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모리스 ESG워싱 논란... "ICMA 주축으로 'ESG펀드 최소등급' 만들어 해결하자"

2021-08-25     송준호 editor

세계 최대의 육류가공업체인 JBS는 뇌물, 환경오염 등의 부정적인 이슈가 있고,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제품 자체가 부정적인 영향은 주지만 ESG 등급은 높다. 'ESG 워싱'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기업의 제품과 ESG 등급간 모순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속가능 금융 컨설팅 전문가인 스탠포드대 외래교수 안토니오 비브스(Antonio Vives) 이사는 23일 지속가능성 전문매체 그린비즈 기고를 통해 ESG 워싱 해결책을 제안했다. 

비브스 이사는 “ESG 워싱 문제를 개선하려면, 합의된 ESG 포트폴리오 최소 기준을 마련하고, 인증 평가기관들의 ESG 평가 평균 점수로 ESG 채권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안토니오 비브스(Antonio Vives) 쿰페테르(Cumpetere) 이사는 CSR과 ESG, 금융 인프라 전문가다.  스탠포드 대학 외래 교수이자, 다국적기업 CEMEX와 Abengoa의 자문을 거쳤다. 다자개발은행들의 지속가능성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Cumpetere)

 

ESG워싱 구분할 네 가지 질문

규제 당국과 평가사는 답하기 어렵다

 지속가능성 및 인프라 컨설팅 기업인 쿰페테르(Cumpetere)의 안토니오 비브스 이사는 ESG 증권시장에서 워싱을 방지하려면 네 가지 문제에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ESG 개념(E,S,G 각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소 기준 측정(E,S,G 각 요소마다 얼마만큼의 기여와 노력이 필요한가)▲요소간 상쇄 기준(E,S,G 각 구성요소 간에 얼마만큼의 상쇄를 인정해야 하는가) ▲ESG포함 범위(유해 효과가 ESG에서 부정적 영향으로 간주되는가) 등 4가지다. 

비브스 이사는 “증권시장 규제당국은 첫 번째 질문인, 통용되는 ESG 구성요소에 대한 정의, 공시와 투명성에 대한 답만 제시할 수 있다”며 “다른 세 문제에는 접근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현재 평가사 대부분이 활용하는 평가 방법론은 기업이 ESG 구성요소 각각에 수행하는 긍정적 노력의 질과 부정적 영향의 정도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SG 평가 등급 높은 JBS와 필립 모리스

뇌물, 환경오염, 유해 상품 문제는 평가에 반영 안 되나

비브스 이사는 세계 최대 육류가공업체인 제이비에스(JBS)와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Phillip Morris) 같은 글로벌 기업 사례를 보면 ESG 펀드 라벨의 취약성이 쉽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JBS는 지난 6월 지속가능성 연계채권을 발행했다. 이 펀드는 직접탄소배출을 의미하는 스코프(Scope) 1과 2에서 탄소배출량 30%를 감축하겠다는 약속으로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으로 분류됐다. JBS의 채권은 ESG 평가사인 ISS ESG 평가 기업 256개 중 118등으로 상위 50% 안에 들었다.

비브스 이사는 “JBS 총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축과 토지 이용 변화 같은 스코프(Scope 3ㆍ공급망을 포함한 간접배출량)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다.

비브스 이사는 “JBS는 3명의 브라질 전 대통령, 정치인 1850명, 거래 내부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브라질과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냈고, 아마존에서 삼림 벌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연간 8000만톤의 오수를 배출하여 미국에서 수질오염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JBS는 E,S,G 각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있는데, ESG 펀드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필립 모리스는 담배 연간 7000억 개비를 판매하는 회사임에도, 북미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JSI)의 최고 수준(best in class) 등급을 받고 있다.

비브스 이사는 “필립 모리스의 E(책임 농업), S(근로자에 좋은 처우), G(이사회 다양성)이 과연 회사 제품의 유해성을 충분히 상쇄하고, 높은 ESG 등급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펀드 포트폴리오의 '지속가능성 등급' 

신용위험 평가 참고한 평가 등급 

안토니오 비브스 이사는 기관투자자가 ESG 포트폴리오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등급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관투자자가 투자할 때 일정 수준의 투자 등급을 요구한다”며 “책임투자를 원하는 투자자가 요구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등급이 필요하다 ”라고 설명했다.

안토니오 비브스 이사는 "신용과 지속가능성 리스크는 합의 수준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브스 이사는 "ESG 시장에는 수백 개의 평가사가 있고, 수천 개의  평가 지표가 있다"며 "이 산업은 합의에는 관심 없고, 차별화로 이익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ESG 라벨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합의된 최소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브스 이사는 "신용 리스크 평가는 리스크 정의와 평가 방법론에 있어서 시장의 합의가 비교적 잘 이뤄져서 혼란이 적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비브스 이사는 또 "신용 리스크 평가와 유사하게, ESG 펀드 라벨의 범위를 한정하는 합의된 최소 기준인 '지속가능성 등급'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방법에 따르면 ESG 채권은 인증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 등급 담당 기관이 10개 평가사를 선별하고, 발행사는 10개 평가사의 ESG 평가점수 평균을 계산해서 공개해야 한다.  지속가능등급은 10등급으로, 펀드의 ESG 평균 점수가 7등급 이상이고 E,S,G 각각 5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E,S,G 하나에 특화된 펀드면 7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지속가능성 등급 담당 기관은 등급 기준을 산정하고, 평가사를 선정할 권한이 있다. 비브스 이사는 "규제 당국은 역할에 제한이 있고, 평가사는 평가 주체로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으며 독립적인 기관이 지속가능성 등급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브스 이사는 "국제자본시장연합(ICMA, International Capital Markets Association)을 추천한다"고 했다. ICMA는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 원칙을 만들어 낸 금융 기관들 연합이자 독립적인 기관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