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레벨에 다양성이 부족한 진짜 이유는? BCG 보고서
미국의 컨설팅 전문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30일(현지시각) 임원 레벨의 다양성 비율이 떨어지는 근본직인 원인을 심층 분석한 '고위관리직 다양성 부족의 진짜 이유(The Real Reason Diversity Is Lacking at the Top)'라는 제목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글로벌 10개 컨설팅 기업의 50명의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다.
결과 제시에 앞서, BCG는 현재 기업의 다양성 현황을 진단했다. 사실 기업의 임직원 다양성 확대 노력은 외부 압력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인종 불평등 이슈가 뜨겁게 불거짐에 따라, 기업들이 다양성 목표를 제시한 사례는 이를 방증한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스타벅스, 골드만삭스 등 다수의 기업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언급하며 임직원 다양성 비율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외부 압력에 더해, 최근에는 기업 성과 개선 측면에서 다양성 확대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18년 BCG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의 다양성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매출 또한 높았다. 3년간의 기업 매출을 비교 분석한 결과,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19%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영 리더 레벨에서의 다양성은 제자리 걸음에 머물러 있다고 BCG는 진단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중간관리자급의 흑인 비율은 2007년 7.3%에서 2018년 7.5%로 소폭 증가했지만, 고위경영진은 3.6%(2007년)에서 3.3%(2018년)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BCG는 "고위급으로 올라갈수록 다양성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갖고 BCG는 컨설팅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시행해, 먼저 고위직으로의 승진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했다. 그 결과, ▲분석력 또는 문제 해결 능력 입증 ▲지시를 받기보다는 독립적으로 업무 추진 ▲협력 업무 환경에서 본인 의견 어필 ▲실행 가능한 피드백 제시 ▲적시에 피드백 해결 ▲시의적절하게 도움 요청 ▲승진에 필요한 지지자 및 후원자 지원 확보 ▲인재 양성에 투자하고자 하는 멘토 확보 등 8가지에서 하나라도 벗어난 사람은 고위직 승진에 배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8가지를 토대로 BCG는 어떠한 근본적인 원인이 승진을 좌절시키게 만드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소속감 결여 ▲전문영역 기회 탐색의 어려움 ▲성장 마인드 결여 ▲수준 이하의 컨설팅 능력 ▲컨설팅 수단(tool)에 대한 습득 부족 등 5개 근본 원인이 파악됐다. 이에 덧붙여 BCG는 이번 조사가 컨설팅기업으로 국한되어 결과가 제시되었지만, 다른 산업군에도 그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다양성 그룹 45% "회사에서 소속감 정도 매우 약해"
단계별 분석을 통해 파악된 5가지 근본 원인을 BCG는 또 다시 다양성 그룹에만 투영시켜봤다. 즉, 5가지 근본 원인 중 어떤 요인이 다양성 그룹의 고위직 승진을 특별히 방해하는지를 분석해본 것이다.
그 결과 소수인종과 그렇지 않은 그룹(백인) 사이에서 컨설팅 능력과 수단에 대한 습득력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인드도 그 차이가 명확하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소속감 결여와 전문영역 기회 탐색의 어려움에서 확실한 차이가 나타났다.
인터뷰 결과, 다양성 그룹의 응답자 중 45%는 본인의 회사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정도가 매우 약하다고 답했다. BCG는 그레그 월튼(Greg Walton)과 제프리 코헨(Geoffrey Cohen)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 연구를 인용해 "소속감이 성과 창출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다양성 그룹, 특히 흑인은 본인이 처한 어려움과 역경을 그 환경에 속하지 못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어려움이 커지면 소속감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연구는 다양성 그룹에 소속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적용해본 결과, 성과 향상과 커뮤니티에서의 관계 형성 능력이 증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BCG는 "고위직의 다양성 비율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선 다양성 그룹의 소속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업 내에 다양성 네트워킹을 활성화하고 관련된 멘토링 프로그램과 교육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BCG는 전문 영역 기회 탐색의 어려움이 다양성 그룹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근본적 원인임을 밝혀냈다. 컨설팅기업에 입사한 직원의 배경을 조사해본 결과, 대학 졸업 1세대인 비율이 백인보다 다양성 그룹에 속한 직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대학 졸업 1세대란 부모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 가정 내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뜻한다. 특히, 1세대 대학 졸업생의 다양성 격차는 상위권 대학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2019년 입사 기준으로 소수인종 출신의 하버드 졸업생 중 27%가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간 경우였으며, 그 비율은 백인의 경우 13%로 떨어졌다.
이러한 격차는 고위직 승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한 부모를 둔 가정일수록 전문 영역에 대한 정보 습득과 진입 네트워크 형성에 수월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고위직 승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즉, 어릴 때부터 전문 영역에 대한 기회를 가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해온 사람은 직장에서도 승진에 필요한 기회에 접근할 가능성이 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BCG는 다양성 그룹을 위한 전문적 영역의 기회 탐색을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시킬 필요성을 제안했다.
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s://www.bcg.com/publications/2020/why-is-diversity-lacking-at-top-of-corpor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