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 EU 소셜 택소노미에 관한 피드백에 담긴 내용은?

7월 공개한 EU 소셜 택소노미 초안 피드백 6일 마무리 투자자 의견,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활동 분류 논란될 것" 부정적 반응

2021-09-09     박란희 chief editor
EU의 소셜 택소노미 초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피드백 기간이 6일 마무리됐다. / 픽사베이

 

지난 7월 EU가 공개한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 초안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 기간이 6일(현지시각) 마무리됐다고 EU지속가능금융 플랫폼이 밝혔다.

소셜 택소노미는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 무엇인지 판별하는 원칙을 담는 것으로, 친환경 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의 소셜 버전으로 보면 된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을 수립하면서 10개의 액션플랜 중 ‘무엇이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인지’를 분류하는 체계를 수립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른바 ‘택소노미 규정’이다. 이에 따라 자본의 흐름을 지속가능한 금융 쪽으로 재배치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소셜 택소노미’가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일각의 의문도 많았다. 지난 7월 12일 공개된 소셜 택소노미를 보면, EU는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활동을 ‘수직적 차원(vertical dimension)’과 ‘수평적 차원(horizontal dimension)’으로 나눴다. 수직적 차원은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사회 경제적 수준을 높이는지에 맞춰진 경제활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 음식, 주택, 보건, 교육, 교통운송, 통신과 인터넷, 깨끗한 전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EU 소셜택소노미 초안의 핵심 구조/ 법무법인 지평

 

수평적 차원은 경제활동의 영향을 받는 다양한 이해관계 그룹의 인권이 존중 및 보호받았는지를 고려한다. 양질의 일자리 보장, 소비자 이익 증진,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커뮤니티) 활성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법무법인 지평은 소셜 택소노미를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눈 이유에 대해 “자본의 흐름을 ‘이해관계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기업 또는 활동’으로 유도하는 동시에, ‘소외받는 사람들의 기본적 삶의 질을 개선하는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핵심 준거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UNGPs),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등이다. 

지평은 “이번 초안에는 소셜 택소노미의 판단 조건으로 사회 목표에 달성에 상당한 기여(substantial contribution)를 하거나, 이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지’(do-no-significant harm)를 제시했지만 이에 대한 세부기준을 밝히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NGO는 찬성, 투자자는 부정적

한편, 소셜택소노미 초안에 대해 현지 NGO, 투자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명했다. 우선 비즈니와 인권리소스센터, 아이리스(EIRIS) 재단, 인권을 위한 투자자동맹, 셰어액션, WDI(Workforce Disclosure Initiative, 인적자본 공개이니셔티브), WBA(World Benchmarking Alliance, 세계벤치마킹얼라이언스) 등은 공동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EU의 소셜 택소노미 개발에 대해 강력 지지한다"고 밝혔다. WBA와 WDI의 경우 이미 소셜 부문에 관한 벤치마킹 기준을 제시하고 기업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처럼 투자자와 기업이 환경문제보다 더 복잡한 소셜 이슈 또한 측정을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환경적으로 건전한 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열악한 근무환경에 기초하거나 고객이나 지역사회를 해친다면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또 사회적인 발전은 건강한 지구에 달려있다”며 “DNSH 기준(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에 근거해서, 현존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그린 택소노미까지 확장하고, 이를 소셜 및 그린 택소노미 양쪽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직적 차원과 관련해선,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국제 협약과 규범에 따라 정의되고 분석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평적 차원과 관련, 생활임금, 노동시간, 불안정한 노동에 대한 강력한 최소 기준이 필요하며, 인권실사가 포괄적이고 명확한 요구사항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버넌스와 관련, 기업의 사회적 목적에 대한 명확한 선언(statement)을 장려하고, 협동조합 및 기타 사회적경제 조직 등과 같이 핵심적인 사회적 고려사항을 지닌 비즈니스 모델을 투자하도록 권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사회책임투자포럼, "사회적으로 유해한 활동 식별 논란될 것"

이에 반해 투자자들의 의견은 부정적인 흐름이 많이 감지됐다.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부문(NBIM)은 EU의 택소노미 하에서 사회적으로 유해한 기업 활동을 식별하는 행위에 대해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NBIM은 “소셜 택소노미가 사회 문제(social issues)에 관한 유용한 지표를 만드는데 도움은 될 수 있지만, 보편적인 규범과 표준의 부족으로 인해 정의를 만들어내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특정한 상품을 제외하고, 기업에 대한 평가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우리의 경험”이라고 밝혔다.

유럽사회책임투자포럼(Eurosif)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경제활동을 식별해내고, 사회 공헌에서 자동 배제되는 부문의 리스트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큰 논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투자기금협회(BVI)는 “담배의 제조 및 판매, 도박, 논란이 되는 무기생산과 유통 등 어떠한 경우에도 소비자와 지역사회에 유해한 경우에만 이 범주에 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의류 부문, 코코아 생산 등의 활동에 대해서는 좀더 구분된 평가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업종은 아시아나 중남미 지역에서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이 만연하다는 이슈가 있지만, 그렇다고 소셜 택소노미에 의해 일반적으로 해로운 업종이라는 식으로 분류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미로바 자산운용은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을 지원하는 활동은 사회적으로도 유해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그린 택소노미와 소셜 택소노미가 더 강하게 연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평적 차원, 수직적 차원의 분류에 대한 비판 의견이 많이 등장한 것을 알려졌다. 전략 자문그룹인 플러스밸류는 “아무런 실익 없이 인위적이고 과민한 방식으로 둘을 구분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통해 기업이 이윤을 넘어서는 사회적 목적을 기업 미션에 내재화하기보다는 필란트로피(자선)와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로바, BVI, 유메디온(Eumedion) 등은 “기업 자체의 목표에 맞춰 환경적, 사회적 요소와 연계된 임원 보수를 정하는 방식이 소셜 택소노미에 적합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지역적인 차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환경-사회를 어떻게 연계할지, 기업지배구조지침,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 등 다른 이니셔티브와 어떻게 조율할지 등에 관한 의견도 제시됐다.

이번 작업을 총괄하는 지속가능금융플랫폼은 올 가을 자신들의 조언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