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프라은행, 탄소중립의 핵심 인내자본 공급자 역할로 부상

2021-08-24     송준호 editor

 

영국 인프라 은행(=UKIB, UK Infrastructure Bank)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영국 인프라 은행(UKIB, UK Infrastructure Bank)을 설립했다. 인프라 은행 설립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필수조건인 기후변화 대응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영국의 기후변화 위원회(CCC, Climate Change Committee)는 영국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1년에 500억 파운드(약 80조 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위원회는 투자 비용의 상당 부분이 인프라 부문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인프라 은행이 이를 위한 자금 공급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이시은 연구원은 23일 ‘영국 인프라 은행의 설립과 주요 역할’ 보고서에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에, 정책금융기관의 선도적인 자금공급과 민간자금 유인 등 인내자본 공급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영국 인프라 은행 , 민간에서 공적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

"탄소중립사회 전환에 정책금융기관이 선도적 역할 할 것"

영국 재무부는 지난해 11월, 국가 인프라 전략(NIS, National Infrastructure Strategy)을 통해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가 인프라 전략은 지역경제 활성화, 기후변화 대응, 민간의 인프라 투자 실행 가속화 등의 세부 방안을 제시했다. 

이시은 연구원은 영국 인프라 은행이 유럽투자은행의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봤다. 

영국은 20년 1월 브렉시트 이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관련된 금융 기관이 부재한 상황이었다. 브렉시트 이전에는 유럽투자은행(EIB, European Investment Bank)이 유럽의 그린딜과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다자간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했다. 

영국의 스타트업・중소기업 전담 정책금융기관인 브리티시 비즈니스 뱅크(BBB, British Business Bank)가 있지만, 산업 전반에 자금을 공급하여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에는 규모와 역할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영국 인프라 은행은 영국 재무부가 50억 파운드(약 8조 원)를 출자하고 부채관리청(DMO, Debt management office)이 운영하는 정부 신용기관에서 70억 파운드(약 11조 원)를 대출 받고, 향후 4년간 매년 25억 파운드(약 4조원)씩 100억 파운드(약 16조 원)의 보증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인프라 은행은 220억 파운드(약 35조 원) 규모의 인프라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인프라 은행은 네 가지 투자 원칙을 바탕으로 민간부문과 지역정부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민간자금 유인 등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네 가지 투자 원칙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기후대응 역할에 부합 여부 ▲인프라 자산 및 관련 신기술 대상 ▲수익 창출 ▲ 민간투자 유인 가능성이다.

인프라 은행은 이 원칙을 바탕으로 청정에너지, 운송, 디지털, 수자원과 폐기물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은행은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에 구제 금융은 제공하지 않고, 원유, 천연가스, 발전용 석탄 관련 프로젝트는 지원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다만, 탄소배출을 현저히 감축시키거나, 기존 화석연료 자산을 해체하는 프로젝트는 배제 목록에 있는 프로젝트라도 지원하기로 했다.

인프라 은행은 민간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시작했고, 점진적으로 지역정부 등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은 녹색 신기술 분야 지원으로 투자 리스크를 낮춰서 민간 투자를 유인하고, 지역 정부 프로젝트 심사는 재무 건전성과 상환 능력을 우선 고려하는 등 민간과 공적 영역에 맞는 개별 지원 전략을 세웠다. 

이시은 연구원은 “영국 인프라 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향후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선도적인 자금 공급을 통해 신시장을 창출하고 민간자금을 유인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남동발전이 IBK기업은행과 2016년부터 1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조성해 운영해오고 있다. 탄소펀드는 중소기업 온실가스 감축사업 지원 플랫폼이다. 펀드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비 및 감축설비 운영비용을 저금리 대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환경부 외부사업 등록 및 배출권 인증 절차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