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어떻게 준비하나
중소벤처기업연수원은 지난 18일 ‘탄소중립시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준비’라는 주제로 웨비나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을 이해하려면, 그 안에 속해 있는 세부사항을 뜯어봐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웨비나에서는 ▲탄소중립 관련 국내・외 정책 동향 ▲에너지 측면,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순환경제 관점,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지자체 탄소중립 사업 추진 사례를 다뤘다.
국내외 정책 동향
탄소중립은 단순한 환경 문제 아냐...일자리, 통상 포함한 대비 필요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연구원은 “2050년 탄소중립의 미래상을 구체화하고, 사회 구조전환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는 시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연구원은 “세계 동향을 보면 1988년에 IPCC가 설립되고, 기후변화 논의만 30년을 했다”며 “2015년 파리협정을 거쳐 2050 탄소중립선언, 21년 IPCC 6차 보고서 발표 등으로 기후위기 실체를 인식하고, 기후위기에 구체적인 정책적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탄소중립을 위한 범국가적 참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레타 툰베리를 필두로 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캠페인 같이 탄소중립을 위한 시민행동이 늘고 있고, 134개국이 탄소중립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한국도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발표하는 등 탄소중립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연구원은 “탄소중립은 단순히 탄소배출 감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EU 그린딜, EU 핏포 55, 미국의 '시민기후단, 기후위기 대응을 일자리로!'라는 캠페인을 보면 기후위기 대응은 고용, 정의로운 전환, 산업 통상을 포함하는 종합 대책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EU 그린딜은 정의로운 전환이나 생물 다양성 보존 및 복원, 순환경제 구축 등 탄소중립 관련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다”며 세부 부문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연구원은 “지금은 탄소통상시대로 탄소국경조정, 탄소발자국, 탄소세,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가 도입되면서, 기업 경영과 물건 생산에 ‘탄소배출’이 중요 변수로 등장했다”고 탄소경제 측면을 강조했다.
에너지 관점에서 탄소중립
관련 정보 수집과 진단이 기본
법률사무소 이이의 구민회 변호사는 “기업은 손익 관점에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에너지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는 에너지의 사용과 소비, 생산 과정에서 주로 나오기 때문에 에너지의 생산부터 소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어떻게 탄소를 발생하지 않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기업은 탄소배출량에 따라 손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지난 6월 IMF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탄소세 하한선을 제안했다. IMF의 제안에 따르면, 2030년에 탄소세는 미화 50달러(5만8500원)가 된다. 탄소세에 따라 한국은 석탄 가격이 103%, LNG는 25%, 전력 37%, 휘발유는 8%가 상승하게 된다.
구민회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탄소 기본가격(base price)이 낮은 축이기 때문에 가격이 급속히 올라가고, 탄소를 배출할수록 손해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탄소중립 정책에 대비할 방법으로 구 변호사는 “탄소배출량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문업체에 의뢰해 상황을 진단하라”고 조언했다.
구 변호사는 기업에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만든 '에너지온실가스 종합정보 플랫폼'에서 에너지 관련 통계, 기술 및 동향 정보, 중소기업 지원 정보 등을 제공하는데, 기술 정보를 특히 유심히 살펴보라고 제안했다.
기업과 산업별 에너지 진단 및 지원 사업은 각 사업체가 위치한 광역 지자체 센터에서 만든 에너지센터를 활용하라고 말했다.
순환경제 관점에서 탄소중립
5대 산업 제품 업사이클링으로 탄소중립 된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탈플라스틱을 포함한 자원순환경제는 탄소중립경제를 이루기 위한 필수경제”라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 생산이 급증하고 재활용율이 10% 밖에 안돼 탄소배출이 증가하고, 관리되지 않은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탄소중립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뿐만 아니라 물질 이용 전환도 필수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전체 탄소배출량의 55%가 에너지 부문에서, 45%가 제품의 생산과 소비에서 발생한다”며 “식품, 철강, 시멘트, 플라스틱, 알루미늄 5개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자원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순환경제 이행을 위한 전략 세 가지를 제시했다. 전략은 ▲강력한 수요관리 ▲강력한 순환관리 ▲강력한 품질관리다. 그는 순환경제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대기업과 대자본의 진출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들을 유인할 동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유인으로 제품 생산 시 재생원료의 가격과 품질에서 천연원료에 비교우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원료가 가격과 품질 우위를 갖추려면 강력한 순환관리와 품질관리가 중요하다고 홍 소장은 지적했다.
순환관리에서 ‘닫힌 고리 재활용’을 잘 유지하는게 중요하다.이는 제품을 동일한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폐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재활용하는 식이다. 이 방식으로 원료 손실과 품질 저하를 줄일 수 있다. 홍수열 소장은 “재활용을 할수록 원료의 품질은 떨어지는데, 이를 피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Upcycling) 기술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수열 소장은 순환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별 재활용 수준을 정확히 측정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홍 소장은 “고철 순환이 잘돼서 철강제품이나 알루미늄 재활용이 잘 되리라 생각하지만, 구리 오염으로 철강제품 재활용 시 품질 저하문제, 전기차 전환으로 알루미늄 스크랩이 줄어드는 재생원료 감소 문제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순환경제 성취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대자본 유입이 필수지만, 영세업자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해 ‘정의로운 전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며 “순환경제와 탄소중립은 분야, 제품, 이슈별로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자체 사업으로 본 탄소중립
환경, 사회, 고용 목표 그린뉴딜 종합대책…이해관계자 참여가 중요
이주헌 화성시 환경정책관은 “화성시는 제조업체 수가 1만865개, 전력소비량 전국 1위, 에너지 자립도는 하위권인 상황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이주헌 환경정책관은 “그동안 지자체 정책은 성장 위주 개발 계획에 초점을 맞첬으므로 환경을 고려한 정책이 적었고, 있더라도 단기 대책이고 사후대응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주헌 정책관은 탄소중립을 지자체 정책과 융합하려면 지역 각 분야를 종합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관은 “화성시는 그린 뉴딜 3대 지향 가치인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 사회불평등 해소를 중심으로 SDGs(지속가능한개발)를 융합한 ‘화성형 그린뉴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시는 지난해 5월 그린뉴딜 정책 TF를 구성하고 17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주헌 정책관은 “화성형 그린뉴딜 정책은 2030년 그린뉴딜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 큰 특징인데, 이는 예산, 온실가스 저감율, 일자리 창출, 친환경 에너지 생산 등 다양한 수치를 분석한 결과값”이라고 밝혔다. 이 정책관은 “화성시는 화성시 SDGs를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린뉴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점검하는 로드맵도 함께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주헌 정책관은 지자체 단위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만들 때 이해관계자 참여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성시는 ‘그린뉴딜 시민 테이블’을 마련해서 시민 의견을 반영할 플랫폼을 운영하고, 정책 연구를 위해 각 분야 연구단, 범부처 전 직원 의견 반영, 산하기관 협업 프로젝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특히, 환경사업을 할 때 일자리와 주거권 부문에서 가장 큰 갈등이 발생하는 지역 주민 참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