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베조스까지 투자하는 AI 광물탐사기업 '코볼드 메탈' 뒤 숨은 전쟁
2050 탄소중립의 가장 큰 방해물은 뭘까. 수많은 전문가들은 '광물 부족'을 손꼽는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을 비롯한 광물 수요가 한꺼번에 쏠리면서 '그린플레이션(그린+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미국 광물탐사업체 '코볼드 메탈(KoBold Metals)'의 행보는 산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코볼트 메탈은 전기차에 필요한 금속 원료를 탐사하기 위해 영국 광산탐사 및 자원개발 회사 '블루제이 마이닝(Bluejay Mining)'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코볼드 메탈은 그린랜드(Greenland) 서해안에서 니켈, 구리, 플래티늄, 코발트 등 천연자원을 채굴하는 디스코누수아크(Disko-Nuussuaq) 프로젝트에 2024년까지 1500만 달러(175억 3500만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블루제이가 프로젝트 운영을 담당하고 코볼드는 초기 광산 시추에 투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며, 프로젝트 51%의 지분을 소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빌게이츠, 제프 베조스는 왜 '코볼드 메탈'을 지원하나
코볼드 메탈은 인공지능(AI), 컴퓨팅 및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으로 광산 원료를 발굴하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이끄는 기후 및 기술 펀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털 펀드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 에퀴노어로 부터 투자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코볼드 메탈이 채굴하는 '그린랜드' 지역이다. 캐나다 북동쪽 북극해와 대서양 사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철, 우라늄, 알루미늄, 니켈, 백금 등 풍부한 광물 채굴로 유명하다. 이곳은 5만6000명이 조금 넘는 인구가 살고 있지만, 미국 지질조사국 조사 결과 세계에서 가장 큰 미개발 희토류 퇴적층이 존재하는 곳이다.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곳을 주목한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랜드 매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GDP는 30억 달러 안팎에 불과하며, 덴마크 왕국의 자치령으로서 어업과 보조금에 의존하는 섬인데, 광산 개발 이슈로 인해 올초 이곳의 선거까지 주목받았다. 좌파당이 승리하면서 "대규모 희토류 채굴사업에 반대하겠다"고 했지만, 독립과 경제발전을 위해 채굴을 원하는 목소리도 함께 존재한다.
지난 3월 초 로이터는 "호주에 본사를 둔 2곳의 광산회사가 그린랜드의 광산채굴을 승인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한 곳은 미국의 자금조달을 받고, 다른 한 곳은 중국 국영기업이 소유한 곳"이라고 밝혔다. 토론토의 컨설팅기업 애던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희토류의 90%는 중국에서 생산됐다.
하지만 미-중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바이든 정부는 희토류를 포함한 주요 전략물자를 중국의 공급망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는 유일한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Mountain Pass)마저도, 미국에서 채굴된 희토류를 가공하기 위해 중국으로 보내는 중국 국경기업 소유라고 한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광물이라는 전략적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중국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그린란드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거리 또한 미국 동부 근처에 위치해있어, 미국으로선 최적의 장소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중국 공급망 탈피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코볼드 메탈,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100대 인공지능 기업
AI 활용해 광물 탐사
코볼드 기술 책임자 피터 라이트풋(Peter Lightfoot)은 “블루제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스코누수아크는 니켈과 팔라듐의 주요 생산지인 러시아 노릴스크 지역의 지질학과 유사하다”며 “세계 수준의 배터리 금속 퇴적물 형성이 발견돼 앞으로 광물 탐사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의 독점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볼드는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및 인공지능 데이터 기술인 '테라셰드(Tera Shed)'와 '머신 프로스펙터(Machine Prospector)'를 통해 광물 탐사 및 개발을 운영해왔다. 코볼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100대 민간 인공지능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광물 산업에서는 최초 사례로 꼽혔다.
코볼드 메탈은 이번 계약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광물 채굴 지역을 발굴할 것이다. 위성데이터, 지도를 결합해 채굴 장소를 찾을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을 훈련할 예정이다.
코볼드 메탈의 머신 프로스펙터 기술은 광석이 주로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예측한 후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추가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채굴 원료를 지속적으로 탐색, 식별 및 채굴해 나갈 예정이다.
블루제이 보 스텐스가드(Bo Stancguard) CEO는 “이번 계약은 투자자들의 지원을 계기로 새로운 탐사 방법에 대한 기술 혁신을 이루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그린랜드의 신흥 광물 분야에 적극 투자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전기자동차가 1억5000만 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광물 투자를 향한 보이지 않는 국가간 경쟁은 향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