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량 많은 산업군, 배출 현황과 2050년 탄소중립 전략은?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매우 높고 탄소를 더 많이 뿜어내는 산업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이 더 험난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추진 전략에 더 많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현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31일 산업연구원 주최로 개최한 '산업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과 주요과제' 세미나에서 이러한 개회사를 전했다.
이날 산업연구원 담당 연구원들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네 개 산업분야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탄소배출 현황과 대책을 나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 연구본부장은 “산업 부문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2030년까지 주요국은 17~40년 정도 탄소배출을 줄일 시간이 있으나, 한국은 9년밖에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산업의 국제 경쟁력과 환경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산업 구조와 기술 역량, 글로벌 경쟁 구조를 고려한 효과적인 감축전략을 세우며, 산업 생태계를 혁신해 온실가스 감축으로 사회적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철강 산업
이재윤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소재산업실 연구위원은 철강 산업이 조강생산부문 세계 6위, 수출 부문 세계 3위로 높은 설비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가진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철강산업은 산업경쟁력이 높지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며 “전체 산업부문 배출량의 41%,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의 14%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재윤 연구위원은 철강 산업은 “에너지 소비와 효율성이 모두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철강 생산에 많이 사용되는 고로 방식으로 철강 1톤을 생산하면 이산화탄소 1.98톤이 발생하는데, EU의 1.64톤 수준에 비해 그렇게 높은 수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철강산업은 인위적으로 생산을 감축하기보다는 기술개발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 주요한 방향”이라고 답했다.
이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단기(2030년), 중기(2040년), 장기(50년) 전략을 각각 제시했다. 단기 전략은 기존의 탄소배출저감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스마트 팩토리 구현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중기 전략은 기존 공정 기반의 혁신기술을 개발하는데, 특히 탄소저장 및 포집(CCUS)과 고로 생산 방식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장기 전략은 수소기반 철강산업으로 구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하고 한국형 수소환원제철을 개발해 엔지니어링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정책과제와 관련, “단기 대응수단이 부족한 철강 산업의 상황을 고려해 과도한 규제를 삼가고, 그린 인프라 확보를 위한 국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산업
조용원 소재산업실 연구위원은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 생산규모가 세계 4위, 국내 제조업 중 5위"라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석유화학 산업의 주원료는 원유, 가스, 석탄인데, 한국은 원유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며 “석유화학은 에너지 집약 산업이자 원료지향형 산업으로 탄소 직접배출량은 철강에 이어서 2위, 간접 배출량은 1위”라고 지적했다.
국내 30대 온실가스 최대 배출량 산업체 중 업종으로는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 순으로 배출량이 높지만, 포함 기업 수는 9개로 가장 높다.
해당 기업은 ▲LG화학(6위) ▲롯데케미칼(11위) ▲한화토탈(18위) ▲여천엔씨씨(21위) ▲금호석유화학(22위) ▲SK종합화학(23위) ▲한화케미칼(24위) ▲OCI(27위) ▲SK인천석유화학(30위)이다.
조 연구위원은 석유화학 탄소중립 추진 전략으로 설비 효율을 향상하는 공정 개선, 기존 나프타 원료를 수소나 바이오 나프타로 바꾸는 원료대체, 전기화하는 연료 대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자원순환을 제시했다.
조용원 연구위원은 “석유화학 산업단지별 탄소중립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에너지 부문, NGO, 정부, 대학 및 연구기관, 폐기물, 금융 부문의 이해관계자와 역할을 분담하여 협력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석유사업법과 폐기물관리법을 개선해 현행법상 석유화학 공정원료로 사용 하지 못하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멘트 산업
이고은 소재산업실 연구원은 “한국 시멘트 산업은 생산 부문 세계 13위, 소비 부문 세계 9위, 수출 부문 세계 14위로 경쟁력이 있으며, 국내 생산량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소비되므로 수출 비중은 작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시멘트 산업 공정은 석회석 공정, 원료 공정, 소성 공정, 시멘트 분쇄 및 출하 공정으로 석회석을 원료로 점차 더 잘게 분쇄하고 고온에서 혼합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고은 연구원은 “시멘트 산업은 2017년 기준 탄소배출량 3800만 톤으로,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며 특히 공정배출이 2524만 톤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1450℃ 이상의 고온 공정이 필요하므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직접배출이 발생하고, 공정 과정에서 다량의 공정 배출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산업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시멘트 기업은 상위 25위 안에 7개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해당 기업은 ▲쌍용양회공업(4위) ▲삼표시멘트(9위) ▲성신양회(13위) ▲한라시멘트(14위) ▲한일시멘트(16위) ▲한일현대시멘트(19위) ▲아세아시멘트(25위)이다.
이고은 연구원은 시멘트 산업 탄소중립 단기(30년) 전략으로 원료 전환, 폐자원사용 확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단계적 감축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50년) 전략으로는 기존 감축 수단의 목표율을 확대하고 수소로 전환하며 CCUS 등 신기술 도입을 통한 적극적 감축을 수행해야 한다고 이 연구원은 전했다.
이고은 연구원은 “시멘트 산업은 폐플라스틱과 같은 순환자원을 그린에너지로 인정받고, 혼합시멘트의 수요처를 확대하는 노력이 있어야 2050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남상욱 신산업실 부연구위원은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각각 세계 2위와 세계 1위로 가장 중요한 수출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한 번에 묶어서 말하는 것은 공정구조와 탄소배출 구조가 유사해서인데, 앞선 세 산업과 달리 직접배출량이 적고 간접배출량이 많다”고 전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직접배출이 89만 톤인데 비해 간접배출은 2072만 톤으로 간접배출 비중이 높다.
남상욱 연구위원은 “공정 과정에서 F가스(불소를 함유하고 있는 화합물)를 사용하면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F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실상, 이 산업분야에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어떻게 상쇄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남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배출 제어를 통해 감축률을 확대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F가스를 대체하고 저감장치 효율을 향상하여 감축율 99%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연구위원은 “이 분야는 성장 분야로 대규모 투자를 기획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 확대에 따른 배출량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NF3(삼불화질소)나 N20(이산화질소) 같이 온실가스로 인정받지 않지만 실제로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가스를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항목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저탄소 공정 인증 및 제품 인증을 위한 센터 수립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