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배터리공장 짓는 폭스바겐…미, EU 배터리 공급망 재편
허버트 디에스 대표, 노스볼트 및 궈쉬안 협업 외에 추가 공장 시사 미국 배터리수입 한중일 비중 76.1%, EU도 수입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25.7% 공급망 점유율 하락 대비하고, 신흥시장 진출 서둘러야
폭스바겐 허버트 디에스(Herbert Diess) CEO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자동차쇼에서 “향후 10년 내에 유럽 전역에 6개의 대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만큼 대내외적인 자금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7일 로이터에 따르면, 디에스 대표는 대표적인 사례로 노스볼트(Northvolt)를 들었다. 폭스바겐이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스웨덴 배터리셀 제조회사인 노스볼트는 지난 6월, 유럽 최대의 사모펀드 및 골드만삭스, 폭스바겐 등으로부터 27억5000만달러(3조2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다.
디에스 대표는 “배터리 생산 시장은 당분간 수요가 주도하는 시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한 곳당 20억유로(2조7000억원)가 드는 배터리셀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폭스바겐이 향후 전기차 시장의 세계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선포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유럽 6개 공장은 연간 최대 240기가와트(GW)의 생산능력을 갖게 되며, 2023년부터 40기가와트(GW)가 노스볼트로부터 나온다.
폭스바겐이 밝힌 제2공장은 2025년까지 독일 잘츠기터에 건설될 공장이다. 폭스바겐이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궈쉬안 하이테크(Gotion High-Tech)와 함께 협업할 예정이다. 향후 제3, 제4 공장 입지는 스페인 및 동유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이외에도 2개의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지만, 아직 공장 소재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국, EU 한중일 배터리 의존도 탈피 시작
폭스바겐 대표의 이 같은 선언은 ‘배터리 공급망 재편’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EU의 현재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7일 발표한 ‘2차전지 공급망 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한·중·일 3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세계 배터리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생산에서 3국은 세계 생산량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원자재 채굴부터 소재 가공, 셀과 모듈, 팩으로 이어지는 전체 가치사슬을 보유한 중국의 지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미국과 EU는 배터리와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을 역내에서 생산하도록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배터리 수입은 2020년 약 47억달러로 연평균 24.8% 증가했는데, 중국산 비중은 43.4%로 가장 높고 한국(19.5%), 일본(13.2%)을 포함하면 무려 76.1%에 달한다. 보고서는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3위 전기차 시장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40~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배터리, 반도체,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산업의 공급망 검토 보고서 발표에서, 배터리의 원자재 가공 및 소재 제조기반 부족을 가장 큰 리스크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배터리의 대표적인 원자재인 코발트는 채굴의 78%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이뤄지지만, 채굴된 코발트 가공의 72%는 중국에서 이뤄진다. 리튬 또한 39%는 호주, 26%는 칠레에서 채굴되지만, 가공은 중국이 세계의 61%를 차지한다.
EU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EU의 역내 배터리 생산역량은 글로벌의 6.2%에 불과하며, 수입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25.7%로 가장 많고 한국은 10.7%”라며 “EU는 2025년까지 배터리 자급률 100%를 목표로 삼고, 2018년 유럽배터리 전략행동계획(Strategic Action Plan on Batteries)을 세우고 최근에는 29억유로(4조원) 자금지원, 90억유로(12조원) 민간투자 유치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배터리의 운명은?
보고서는 “2020년 EU 역내에서 생산된 배터리의 한국계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비중은 96.4%였으나, 제3국 기업들도 EU 생산설비 구축을 서두르면서 2025년 한국기업의 점유율은 31.8%까지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수출입 수치가 이를 보여준다. 2020년 EU의 배터리 수입은 145억유로, 수출은 116억유로였는데, EU 배터리 수입량 중 역외 비중은 2017년부터 하향세를 보였고 2020년에는 47.5%를 기록하며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공급망 재편에 따라, 우리 배터리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이를 보완할 수요 산업과 대체시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내수시장인 차세대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산업을 활성화하고, 자동차 시장 규모가 큰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11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10기가와트 규모(전기차 15만대 탑재)의 배터리셀 합장공장을 인도네시아에 설립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또 “기술발달로 배터리 단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고 밝혔다. 2020년 137달러인 배터리팩 가격은 2030년에는 58.22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새로운 배터리 지침에 따라, 2024년부터 EU에 출시되는 모든 배터리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기록이 의무화되고, 2030년부터 사용되는 모든 배터리에 대해 일정 부분의 재활용 원자재 사용이 의무화(코발트 12%, 리튬 4%, 니켈4% 등), 폐배터리 수거비율 확대 등의 규제를 잘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