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성장' 플랫폼 기업, ESG S(사회) 리스크 관리 중요해져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쿠팡의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 총 32억 9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납품업자의 경영 활동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마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광고를 요구했다.
이번 사안의 배경에는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지닌 플랫폼기업(쿠팡)과 여기에 납품하는 제조업체(LG생활건강)간의 갈등이 존재한다. LG생활건강측에서는 "(경쟁사인) G마켓에서는 더 비싸게 팔아라" "마진이 안 나니 광고를 사라" 등을 요구했다며 공정위에 쿠팡을 신고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사건의 본질은 독과점 제조업체의 가격 차별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국내 1위 생활용품기업인 LG생활건강이 오히려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주요 상품을 쿠팡에 높은 가격으로 공급해왔고, 가격 인하를 요청한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소명되지 못한 부분은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치를 두고 공정위는 “국내 소비자 약 70%가 모바일 앱으로 쇼핑할 정도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가운데, 거래상 우월적 힘을 갖게 된 온라인 유통업자의 새로운 형태의 법 위반행위를 적발하고 적극 제재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S(사회)'리스크 발생하는 플랫폼 기업
신생 플랫폼 기업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시도해 나간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거나 투자금을 소진하며 새로운 BM(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이들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플랫폼 기업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지며 기존 업계의 반발과 당국 제재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번 공정위 제재의 핵심도 쿠팡의 최저가 매칭 제도였다. 일명 ‘최저가 매칭 시스템’ 또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은 쿠팡이 소비자에게 11번가, G마켓 등 경쟁몰보다 더 낮은 판매가를 보장하는 제도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자신의 판매가격이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보다 높게 판매되지 않도록 총 360개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택시호출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카카오모빌리티 사건도 비슷한 맥락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3일 요금 인상을 취소했다. 지난 2일 카카오T 택시 '스마트호출'의 서비스 요금 정책을 기존 정액제(주간 1000원, 야간2000원)에서 탄력 요금제(0원~5000원)로 변경한 바 있다.
하지만 요금제 변경 후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업계 반발과 ‘과도한 수익화’라는 이용자 여론이 커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비를 ‘0원에서 2000원’으로 재조정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도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한 뒤 기존 업계와 충돌하고 있다. 지난 6월 창업 10주년을 맞은 직방이 자회사 '온택트 파트너스'를 통해 공인중개사와 함께 부동산 중개계약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선언하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중심으로 기존 중개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IPO, M&A 위한 ESG 리스크 관리 중요해져
이같은 신 사업과 기존 산업의 충돌은 예사로운 일이지만, 갈등이 심화되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ESG 리스크로 확대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타다’ 사례처럼 규제로 인한 서비스 종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스타트업의 최종 단계인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ESG 요소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오너의 도덕적 해이나 이사회 구성 현황 등 같은 굵직하고 정량적인 ESG 요소만을 반영했다면 최근엔 직접 실사를 거쳐 노동 환경이나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분석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과 KKR를 시작으로 지난 3월부터는 IMM PE 등 일부 국내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도 투자 전 ESG 실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엔 현대중공업, SK에코플랜트(이전 SK건설) 등 기업들이 IPO와 관련해 ESG를 전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