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냐, 환경이냐"... 딜레마에 빠진 태양광업계

2021-08-24     송선우 editor

각국 정부 및 글로벌 기업들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최근 백악관은 2035년까지 미국 전력생산의 40%를 태양광으로 달성할 수있다는 보고서를 냈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비율 25.8%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2020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보고서에서 태양광을 "전력 분야의 왕 (King of Electricity)"로 표현하며 태양광의 폭발적 수요 증가를 예상했다. 

하지만 태양광 업계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태양광 패널의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망 내에 인권·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1년새 태양광 모듈 18%, 원자재 가격 6배 상승...

지난 10년간 태양광 모듈의 가격 변화/ PVInsights

지난 10년 동안, 태양광 모듈의 가격은 무려 90% 하락하면서 기존의 화석연료와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모듈 가격이 18%나 상승하면서 태양광 업계의 사업 경쟁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 

태양광 모듈 가격의 상승하게 된 이유는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작년 초 6달러 대였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현재 29달러까지 폭등하면서 태양광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약화됐다.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의 시작은 홍수, 화재 등의 재해가 중국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덮치면서부터다. 주요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다쵸, GCL에서는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통웨이는 대형 홍수를 겪으면서 폴리실리콘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중국의 생산 공장의 가동이 수개월 간 중단된 것이다. 이로 인해 작년 6월 한달 간 폴리실리콘 가격이 60%나 상승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세계 폴리실리콘 공급의 45%를 담당하는 위구르 신장 지역의 강제 노동 이슈가 불거지면서 태양광 업계는 인권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강제노동 이슈로 인해 촉발된 공급망 인권리스크

보리협흠(GCL)의 위구르 신장지역 폴리실리콘 공장/ PVmen

해당 이슈가 제기된 계기는 지난 5월 영국의 셰필드 할람 대학교가 태양광 공급망과 위구르의 강제 노동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다. 해당 보고서는 위구르 지역 주민의 현지 인터뷰, 위성사진, 여러 증거자료를 통해 위구르 신장 지역의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강제 노동에 동원된 위구르인들을 생산과정에 투입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국 정부와 관련업체들은 이에 반박하는 성명을 냈지만,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된 모양새다. 지난 7월 14일, 미 의회는 신장 위구르지역 강제노동과 연루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로 인해 주요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 융기실리콘, 호신실리콘산업, 신장 다쵸 뉴에너지, 보리협흠(GCL) 등이 미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됐다.

EU 또한 신장위구르의 강제노동에 대해 강력한 규탄 의사를 표시했기에, 비슷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폴리실리콘 공급망에 대한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신장 위구르 소재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전세계 약 90여개 업체들에게 폴리실리콘을 납품해왔기에, 신장 위구르 산(産) 폴리실리콘이 태양광 업계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폴리실리콘 원자재 수급부터 태양광 모듈이 생산되기까지 중국, 한국, 동남아 등 여러나라를 거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자재의 소재 추적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미중간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태양광 업계는 신장 위구르 제재를 계기로 중국 전역의 태양광 관련 물품 수입이 제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셰필드 할람 대학교의 보고서에 언급되지 않았던 캐네디언 솔라(Canadian Solar)와 트리나 솔라(Trina Solar)의 샘플 모듈 수입이 최근 미국 관세청에 의해 보류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중국산 모듈의 미국 수입이 제한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업계는 중국 외에 마땅한 공급망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초저탄소태양광연맹의 디렉터 마이클 파(Michael Parr)는 "미국과 유럽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다 합쳐도 약 4만1600톤에 불과한데 중국의 생산능력은 33만톤에 달한다"며 "태양광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태양광 업계의 원자재 공급망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혼란에 빠진 태양광업계... 앞으로의 선택은?

태양광 산업의 공급망 내 중국 비중/ Bernreuter Research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태양광 모듈 업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태양광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로 유상증자, 대출 등을 통해 생산 캐파(capa)를 대폭 확대하였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리스크로 수익성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태양광 1위 업체(출하량 기준) 징코 솔라(Jinko Solar)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78% 감소하였으며,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또한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암울한 상황을 맞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캐네디언 솔라의 부사장 시용 하이보(Xiong Haibo)는 "현 상황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하는 다운스트림 업체는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태양광 업계 전반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에너지 전문가들 또한 현 상황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IPCC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오르기 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태양광 에너지의 확대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미 태양광협회(SEIA) 회장 아비가일 호퍼 (Abigail Hopper)는 "세계 각지에서 태양광의 비중을 높이고자 하지만, 현재의 미래 불확실성과 비용증가 추세가 계속된다면 태양광 설치 목표에 심각한 지장이 갈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인권보호와 기후변화대응사이에서 태양광 업계와 각 국 정부는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