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읽기】 독일자산운용사 DWS 그린워싱 조사 그 이후

2021-09-01     김환이 editor
DWS가 독일ㆍ미국 금융규제기관으로부터 ESG투자 성과를 과장공시한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DWS

 

독일 자산운용사 DWS의 '그린 워싱' 관련 규제당국의 조사에 대해 자산운용사들이 업계 전반의 스캔들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각) FT가 보도했다.  

DWS는 연례 지속가능보고서에 자사의 ESG투자 성과를 과장되게 공시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독일 연방금융감독기관(BaFin)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위법 행위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이에 대해 컴제스트(Comgest)의 세바스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T에 "DWS에게 일어난 일은 거의 모든 투자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DWS의 전 지속가능성 책임자, "ESG 투자 절반은 거짓"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올해 초 DWS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책임자로 일하다가 해임된 데지레 픽슬러(Desiree Fixler)의 내부 고발 인터뷰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DWS가 2020년 연차보고서에서 9000억달러(1040조원)의 자산 중 절반이상이 ESG 기준을 사용해 투자되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ESG 투자는 그린워싱'이라는 블랙록의 내부 고발자인 타리크 팬시에 이은 또다른 의혹 제기였다. DWS는 2018년까지 도이체뱅크의 자산운용사였으며, 현재는 독일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독립 투자기관이자 도이체뱅크의 자회사이다. 

DWS의 2020년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ESG 관련 통합 자산은 총 4590억유로(630조원)로 순자산총액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ESG 기준과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펀드 상품이나 기금까지도 ESG 투자로 분류해 허위 공시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픽슬러는 DWS에서 전반적인 ESG 전략을 수립하고, 수탁자 및 기업이 ESG 책임에 부합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DWS가 투자자들에게는 'ESG 투자가 중심이며 업계 평균보다 ESG 투자 기준이 높다'고 설명했지만 내부적으로는 ESG 전략을 정의하고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DWS가 투자자들에게 ESG 투자 기준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 성과까지 과장 홍보해 투자자들이 잘못된 투자를 결정하게 했다"면서 "DWS의 ESG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구식이며 외부 평가기관의 ESG 등급에 의존해 ESG 자산을 편의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DWS 주가 14% 가까이 폭락하기도 

그의 주장이 제기된 이후, 조사에 착수한 독일 금융감독관은 DWS가 법적 의무를 준수했는지, 지난 회계연도의 투자 조건에 따라 펀드를 관리했는지 등을 판단할 예정이다. 연간 감사보고서도 평가해 DWS의 그린워싱 행위로 인한 투자자들이 잘못된 판단과 의사결정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지난 3월 그린워싱 행위를 방지하는 전문 기후 및 ESG 태스크포스 출범 이후 DWS를 '지속가능성 그린 워싱' 최초 사례로서 조사 중에 있다. 투자자, 고객 등 내외부적으로 공시된 ESG 정보 중 잘못된 정보가 있는지, 기업, 투자 자문가 및 펀드에 대한 잘못된 진술 여부 등 ESG 가이드라인에 기반한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한다. 

DWS CEO 아소카 뵈르만(Asoka Woehrmann)는 픽슬러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ESG 투자 상품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지 언론에서 제기되는 주장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연례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과 근거는 명확하고 투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DWS의 주가는 내부고발자 픽설러의 ESG 투자 주장에 대한 조사 이후  14% 가까이 폭락했다. 

 

영국 금감원, '그린워싱 주의보' 발령 

문제는 이번 사건이 DWS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에서 '지속가능성'의 의미 또한 자산운용사와 고객 간의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어떤 자산운용사들은 화석연료 주식을 배제하는 반면, 어떤 자산운용사들은 화석연료 회사의 이사회에 압박을 주기 위한 방편으로 정유기업 주식을에 투자한다.

지속가능성(ESG) 지표로 기업을 평가하는 데이터 제공업체들 간에도 평가결과가 다르다. DWS ESG 부문에 정통한 관계자는 FT에 "데이터 품질이 정말 나쁘다"며 "1980년대 자료로 투자하려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랙록이 지난해 425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53% 가량이 "ESG 데이터 품질이나 가용성이 낮아 지속가능성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말하는 'ESG 통합(integration)' 또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다. A 자산운용사에서는 주식을 매입하기 전 해당 포트폴리오 기업의 ESG점수를 고려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B 자산운용사에서는 ESG 평가등급을 기준으로 특정 주식 매입을 제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각국의 금융 규제기관은 '그린워싱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지난 7월 영국의 금융감독원에 해당하는 FCA도 "ESG나 지속가능성 펀드들이 아직 투자기준에 미달해 실제 ESG 전략으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편지를 모든 투자자들에게 밝히기도 했다. 지난 3월 발효된 SFDR(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 또한 자산운용사와 기타 금융시장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ESG 보고요건을 부과했다. 

독일의 금융당국도 소매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성 펀드를 설정할 때, 자산운용사가 의무적으로 충족해야 할 요건을 강화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고 FT는 밝혔다. 

DWS의 조사가 이번 한 사례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