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아서】 ⑤ 해상풍력 확대의 빛과 그림자 

2021-08-23     박란희 chief editor

임팩트온-사회적가치연구원 공동기획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아서]

[5] 해상풍력 확대의 빛과 그림자 

2050 탄소중립이 발표됐지만, 정책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제각각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임팩트온은 사회적가치연구원(나석권 원장), 한양대 박동규 경영대학 교수와 공동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기 위해 내러티브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폐기물, 금융 부문 등 현장 전문가 16인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니즈(Needs)와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무엇인지 파악해봤다.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면담자들은 익명 처리했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에 비해 민원발생이 적어, 향후 국내 풍력발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픽사베이

 

지난해 11월 CNBC는 “세계 1위였던 엑손모빌 시가총액이 10월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기업 넥스트에라 에너자(NextEra Energy)에 추월됐다”고 보도했다. 장중 한때였지만, 넥스트에라 에너지의 시총이 1473억달러로, 엑손모빌(1447억달러)와 쉐브론(1413억달러)를 제치고 에너지업계 시가총액 1위기업이 된 것이다(현재는 엑손모빌이 시총을 회복해 넥스트라에너지보다 더 많다).

매출액으로 보면 두 회사는 비교할 수도 없다. 엑손모빌은 2019년 기준 2649억달러, 넥스에라 에너지는 192억 달러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석유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난리가 났다.

넥스트에라는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전력회사로, 2002년부터 일찌감치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해 현재 미국 최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됐다. 해외엔 이런 사례가 많다. 덴마크 국영 에너지 회사 오스테드는 전 세계 해상풍력 발전소의 4분의 1을 운영하고 전 세계 해상풍력 발전량의 88%를 차지하는 해상풍력의 최강 기업이 됐다.

2050 탄소중립에서 핵심적인 축을 담당하게 될 해상풍력을 두고, 지금 우리나라는 뜨겁게 불이 붙었다. 동해, 서해, 남해 가릴 것 없이 신규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그것도 1~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현장 목소리는 어떨까. 어렵게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SPC(특수목적법인)까지 구성했지만, 사업 추진이 중단된 H사의 J씨를 만나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이와 함께 풍력 사업을 진행중인 대기업 관계자 A씨, 중견기업 관계자 B씨의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Pain Point ① ‘자연공원법’에 묶여 지자체 허가 못 받아

H사는 전남 완도에서 148MW 규모로 해상풍력 발전을 계획, 2018년 발전사업 인허가를 완료했다. 총 사업비 7000억원 규모(10% 자기자본, 90% PF)로 SPC까지 설립을 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자연공원법’ 때문이다.

“해상풍력을 설치하는 지역이 ‘국립해상공원’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절대보존구역은 훼손하면 안 되지만, ‘면적총량제’라는 게 있어서 보존지역의 면적 총량만 맞추면 개발이 가능합니다. 면적총량제를 활용해 기존 해상풍력부지 대신 다른 지역을 붙이는 등의 방법을 해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했지만, 아직 결론이 안 나고 있습니다.”

자연공원법에 의하면 공원 구역 조정은 10년마다 이뤄진다. J씨는 “해상풍력을 위해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국무총리실 산하 컨트롤타워 형식의 태스크포스도 있었는데, 의견을 올리라고 해서 올려봤지만 그 이후로 말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 협약식’에 참여했다. 8.2GW규모로, 해상풍력 발전기 1000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문 대통령은 “착공까지 5년 이상 소요되는 사업준비 기간을 단축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입지 발굴부터 인허가까지 일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J씨는 “정권이 바뀌면 어찌 될지도 모르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신안 프로젝트도 지켜봐야 한다”며 “해수 케이블이 습지 보호구역을 지나야 하는데, 이걸 해양수산부에서 풀어주지 않으면 사업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우리나라 풍력은 군사 작전구역에도 포함돼 있다 보니, 민간기업이 국방부를 접촉하기 어려워 제약조건이 엄청 많다”며 “군사작전 지역이 아니더라도 인근에 있다는 이유로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풍력발전위원회를 신설하고 산업부가 원스톱숍 사무국 역할을 맡도록 하는 풍력발전 보급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A씨는 “정부 발표나 언론보도와 달리, 해상풍력을 추진할 때 산업부, 해양수산부, 국방부 등 부처별로 제각각 이견이 많아 진척이 잘 안된다”며 “컨트롤타워가 꼭 필요하긴 하나, 부처 간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이었다. 

