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 보는 에너지 전환 주요 의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탄소중립의 핵심 전략인 에너지 전환 정책은 정책 담당 부서 신설, 일자리와 인프라 마련 등을 포함한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로이터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행사’의 핵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로이터는 에너지 전환 의제에 관한 글로벌 주요 기업의 시각을 묻는 설문과 인터뷰를 전했다.
로이터는 2021년의 관련 기업들이 인식한 에너지 전환 주요 의제로 ▲협력 ▲지배구조 ▲ 전환 자금 조달 ▲전기화 및 기술 ▲가스의 역할 ▲산업 전환 ▲정의로운 전환을 꼽았다. <임팩트온>은 로이터 보고서의 에너지 전환 주요 의제와 기업 시각의 핵심을 요약한다.
협력 없는 전환 어렵다, 에너지 전환 의제를 시민에게 전달하라
독일의 거대 전기, 천연가스 공급회사 RWE의 CEO 마커스 크레버(Markus Krebber)는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라며 “많은 국가에서 그린 에너지 상품에 필요한 송전선, 백업 용량 및 인프라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저항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정치인과 협업해서 시민들에게 보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고 무엇을 포기할지 논의하도록 이슈를 전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페인 전기회사 이베르드롤라(Iberdrola)의 CEO 이그나시오 갈란(Ignacio Galan)은”에너지 전환 달성에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산업간 협력이 발생하고 있다” 며 “공적 영역에서 도시들이 국가의 에너지 전환 목표와 정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로돌포 라시(Rodolfo Lacy) 환경국장은 "현재 포스트 코로나 경기부양책 펀드의 17%가 녹색 회복 프로그램으로 흘러 들어간다"며 "이는 3600억 달러(419조 2560억 원)인데 연간 화석연료 보조금에 쓰이는 5000억 달러(582조 3000억 원)에 한참 못 미친다"고 말했다.
라시 국장은 “이런 해로운 보조금을 줄이고 전환에 필요한 인프라와 기술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전환 딜레마, 기후 변화와 경제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주요 산유국인 노르웨이가 에너지 전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티나 브루(Tina Bru) 노르웨이 석유에너지부 장관은 “노르웨이는 탄소배출량을 줄여서 파리 기후협약에 따라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동시에 석유와 가스는 노르웨이의 가장 큰 산업으로 20만 명을 고용하고 있고, 우리는 이 에너지에 당분간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산유국이 아닌 제조업 국가도 석유 의존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는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석유 연료를 사용하는 제조산업 비중이 높다. 그레이스 푸 하이 위엔(Grace Fu Hai Yien) 싱가포르 지속가능환경부 장관은 “우리가 제품을 어떻게 더 나은 방식으로 생산할지가 관건”이라면서 “에너지 효율성을 위해 R&D 파트너십으로 저탄소 솔루션을 탐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인 듀크 에너지(Duke Energy)의 린 굿(Lynn Good) 대표는 “2050 넷제로를 달성을 위해 저탄소 수소, 탄소 포집과 같은 기술을 빨리 도입하는 것과 사적 자본을 끌 만한 가격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앤 마리 트레블리안(Anne-Marie Trevelyan)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11월에 있을 COP26의 성공을 위해서는 글래스고에 오는 모든 국가가 지구 기온 상승을 1.5ºC로 제한하는데 도움이 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 주요 과제, 투자자를 매료시켜라
2021년 로이터 행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에 연관된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주요한 고민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와 환경 건축 분야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우드(Wood)의 CEO 로빈 왓슨(Robin Watson)은 “에너지 전환만큼 자신을 드러내는데 설득력 있는 투자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일과 삶의 방식과 지구에 우리가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자는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석유 및 가스 기업들도 에너지 전환을 지속가능한 수익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쉐브론의 피에르 브레버(Pierre Breber) 부대표는 “우리의 메시지는 더 적은 탄소, 더 높은 수익”이라며 “투자자를 되찾는 것이 우리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녹색 수소,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을 확장하려면 비용이 낮아질 때까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기화 및 기술의 역할, 에너지 플랫폼을 개발하라
