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이산화탄소 다음은 메탄? 메탄 규제 본격화되나

2021-08-11     박란희 chief editor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강력하다./픽사베이

 

지난 40년 동안 세계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감축에만 집중해왔다. 하지만 교토의정서에서 규정한 6대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 외에도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이다. 

지난 9일 발표된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당사자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과학자들은 “각국은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 배출량을 강력하고,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로이터는 10일 “향후 메탄 규제가 이산화탄소처럼 강력해질 경우, 석탄의 대안으로 천연가스를 택하는 국가들에게 경악을 불러올 수 있으며, 농업과 축산업이 주요한 국가들에게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메탄, 왜 문제인가

메탄과 이산화탄소 모두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지만, 두 온실가스이 영향이 같지는 않다. 이산화탄소 분자는 메탄 분자보다 온난화를 적게 일으키는 대신 대기 중에 수백 년 동안 지속되는 반면, 메탄은 20년 안에 사라지지만 온실 효과가 강력하다. 지구온난화지수(GWP, Global Warming Potential)라고 불리는 열을 가두는 능력을 보면, 메탄은 10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28배, 20년 기준으로 84배 높다.

지난 5월초에 유엔환경계획(UNEP)와 기후및청정대기연합(CCAC)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는 “전 세계가 메탄 배출을 매년 1억8000만톤씩 감축하면 2030년까지 현재 배출량의 45%를 줄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2045년 0.3도 온도상승을 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메탄 배출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탄이 배출되는 경로를 보면, 석유와 가스추출, 쓰레기 매립, 폐수 처리, 가축들이 주된 원인이다. CNBC는 “석유와 가스의 생산·가공·수송·저장 과정에서 메탄가스 배출량의 23%, 석탄 채굴이 23%, 가축이 32%를 차지한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져 경제활동이 둔화됐지만, 메탄가스 배출량은 사상 최대로 늘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해 영국 가디언지는 “러시아 과학연구선이 북극해 탐사에서 대륙붕에 갇혀 있던 메탄이 대량으로 방출되기 시작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아래에 얼어 있던 메탄이 녹기 시작하면, 이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EU, 미국 메탄 규제 현황은?

IPCC에 따르면, 현재의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정확히는 1.09도) 상승했다. 로이터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석유와 가스 생산, 매립지,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 배출량이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마크 브라운스타인(Mark Brownstein) 환경보호기금(EDF)의 에너지 부대표는 로이터를 통해 “이번 보고서는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국가들에게 메탄 감축계획을 그들의 기후 전략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4월 미국 상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에 의해 철폐된 메탄 배출규제를 복원하는 규정이 통과됐고 6월 하원까지 통과됐다. 이에 따라 9월까지 미 환경보호청(EPA)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메탄규제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공개할 것이라는 게 현지 관측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6년 신규 혹은 개량, 재건축된 유정, 가스정을 대상으로 메탄,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 독성 물질의 대기 중 배출 제한 기준을 발표하고, 기업은 메탄 배출을 저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도록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시절이던 2020년 8월, 미 환경보호청은 이 메탄 규제 관련 규정을 철회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6월 메탄 배출규제를 복원하는 하원 통과 소식을 전하면서 “100만개의 기존 유정에 이 같은 규제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U 또한 지난해 10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EU 메탄 전략’을 채택하고, 올해 석유와 가스 회사들에게 그들의 메탄 배출량을 측정하고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는 유엔환경계획(UNEP), 기후및청정대기연합(CCAC), 국제에너지구(IEA)와 함께 ‘국제 메탄배출 관측기관(observatory)’ 설립을 지원키로 했다. 에너지 부문의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스 인프라에서 누출 감지 및 보수 개선 의무와 함께 배기가스 관행 개선도 이뤄진다. 폐기물 분야에서는 2024년 매립에 관련된 법률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일부 환경단체와 과학자들은 오존층 파괴에 대처한 몬트리올 의정서*와 같은 메탄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를 촉구했다. 보스턴의 기후기술단체인 ‘클린에어 태스크포스(Clean Air Task Force) 아몬드 코헨(Armond Cohen) 최고책임자는 로이터에 “석유와 가스산업에서 나오는 메탄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은 1989년 오존층을 파괴하는 약 100여종의 화학물질 생산과 사용 금지를 규제하기 위한 국제 환경협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