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아서】 ⑧금융권, “기후금융 컨트롤타워 필요해"

2021-08-27     김효진 editor

임팩트온-사회적가치연구원 공동기획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아서]

[8] 금융권, "기후금융 컨트롤타워 필요해" 

내용을 2050 탄소중립이 발표됐지만, 정책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제각각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임팩트온은 사회적가치연구원(나석권 원장), 한양대 박동규 경영대학 교수와 공동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찾기 위해 내러티브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폐기물, 금융 부문 등 현장 전문가 16인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니즈(Needs)와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무엇인지 파악해봤다.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면담자들은 익명 처리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국가가 재생에너지 토대로 경제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 등 대단위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치 운영과정에는 큰 비용이 들어간다. 부품비가 비싼 해상풍력의 경우 설치비용만 대당 고정식이 50억원, 부유식이 60억원 넘게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상풍력은 사업비가 조 단위 규모다. 

재생에너지에서의 투자자 역할은 지난 6월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발표한 ‘2021 세계 에너지투자 현황(World Energy Investment 2021)'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보고서는 2020년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전년보다 증가한 반면, 화석연료 투자는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술 발전 등으로 재생에너지 자본비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2020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지출은 2019년 대비 7% 증가했다. 

이러한 투자 증가에 힘입어, 2020년 신규 풍력설비는 2019년 두배 수준인 114GW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신규 태양광설비도 전년보다 25% 증가하여 135GW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동 기간 전 세계 총 재생에너지 설비는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때문에 현장조사에서 만난 업계 전문가들에게도 주된 관심 대상 중 하나는 국내 '금융권’이었다. 특히, 그들은 금융권의 투자 참여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동시에 까다로운 투자 조건 등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국내 금융권에서 재생에너지 시장에 대한 관심사와 우려 요소는 무엇일까. 이 질문을 갖고 국내 대형 은행과 자산운용사를 비롯, 재무자문과 PF(프로젝트 파이낸스)를 담당하고 있는 회계법인 등을 만나봤다.

Pain Point ① 지자체 추진 어려운 경우 많아…정부 주도 컨트롤타워 필요해

인터뷰에 참여한 금융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기후금융 확대를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B은행의 A 차장은 “환경부 등 개별부처 주도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려 해도 지자체 반대로 추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중앙정부 부처를 통합하는 컨트롤타워를 통해 기후금융,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의 핵심 역할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정권 압박과 영향 때문이 아닌, 재생에너지 시장 자체에 수익 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시장성 때문에 은행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지만 지자체별로 서로 다른 조례와 민원 해결의 어려움, 복잡한 인허가 과정에 의한 사업 지연이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자체의 서로 다른 기준 가운데 “사업자들이 민원 해결에 완벽한 플랜을 짜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통일된 제도와 그에 따른 획일된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풍력의 주된 민원은 소음인데, 생활 침해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데시벨 기준을 컨트롤타워 등으로 명확히 세워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P운용사의 H대표도 제기했다. 그는 “정부가 그린뉴딜 자체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면서, 이를 일률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도 마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서해안의 화성호 사례를 언급했는데, 조건상 화성호는 조력 발전이 친환경적으로나 그린뉴딜 목표상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농어촌공사가 일전에 계획한 담수호를 포기하지 못해 조력발전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성에 기반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이 같은 각 이해관계별 갈등 상황을 조정한다면, 재생에너지도 활성화되고 투자 생태계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Pain Point ② 민원 발생 줄이고 사업 확대하려면, “주민 상생형 사업”이 답

사업자에게는 당연한 사실이지만 금융권에서도 ‘민원’ 이슈는 부담이다. A 차장은 “주요 인허가가 끝나고 중간에 민원이 심해지면 작은 인허가 사항으로 시간을 끌게 되고, 지자체는 주민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된다”며 "그러다 보면 투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원 발생을 줄이고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확대시킬 수 있는 주민 상생형 사업에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H대표는 “투자에서도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공의 이해와 더불어 주민이 같이 가야 그린뉴딜 투자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주민들도 재생에너지로 충분한 수익이나 혜택을 받아야 민원 이슈 없이 장기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며, 그래야 금융권도 지속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집적화 방법에서 주민 수용성 사업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정책 중 40메가와트(MW)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자체와 민간협의회가 협력해 민간협의체 명의로 신청하는 집적화 방식이 있는데, 이 집적화 단지를 정부 지원 아래 개발하면 지역주민도 참여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동시에 민원 등의 리스크를 초기에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집적화 방식은 주민 참여가 20% 이상이어야 수익 배분을 위한 인센티브가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주민들은 투자할 여유가 없다. H 대표는 "사모펀드를 만들어 주민에게 투자금을 빌려주고 기업들은 에너지 설비 건설 후 유동화 프로그램으로 참여시키면, 주민은 수익이 생겨서 좋고 기업 측면에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에 지속가능한 투자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ain Point ③ 국내 금융권, 기업에 과도한 담보나 보증 요구하지 않아

인터뷰에 참여한 재생에너지 현장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권이 발전시간보증 등을 요구하거나 대기업보다 재정 상태가 약한 중소기업에게는 대출하지 않는 등 해외 금융사보다 장벽이 높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A 차장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해외 금융권은 선순위권자에게는 더 심한 헷지 상품을 가입시키는 상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사업은 에쿼티(Equity)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밑에서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국내는 에쿼티 비중이 낮아 리스크를 안고 가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업자들 니즈(needs)에 맞춰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 발전시간보증 같은 요구가 생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부품비와 사업규모가 상당한 풍력의 경우에는 국내 금융권의 투자가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인터뷰에 참여한 금융권 전문가들은 국내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해 국내 기술발전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기술 수준은 지멘스 등 해외기업 수준에도 못 미칠뿐더러 성능도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렇기에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 수준에 걸 맞는 기술 개발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상생 모델도 정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좋은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기술을 뺏길 것을 걱정해 상생하고 싶어하지 않아, 기술 발전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의 걱정을 완화할 상생 방안이 구축되어 국내 기술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E회계법인 L상무는 국내 폐기물 에너지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폐기물 사업의 재무자문과 PF를 추진 중인 그는 국내 폐기물 기술은 해외에 필적할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기술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으며, 신기술이라 금융권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와 기술 격차가 상당한 풍력 등에 돈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기술력이 분명한 폐기물 에너지 사업을 향한 투자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Mini Review

국내 금융권의 재생에너지 투자 의지는 분명하다. 이 의지는 정책에 따른 압력 때문만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시장의 안정성과 발전 가능성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권은 투자의 지속가능성과 활성화를 위해 주민 상생형 방안이나 사업자 니즈를 고려한 투자 상품 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투자 방해 요소로 민원 이슈나 통일되지 않는 규제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것을 꼽았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제기한다. 더불어 해외와의 기술 격차가 국내 시장의 투자 활성화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상생 모델을 구축해 기술 수준을 높이거나, 기술력이 있는 폐기물 에너지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공동 연구팀= 박동규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수석연구원,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편집장), 김효진 임팩트온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