지난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 참석했다. /청와대 

Pain Point ② 국내 메이저 금융권, 해상풍력 PF 이해도 낮아 해외자본 ‘밀물’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해상풍력은 조(兆) 단위의 사업비가 드는 큰 프로젝트다. J씨는 “국내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체 수십 곳을 만나봤지만, 사업비 자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국내 메이저 은행들도 감당이 안 돼 모두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권은 이런 대규모 PF 경험이 없고, 투자할 의사가 없어요. 반면, 해외 투자자들은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이미 해상풍력 투자 경험도 많고 이해도가 높더라고요. 국내 금융권은 담보를 원하고 리스크 헷지(hedge)가 안되면 아예 투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국 기관은 개발사의 경험을 인정해주고, 수익을 이용해 단계별로 리스크를 헷지(hedge)하는 노하우를 인정해줍니다. 하지만 안타깝습니다. 해상풍력이 늘어나도 해외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기자재도 외국산이 많이 쓰이고, 결국 수익은 해외로 빠져 나가잖아요. 뒤늦게 국내 기업이 뛰어들어도 상당히 늦은 셈이지요.”

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현재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예정지는 전국 38곳 7.5GW규모다. 이 밖에 공공, 민간사업자가 풍황 계측기를 설치해 놓고 입지 타당성을 조사중인 단지는 85곳, 25GW 규모다.

실제로 외국계 민간 발전사들의 국내 해상풍력 진출은 본격화하고 있다. 오스테드는 지난해 11월 인천 굴업도 인근에 약 8조원을 투자해, 1.6 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는 800MW 규모의 울산 반딧불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200MW 규모의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중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스페인 해상풍력 전문기업 ‘OW 오프쇼어(Offshore)와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500MW 3개단지로 총 1.5GW)를 개발하는 MOU를 맺었다. 프랑스 토탈사와 세계적 자산운용사 맥쿼리의 자회사인 GIG(Green Investment Group)은 5:5의 지분비율로 울산과 전남에 5개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독일 RWE, 캐나다 노스랜드파워(Northland Power), 덴마크 COP 등도 투자했거나 추진중이다.

지난 7월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국내 친환경 인프라 투자사인 ‘이지스 프라이빗에쿼티(IGIS PE)를 인수했다. 이지스 PE는 신안 지역의 해상풍력 사업개발에 참여하는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강자다.

정부는 지난 7월 풍력의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를 기존 2.0에서 2.5로 올린 바 있다. 게다가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비를 12GW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해외 기업과 자본들이 국내 시장에 매력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Pain Point ③ 국내기업 기술력, 해외에 비해 한참 뒤쳐져 

B씨는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에 설치된 풍력이라고 해봤자 150MW 정도밖에 안되는데, 동남아 지역도 이 정도는 아니다”라며 “해외기업의 풍력 기술력은 상당히 올라간 반면, 국내 기업은 기술력에서 많이 뒤져 있다”고 했다.

‘2021년 상반기 신재생에너지 산업동향 보고서’(한국수출입은행, 이하 보고서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풍력시장 점유율 1위는 GE가 차지했고, 골드윈드(Goldwind), 베스타스(Vestas)가 그 뒤를 이었다. GE는 미국의 풍력 설치량 급증에 따라 전통적인 강호 베스타스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2020년 상위 13개 업체들의 풍력터빈 공급량은 86GW로, 전체 공급량의 89%를 차지해 글로벌 풍력시장은 13개 업체로 재편돼있다”며 “풍력산업은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확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2010년대 글로벌 풍력산업 구조조정 이후 신규진입업체가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두산중공업과 유니슨이 각각 8MW, 10MW 규모의 터빈을 개발하고 있지만, 해외에선 12MW(GE)나 15MW(베스타스)를 개발 중이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주요 풍력터빈업체 공급현황./BNEF, ‘2021년 상반기 신재생에너지 산업동향 보고서’(한국수출입은행)

 

J씨의 말도 이 상황과 일치한다.

“저희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을 당시 한국기업들은 3.5MW 정도였는데, 해외기업들은 12MW까지 기술이 발전하더라고요. 기술 개발이 되다보니, 한국에도 이를 판매할 수 있는 메리트(merit) 있는 시장으로 본 겁니다. 풍력터빈도 판매하고 투자자로서 수익도 갖고 갈 수 있다고 판단했지요. 그런데 국내 대기업들을 만나보면, 개발비가 너무 많이 든다면서 다들 리스크를 우려했습니다. 돈도 먼저 대가면서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대기업은 없었습니다.”

재생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풍력 설치용량은 4100GW로, 글로벌 발전설비용량 2만700GW 중 20%를 차지한다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향후 풍력발전은 이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일명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주 에너지원으로 가장 주목받을 예정”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는 개발도상국의 탈탄소 자금 지원이 큰 의제로 채택됐다. 향후 1000억 달러의 기후변화 대응 재원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 계획은 개도국에 풍력 발전, 철도 등 저탄소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상풍력이 바라봐야 할 곳이 국내만이 아니라는 의미다.

*공동 연구팀=  박동규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수석연구원,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편집장), 김효진 임팩트온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