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인권이슈로 발묶인 일본 정부, 3000개 기업 인권 실사 착수
8월 일본 정부는 약 3000개 상장기업에 인권 위험을 파악하는 인권 실사(Due Diligence) 조사서를 송부했다. 조사 결과는 9월까지 집계될 예정이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90%가 공급망 인권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정부의 기업 공급망 내 인권실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1일 유니클로 남성용 셔츠가 신장 위구르 인권침해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한 혐의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압류됐다. 이 사건이 일본 정부가 인권 실태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되는 물품 규제 대상을 17개에서 20개로 확대했다. 프랑스의 시민단체는 유니클로 프랑스 법인을 고발하고, 미국, 영국, 캐나다는 신장 위구르 인권 침해와 관련 있는 중국 관료의 입국을 거부하기도 했다.
유니클로, 신장 위구르 면화 사용 혐의로 미 세관에 압류
프랑스 시민단체, 유니클로 프랑스법인 고발
일본 정부의 이번 조사는 인권에 관한 글로벌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공급망 전체의 환경 및 인권 실사 의무화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인권대응지침(가이드라인)을 발표해서, 유럽연합 역내에서 일정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 인권 관련 규정을 위반했을 때 벌칙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지난 6월 G7 정상회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강제 노동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내용을 논의한 바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은 이미 공급망 내 인권실사 의무화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일본 기업들의 대응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일본경제신문이 주요 14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인권 문제를 2차, 3차 공급업체를 포함한 간접 거래처를 조사하고 감시하는 체제가 있다고 한 기업이 10%에 그쳤다. KPMG 컨설팅의 니이호리 미츠시로(新堀光城) 매니저는 "이는 일본 기업의 인권의식이 (서구 기업 등에 비해) 낮은 것으로 간주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은 전 세계에 위치한 글로벌 공급망 인권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 기업명 | 인권조사 현황 |
| 시오노기(塩野義) 제약 | 셀룰로스 등 4개 품목에 대해 현지 생산자를 2021년 중 조사 개시 |
| 아사히그룹HD | 아프리카 커피원두 생산자와 현지유통을 2021년 중 조사 개시 |
| 가오(花王) | 팜유원료에서 2025년까지 전농가 특정, 2021년에 직접 기술지도를 개시 |
| 테이진(帝人) | 섬유사업에서 2021년에 1차 거래처를 통해 간접거래처 조사 실시 |
| 산토리 | 1차 거래처를 통해 칠레에서 와인 간접거래처를 조사 실시, 2021년중에 스페인에서도 실시 |
| 일본담배산업 | 가열식 담배의 전자기기 제조 위탁처와 잎담배 농가 등 지도 |
| 세키스이(積水)화학공업 | 주택사업에서 사용하는 목재에 대해 일부 간접 거래처 조사 개시 |
(=일본경제신문)
세제, 화장품을 생산하는 일본내 1위 화학기업 가오(花王)는 올해 말부터 제품 원료인 팜유 생산 농가와의 직접 대화와 기술 지원에 착수한다. 가오는 2025년까지 공급망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팜유 원료를 정제하는 제유소에서 문제가 포착되면 가오는 거래를 일단 중단하고 개선을 요구하며, 생산 농가와는 대화를 시도하여, 공급망 특성을 반영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시오노기(塩野義) 제약은 연내에 셀룰로오스(Cellulose) 생산지인 인도에서 인권 조사를 시작하고, 포장재에 사용하는 알루미늄과 용기에 활용하는 유리도 차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도 일본 기업 3000개사의 인권 실태조사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기업에 공급망 인권 실사 조사서를 보낸 것은 처음이다.
도쿄증권거래소 지난 6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인권 존중 규정을 담은 '기업지배구조 지침(거버넌스 코드)’을 발표했다. 지침은 기업의 이사회가 인권을 중요한 경영과제로 인식해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기업지배구조 지침’에 앞서 ‘비즈니스와 인권에 관한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인권 보호를 적시한 ‘기업지배구조 지침’을 발표한 것은 일본 정부가 공급망 내 인권 문제 해결에 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