격을 측정하는 환경 손익계산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시나이 테크놀로지스

 

미국 스타트업 시나이 테크놀로지스(Sinai Technologies)는 기업의 내부 탄소 가격을 측정하는 환경 손익계산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SAP, 오라클(Oracle) 등 기업 회계 소프트웨어와 인터페이스를 통해 기업공급망이나 공급업체로 부터 구입하는 자재에 포함된 탄소를 측정해 화폐로 표시한다. 

실시간 배출량 추적, 에너지 정보 기록 등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할 뿐 아니라 탄소 배출로 인한 잠재적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인 탄소 비용을 제시한다. 정부의 탄소 절감 규제 일환으로 탄소세나 탄소 배출로 인한 수수료, 벌금 등이 의무화된다면, 기업들은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대략적인 탄소 경제적 비용을 추정할 수 있어 이에 잘 대응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나이 테크놀로지스는 산업 공정, 제조 및 건물과 같이 탄소 집약도가 높은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철강 회사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전기전자기업 지멘스(Siemens), 독일 화학회사 베이어(Bayer) 등과 협력해 시나이 소프트웨어와 기업 시스템을 통합함으로써 탄소 가격 결정을 지원한다.

탄소 가격 책정에 나아가 투자의 내부 수익률(IR)을 측정하는 시나리오도 계산한다. 기업의 내부 탄소 가격이 편익 대비 0 이하로 낮아지면 기업은 탄소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 탄소 비용과 내부수익률(IRR) 등 기업의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들은 구체적인 탄소 전략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시나이 테크놀로지스 공동창업가 후지하라(Fujihara)는 "우리의 기술은 경영 전략뿐 아니라 개발, 영업 등 기업의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며 "앞으로 기업의 가치 사슬에 초점을 맞춘 탄소 측정 모듈을 새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