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소송... 환경단체, 법대생들까지 기후 감시 깐깐해져

그린피스, 독일 환경엔지오, "폭스바겐, 벤츠, BMW에 기후변화 정책 강화 않으면 소송" 네덜란드 광고심의위, 로얄더치쉘 탄소중립 캠페인 과장 광고 결론

2021-09-07     김환이 editor

세계 최대 자동차 박람회 중 하나인  'IAA 모빌리티 2021'(옛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7일 독일 뮌헨에서 시작된 가운데, 한쪽에선 무서운 경고음이 들려왔다. 

그린피스와 독일 환경 NGO 도이체 움벨틸프는 지난 3일(현지시각) "폭스바겐(VW), 벤츠 제조사 다임러(Daimler), BMW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3개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2030년까지 화석연료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강력한 목표를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EU가 지난 7월에 제안했던 마감기한인 2035년보다 이른 것이다. 가스 및 석유 회사 윈터샬 디어(Wintershall Dea)에게는 2026년부터 신규 유전 및 가스전 탐사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기업들이 이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몇 주간의 유예기한을 설정했다. 만약 3개 제조사들이 법적 대응이나 불법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NGO들은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도이체 움벨틸프 사샤 뮬러-크레너(Sascha Mueller-Kraenner) 전무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수십년 동안 환경을 파괴해왔던 자동차제조사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들 기업들은 모두 디젤과 가솔린 자동차를 친환경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들의 목표는 모호하고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린피스의 마틴 카이저(Martin Kaiser)는 "기업들의 전기자동차 전환 계획은 너무 느슨해 기후 위기를 피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우디, 포르쉐, 스코다도 등 12개 자동차제조사들은 성명을 통해 "환경단체들의 법적 대응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전기차 글로벌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350억 유로(48조원)를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다임러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라며 소송이 제기될 경우 "방어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환경단체, "기후 변화 정책 강화하지 않으면 법적 소송 제기할 것"

독일 환경단체들은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픽사베이

 

최근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글로벌 기업들에게 더 강력한 탄소 감축 목표를 실천할 것을 요구하는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환경단체들이 글로벌 정유회사 로열 더치 쉘(Royal Dutch Shell)에 제기한 환경 책임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네덜란드 법원은 "2030년까지 제품 탄소 강도를 20% 줄이겠다는 쉘의 서약은 EU의 넷제로 목표와 맞지 않는다"며 쉘에게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 쉘은 현재 이 결정에 대해 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제조사들에게도 기후변화 대응을 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뿐 아니라 '그린 워싱'에 대한 압박 소송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광고 감시당국은 쉘의 탄소중립 캠페인 홍보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쉘의 캠페인이 환경 보호를 과장광고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이유에서다. 

쉘은 '탄소 중립(Drive CO2 Neutral)' 캠페인을 통해 고객들이 연료 구매 시 1유로(1100원)의 추가 금액을 지불하면 나무심기 등 환경 프로젝트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캠페인은 영국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에서도 이루어졌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9명의 법대생들은 쉘이 환경보호 캠페인을 과장홍보한다고 주장해 광고심의위원회(Advertising Code Committee)에 고발했다. 쉘은 수익금의 일부를 탄소 상쇄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수익금이 탄소 중립 프로젝트에 기여하는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쉘의 광고에서는 고객들의 차량에서 연소되는 배출량과 동등한 수준으로 탄소가 상쇄될 것이라고 했지만 고객들은 연료 리터당 1유로의 추가 금액만 지불한다"며 "이 금액만으로 산림보호 및 나무프로젝트에 투자해 탄소 오염을 제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캠페인은 휘발유와 디젤을 구매하는 것이 마치 탄소 상쇄에 기여하는 것처럼 과장홍보한다”고 덧붙였다.  

쉘은 탄소중립 캠페인을 통해 연료 추가 요금내면 산림 보호 등 탄소 상쇄 프로젝트에 투자된다고 홍보했다/픽사베이

 

네덜란드 광고심의위, 탄소중립 과장광고한 쉘(shell) 캠페인 중단 촉구

광고위원회는 이들의 소송을 수용했고 쉘에게 2주 이내 탄소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하고 있다는 증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쉘은 고객의 추가 요금으로 탄소 배출량을 상쇄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광고에 탄소상쇄 접근법을 활용하기 위해 타사 연구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광고위원회는 쉘에게 캠페인 홍보를 중단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쉘의 대변인은 "광고주로서 큰 책임감을 갖겠다"며 "이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휘발유, 디젤 등 연료를 구매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캠페인은 “탄소 상쇄를 위한 기업 목표의 일환으로서 시행한 것이지만 캠페인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과 지지자들은 광고위원회의 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쉘은 탄소중립 캠페인을 전면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