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한국의 '인앱결제방지법' 통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2021-09-03     권혁주 editor
구글은 WWF와 협업해 의류 소재의 환경영향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픽사베이 

속칭 구글 '인앱결제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자사 결제 방식을 강요하고 지나친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다. 플랫폼 기업이 부당한 이유로 앱 입점 심사를 지연하거나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기존 공정거래법과의 중복 규제라는 지적과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법안은 통과됐다. 앱 마켓 사업자의 수수료 정책에 대해 직접 규제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최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금지법) 통과를 두고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를 세계 최초로 법률로 규정한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로, 국제적인 규범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앱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 플랫폼 사업자 규제

국내에서 '인앱결지방지법' 관련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확산됐다. 당시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앱 마켓에 입점한 모든 앱에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수수료 30%를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쟁사 애플과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 정책이었지만 업계 반발은 심했다. 

"앱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의 앱을 홍보·유통·운영하는데 도움 주는건 사실이지만, 과도한 수수료 부과와 특정 결제 방식 강요는 앱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막는 갑질"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인터넷기업, 스타트업, 웹소설, 웹툰 업계 등 다수의 관련 협단체들이 반박 성명을 냈고, 여야 의원들은 인앱결제를 금지하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해외 관련 입법 영향줄까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통과는 주요 외신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과 애플의 지배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세계 첫 법률’, 워싱턴포스트(WP)는 "애플과 구글이 반발 및 우려를 제기했으나 IT 분석가들은 반경쟁적인 관행으로부터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로 보고 있다"고 각각 전했다.

해외에서도 '인앱결제방지법'과 유사한 규제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타주, 뉴욕주 등 36개주와 워싱턴DC는 최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지난 4월엔 유럽연합(EU)이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EU는 애플이 앱스토어 이용료를 높게 책정하고, 개발자들이 소비자에게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수단을 안내하지 못하게 한다고 판단했다. 

 

제조업보다 독과점 심한 IT 산업... 규제 리스크 커져

수수료 정책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 플랫폼 기업의 부당한 경쟁 제한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이들 기업은 수익 및 사업 모델과 직결되는 규제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EU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의 초안을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으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 복수 플랫폼 상 수집된 개인정보를 연계하는 행위, 이용자가 플랫폼 외부의 사업자와 연결하려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6월 미국에서는 4대 첨단기술 기업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한 5개의 반독점법안들이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안들은 인수 합병, 사업 확장, 홍보 및 마케팅 등 기업의 사업 영역 대부분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했던 지난 사례들이 해당 법안이 발효되면 '잠재적 경쟁사업자 인수 행위'로 규정되어 금지된다. EU와 미국의 플랫폼 기업 규제 법안들은 특정 회사의 이름을 거명하고 있지는 않으나, 적용 대상을 EU의 경우 글로벌 시장자산 가치가 650억 유로 이상, 미국의 경우 6000억달러 이상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