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보고서 이후 재점화된 원자력에너지... 택소노미, COP26 앞두고 논쟁중

2021-09-07     송선우 editor

 

프랑스 골페치(Golfech)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프랑스 원자력 안전협회

최근 수년 간, 국제적으로 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은 축소되는 추세였다. 일본, 중국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원전 비중 축소 혹은 탈원전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원자력 강국인 미국과 프랑스도 원전 비율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독일, 벨기에 등은 탈원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8월 9일 발표된 IPCC 제 6차보고서는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는 시점이 크게 앞당겨졌다고 예측했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사능 리스크, 부정적 여론 등으로 인해 소외받던 원자력에너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IPCC보고서 발간 후,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단체들은 웨비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한 원자력 에너지의 역할을 적극 알리고 있다. 일부 환경과학자, 에너지 전문가들 또한 가속화된 기후변화를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원자력에너지를 꼽고 있다.

 

EU를 중심으로 원자력 에너지의 실효성 논의 재점화

IPCC 보고서 발간 이틀 뒤인 8월 11일,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기술 브리프'를 통해 4세대 원전기술과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유럽 내 원자력에너지 정책과 비중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다루며, 유럽 내 원자력 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기도 했다. 

특히,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의장 올가 알가예로바(Olga Algayerova)는 해당 브리브를 통해 "원자력에너지는 중요한 저탄소 전력원으로 탄소 중립에 지대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며 "원자력에너지가 에너지 시장에서 배제된다면,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목표는 달성될 수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원자력 에너지 지지 시위를 벌이는 유럽 시민들/Energy Post

유럽 각 국에서도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재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탄소중립과 전기료 인상이라는 두가지 이슈가 겹치면서 원자력 에너지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각된 것이다.

스페인 집권당은 2019년부터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으나 유럽 내 탄소배출권과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기료가 급등했고, 시민들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강한 반발을 표하고 있다. 이에 야당을 중심으로 탈원전 정책 폐기가 논의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원전 확대를 지지하는 시민 비율이 원전 폐쇄를 지지하는 시민 비율을 넘어선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되며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재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지지율 49%를 기록 중인 보수당 측은 원전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첫 탈원전 국가 이탈리아에서도 생태전환부 장관 로베르토 친골라니 (Roberto Cingolani)가 소형모듈원자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체코 총리 안드레이 바비시(Andrej Babiš) 또한 "원자력 에너지의 도움 없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등 원자력 에너지 활용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COP26 참석 거절당한 원자력 단체들...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는?

COP25에서 연설중인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 IAEA

활발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에너지로서 원자력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아직까지 각국의 탄소중립정책에서 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EU의 통합척 탄소중립 지원정책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에서도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시피 하다. 이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번 가을 중 원자력에너지를 택소노미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세계원자력협회를 비롯한 원자력 관련 단체의 COP26 그린존 (비영리 단체, 교육기관, 기업 등이 기후변화에 대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플랫폼) 참가 신청이 거절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16일, 세계원자력협회는 COP26 운영위원회에 공식 성명을 내며, 원자력 에너지 단체들의 COP26 참석을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세계원자력협회장 사마 빌바오 이 레온(Sama Bilbao y León)은 해당 성명에서 "COP26이 다른 저탄소 에너지원과 마찬가지로, 원자력 에너지 또한 평등하게 대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을 함께 대응하기 위해선 원자력 에너지를 비롯한 모든 에너지 섹터가 하나로 뭉쳐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각국의 탄소중립정책 논의와 다가올 COP26에서 원자력에너지가 친환경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보장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