딜로이트(Deloitte)의 스탠리 포터(Stanley Porter)이사는 “비용 절감으로 풍력과 태양광 기술이 2023년까지 가스, 2024년까지는 석유를 추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풍력과 태양광뿐만 아니라 청정 수소, 탄소 포집 및 저장 같은 더 넓은 범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의 에너지 최고기술 책임자 데이비드 홈즈(David Holmes)는 미래 에너지 시스템은 설비의 현대화와 디지털화 부문에서 상당 수준의 발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봤다. 그는 “IT기업은 에너지 부문에 공통 데이터 환경을 제공하여 정보 및 운영 기술을 통합할 플랫폼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BB(ABB Process Automation)의 피터 테르비쉬(Peter Terwiesh) 산업 자동화 사장은 “기후 위기에서 기술의 역할을 말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것이 없다”며 “프로세스 자동화는 산업 공장이 비핵심 전력 부하를 일시적으로 차단, 재생에너지 사용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전력회사는 가스를 전환 에너지로 본다
로이터의 설문조사 결과 듀크 에너지, 에디슨 인터내셔널, 이벨드롤라를 포함한 다수의 전력 회사는 천연가스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에너지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케일 가스 모회사 에나가스(Enagas)의 마르셀리노 오레자(Marcelino Oreja) 대표는 “2025년 이후에는 상당한 양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큰 프로젝트를 찾아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GE 가스 파워(GE Gas Power)의 스콧 스트라직(Scott Strazik) 대표는 “수소 연료와 탄소 포집을 이용하면 가스는 미래의 탄소중립 목적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 전환 에너지는 수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라
블룸 에너지 셰릴린 무어(Sharelynn Moore) 기업홍보 부사장은 “수소 없는 넷제로는 불가능하다”며 “수소가 탄소배출이 없는 유일한 에너지원은 아니지만, 수소는 신뢰할만하고, 활용성이 있고, 에너지를 장기 저장하는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의 세이피 가세미(Seifi Ghasemi) 대표는 “언젠간 우리의 에너지는 풍력, 태양광, 수소 혹은 원자력을 통해 생산되는데, 생산 전력의 절반은 전기차, 온열, 에어컨 등에 활용된다”며 “우리는 그린수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세미 대표는 “그린수소는 버스, 트럭, 기차, 비행기, 배와 중공업 부문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린드(Linde) 청정에너지의 안드레아스 오퍼만(Andreas Opfermann) 부사장은 “트럭 운송 산업에서 2~3년 이내에 진짜 함대가 나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트럭 운송 산업에서 그린수소 활용이 증대되리라고 점쳤다.
맥더못 인터내셔널의 매튜 하우드(Matthew harwood) 전략부문 리더는 “우리는 그린 수소생산시설을 넘어 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생산 기업, 이엔 플러스 그룹(EN+ Group)의 바커(Lord Baker of Batter) 대표는 “일부는 근시안적으로 행동하며 이 기술들을 받아들이는데 아직도 주저하는게 놀랍다”라며 우려했다.
정당한 전환, 새로운 기회는 공평하게 나누자
로이터는 설문조사 대상 기업의 60%가 다양성과 포용이 사업에 중요하거나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기본 자재와 인력 부족이 에너지 전환 속도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해석했다.
IT기업 인포(Infor)의 인적자원 책임자 피트 스파버(Pete Sparber)는 “우리는 이 기회로 수백만 개의 기회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 기업 엑셀론(Exelon Utilities)의 캘빈 버틀러(Calvin Butler) 대표는 “이런 기회는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더 청정한 에너지 미래를 건설할 때 자원과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유색인종은 가장 오염된 공기를 마실 확률이 61% 더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