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머크(Merck)의 통합적 건강 영향 관리... GRI COH4B의 관점에서
기업 활동은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직원들의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는 가족 구성원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며, 기업이 배출하는 각종 오염은 시민 건강을 위협한다. 술, 담배, 인스턴트 음식 등의 제품은 소비자 건강과 직결된다.
기업들의 사건 사고도 많았다. 광주 건물붕괴 참사, 불가리스 허위 광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은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 활동의 '건강 영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는 미비하다. 많은 기업들에 환경안전보건(EHS)팀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산업재해방지, 시설안전관리, 제품 안전성 검증 등의 제한적인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중요도가 더 커진 지금, 기업은 임직원과 사회구성원들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GRI의 기업 건강 문화 프레임 워크 (Culture of Health Framework·COH4B)를 통해 그 방법을 살펴볼 수 있다.
국제 표준이 말하는 기업의 건강영향 관리
먼저, GRI는 건강에 끼치는 영향 요인을 제시하는데 이는 크게 개인의 생활패턴, 유전적 요인, 사회 및 물리적환경, 의료서비스로 나뉘어진다. (위 표 참조) 기업은 해당 영향 요인을 참조하여 자사의 근무여건, 제조공정, 정책 등이 임직원 및 사회구성원들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도한 초과근무는 개인의 수면패턴, 사회적 관계, 의료서비스 접근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간접적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에 끼치는 건강 영향이 다른 구성원에게도 간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육아 휴직을 떠나지 못하는 직원의 경우, 본인의 배우자와 아이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GRI는 기업의 건강 영향 관리를 위해 크게 네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업은 사회구성원의 건강증진을 위해 어떤 가치와 방향성을 지향하는지 명시하고, 이를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제품 홍보 및 판매 전략을 수립할 때, 윤리적 마케팅 (Responsible marketing)을 통해 판매 활동의 건강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는 과대광고 및 허위광고 방지, 제품 위험성 명시, 원산지 및 함유물 공개 등이 있다.
또 정책 입안자 교류, 특정 법안지지 등의 공적활동 참여를 통해 공동체의 보건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정책 및 임직원 복지혜택을 통해 보건 증진을 도모해야 한다. 여기에는 육아휴직, 병가 등의 휴가사용 지침 완화, 임직원 대상 복지 및 의료혜택 증진, 사내 차별 및 괴롭힘 방지 등이 포함된다. GRI는 특히 임직원들의 금융 지식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는데, 잘못된 자산관리가 건강과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GRI는 기업 차원에서 은퇴설계 지원, 투자 및 저축관련 교육 등을 수행하는 것을 권고한다.
셋째, 건강한 근무 여건 및 물리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과도한 근로시간, 실적 압박, 고용 불안정 등은 과로 및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건강을 고려해 근무여건에 대한 지침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대기오염, 소음 등을 관리하여 시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기업 외부의 건강 영향을 고려하고 이를 관리해야 한다. 기업은 자사 활동이 끼치는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환경오염 요소가 끼치는 건강 리스크를 파악해야 한다. 이후, 기후변화와 건강 영향을 통합한 행동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기업 외부의 사회구성원 보건증진을 위해 다양한 CSR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한 머크(Merck)의 건강 영향 관리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Merck)는 '의료접근성 증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4가지의 핵심 비즈니스 가치(유용성, 가격 적정성, 접근성, 인식)를 설정했다. 이러한 가치는 머크의 비즈니스 활동 전반에서 드러난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19가 유행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부 의약품(백신 등) 특허권 면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특허권으로 인해 높은 가격의 의약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EU와 美정부, 대형 제약사들이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머크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들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최빈국 및 일부 개발도상국에는 특허 및 지적재산권을 등록하지 않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 보건 증진'에 대한 헌장을 발표하여 2001년 제정된 WTO의 도하선언(개발도상국에 한해, 일부 의약품 특허 면제)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뿐만 아니라, 머크는 강제 라이센싱(Compulsory Licensing· 긴급시 지적재산권자의 허락없이 강제로 특허를 사용할 수 있게하는 제도) 등 필요시 지적재산권을 희생해야 하는 제도가 적용될 때, 이에 기꺼이 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머크는 '건강 관리팀'을 구성하여 임직원 건강 관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임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 피로도 등의 건강지표를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심리 상태를 조사한다. 만약 특정 집단 혹은 개인의 건강지표가 약화되면, 건강관리팀은 대책회의를 열고 업무강도 조정 등의 조치를 권고한다. 생산 현장에는 건강관리팀원이 파견되며, 이들은 현장직 인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한다. 이외에도 무료 정신상담 지원, 유연 근무제, 장기근속자 대상 안식년 제공 등의 제도를 지원하고 있다.
머크는 반기마다 시설의 환경·보건·안전(EHS) 리스크를 평가하고, 매 3년마다 내외부 감사를 통해 그룹 차원의 EHS 리스크를 파악한다. 높은 EHS 리스크가 나타날 경우, 시설 폐쇄, 투자금 회수, 사업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한다. 또한 새로운 시설이나 공장을 건설할 때에도, 환경 영향과 지역 사회의 보건 영향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국제표준:
https://www.globalreporting.org/public-policy-partnerships/strategic-partners-programs/culture-of-health-for-business/
참조출처:
https://www.merckgroup.com/en/sustainability-report/2020/servicepages/downloads/files/entire-merck-sr20.pdf
https://www.merckgroup.com/company/responsibility/en/regulations-and-guidelines/intellectual-property.pdf
https://www.hrw.org/news/2021/06/03/seven-reasons-eu-wrong-oppose-trips-wa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