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생에너지 확대 위해 공유지 개방하기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태양광, 풍력 사업비 절감을 목표로 공유지를 사용하는 방안을 수립 중에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발전 시설을 위한 임대료와 수수료가 너무 비싸 미국 정부의 기후변화 목표를 좌절시키게 만들 수 있다는 재생에너지 업계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이를 위해 대규모 친환경 인프라를 진행하는 한편 태양광, 풍력 보급 확대를 통한 탈탄소화 경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체 전력의 3% 수준에 있는 태양광을 2035년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 중에 있다.
리서치 기업인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태양광 확대 목표만 국한시켰을 때 네덜란드 이상의 면적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미국 국토 면적만 놓고 보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있어 토지의 한계는 없다. 문제는 발전소 시설 건립 시 인근 농경지 시세에 맞춰 임대료 및 수수료가 산정되는 정책에 있다.
2016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마련된 이 정책에 따라, 대부분 태양광 사업은 에이커(약 4,050평방미터에 해당하는 크기의 땅)당 연간 971달러(112만원)의 임대료와 전력발전 MW(메가와트)당 연간 2000달러(230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이 때문에 3000 에이커에서 250 메가와트의 태양광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선 연간 350만 달러(40억원)가량이 임대료 등으로 나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풍력은 이보다 임대료가 더 낮지만,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수용에 따른 수수료가 3800달러(440만원)로 태양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업계는 ‘석유와 가스의 경우, 12.5%의 생산비(production royalty)로 대체되기 전 시추를 위한 토지 임대료가 에이커 당 1.50달러에서 2달러가 소요된 것에 비해 재생에너지의 임대료 부담은 상당하다’며 토지 임대료와 수수료가 전력 판매 단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사유지 면적 한계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공유지 사용의 필요성이 탄력을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규모가 큰 미국의 에너지 사업은 사유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규모 있는 사업을 할 만한 사유지 면적이 점점 부족해짐에 따라, 공유지가 최선의 선택지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내무주의 토지 관리국(Bureau of Land Management, BLM)은 이번달 4차례의 공개 의견 수렴을 시작으로 재생에너지 인허가 및 공공부지 사용권과 관련된 규제 개정 절차와 더불어 원주민과의 별도 협의를 수행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태양광, 풍력을 중심으로 사업자들이 수월하게 공유지를 사용하도록 지침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달 한국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대국민 의견 수렴을 받겠다고 공표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 ‘0’으로 줄이고, 원전 비율은 6~7%대로 축소시키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 6%대에서 70%대로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서울 면적 9배에 달하는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토 면적의 한계로 한국은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러한 부담은 지난달 24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112개사를 대상으로 한 '재생에너지 산업의 운영현황과 애로 실태조사' 결과에도 드러난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정부 정책에 발전사업자 64.3%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올해 사업실적이 연초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은 46.4%로 집계됐다. 목표 미달을 예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판매가격 하락’이 55.3%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사업 인허가 및 부지확보 지연(17.0%)이 높게 꼽혔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가 최근 폭락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큰 문제지만, 사업자들은 국내 토지 한계에 따른 부지 확보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만을 제시한 채 그 책임을 지자체나 사업자에 전가시킬 것이 아니라 국내 사정에 맞는 부지 확보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