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많은 인도네시아 팜유... 좌초자산 위기

기후 싱크탱크 오비타스 "팜유 수요 90억 달러 늘지만 좌초자산 위험 있다" 팜유 산업의 환경, 인권 문제로 이해관계자 갈등...

2021-09-10     송준호 editor
/픽사베이

투자와 규제가 파리 기후협정에 명시된 글로벌 기후 목표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경작지 890만 헥타르 이상의 토지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후 전환위험 연구 전문 싱크탱크 오비타스(Orbitas)는 “전 세계가 규제와 금융 시장을 통해 기후 변화를 촉진하는 삼림벌채 문제에 대응하면, 지속불가능한 생산을 추구하는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자와 투자자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팜유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연료, 쿠키, 인스턴트라면, 초콜릿, 치약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팜유는 총생산량의 72%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다. 

팜유 산업은 생산 과정에서 대규모 산림파괴, 탄소배출, 생명다양성 훼손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아동 노동 및 강제 노동을 포함한 인권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팜유 산업의 환경, 인권 문제

열대림 파괴와 탄소배출, 노동자 폭행

EU, 국제환경단체는 팜유 산업에 환경과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 팜유 산업에 연관된 국내 기업이나 자산운용사에도 화살이 돌아가는 상황이다. 팜유 산업은 인도네시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말레이시아와 연대하여 팜유 반대 캠페인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8월 환경운동연합,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공익법센터 어필은 ‘착한 기름은 없다: 한국 바이오연료 정책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팜유 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팜유 산업은 야자나무 경작을 위해 열대우림을 깎고 플랜테이션 농장이 들어서면서 산림파괴와 탄소배출량 증가가 발생한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보고서는 EU집행위원회가 토지 용도의 변화를 고려하면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가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5배 많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팜유로 생산되는 바이오에너지는 전체 생산량의 29%,  2019년 기준 바이오에너지가 전체 재생에너지 총생산량 중 27%를 차지한다.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 2017년도에 450건의 토지 분쟁이 접수됐는데 그중 163건이 팜유와 연루됐다. 토지 분쟁으로 인해 폭행 사건도 발생했는데, 2019년에 14명이 사망하고 211명의 폭행사건이 보고됐다.  

 

팜유 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

EU와 인도네시아의 공방, 살길 찾는 기업과 자산운용사

팜유 산업을 둘러싸고 EU와 환경단체는 팜유 사용과 생산에 반대하고, 주요 팜유 생산국은 이에 대응하고, 연관된 기업과 투자자는 압박을 받고 있다. 

EU는 팜유 반대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EU는 2017년 EU 의회에서 팜유를 열대림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팜유 사용을 점진적으로 금지하고 수입 관세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에 EU는 재생에너지 정책(RED, Renewable Energy Directive)을 수정하여 2021년 이후 모든 EU 회원국에서 팜유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당시 주요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WTO에 EU를 제소해서 승소했으나 EU는 2030년 이후에는 팜유를 완전히 퇴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자 협회(GAPKI, Indonesian Palm Oil Producers Association)는 "EU가 팜유의 환경영향을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협회는 팜유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인도네시아 연간 탄소 배출량의 5%에 불과하며, 팜유 나무가 연간 161톤 탄소를 흡수하는 사실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는 'EU가 역내에서 생산되는 올리브 오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다른 주요 수출국인 말레이시아와 콜롬비아에 팜유 생산국 위원회(CPOPC, Council of Palm Oil Producing Countries)에 가입해 연대할 것을 요청했다. 인도네시아는 EU의 팜유 생산 반대 캠페인에 강력 대응하고 홍보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팜유 농장, 팜유는 바이오 연료 등 사용처가 많아 수요가 높다./=픽사베이

한국의 기업 코린도(Korindo)그룹과 포스코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코린도는 인도네시아에서 팜유를 생산하는데, 오는 10월부터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Forest Stewardship Council)’의 회원 자격을 박탈당한다. FSC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인증기관으로, FSC 인증은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 제품을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코린도는 인도네시아에서 정부 허가를 받고 6만 헥타르 규모의 팜유 농지를 개간했다. FSC는 “2년간 해당 지역 주민의 주장을 조사했는데 코린도가 약 3만 헥타르에 달하는 천연림을 파괴했고, 이는 FSC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회원자격 박탈 이유를 설명했다.

코린도그룹 백광렬 지속가능 대표이사는 "이번 FSC 발표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합의된 개선 로드맵의 모든 절차를 따르고 있었고, 박탈 결정과 별개로 지속가능성과 인권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5년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 사업이 열대우림을 파괴한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포스코는 논란 후 5년 만에, 팜 사업 환경사회(NDPE, 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 정책’을 선언했다. 포스코도 팜유 문제 논란 끝에 환경과 인권 문제를 고려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세계적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팜유 생산 기업에 투자해 ESG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가 있었다. 블랙록은 미국 P&G의 펄프와 팜유 공급망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알고 보니 블랙록이 P&G에 팜유 원료를 공급하는 인도네시아의 아스트라 아그로 레스타리라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ESG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팜유 산업 수요와 시장가치 90억 달러 늘지만…

글로벌 환경 논의와 투자로 좌초자산 될 것

오비타스는 팜유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높기 때문에 향후 몇년 동안 시장가치가 약 90억 달러(10조 521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비타스는 팜유 산업의 수요와 시장가치가 상승하지만 글로벌 ESG 논의와 투자 트렌드가 좌초자산으로 이끌고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비타스는 “농업으로 인한 산림 파괴는 이미 많은 기후 변화 대응을 촉발하고 있어, 팜유 부문 성장이 토지 개간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비타스는 파리 협정으로 촉발된 각종 규제와 투자 변화가 인도네시아에서 현재 운영 중인 농장의 15% 수준을 넘어 정부 허가를 받은 미경작지의 76%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오비타스는 파리 협정에서 시작된 지구 온도 1.5℃ 상승 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팜유 가격이 29%, 미개발 농장 토지 비용이 52% 상승해 전반적인 제품 가격도 함께 올라 점차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환경 단체는 ‘착한 기름은 없다’ 보고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한 가지 제시했다. 보고서는 EU와 미국은 바이오연료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수립했는데, EU는 ‘지속가능성 기준’, 미국은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감축 최저 기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바이오연료 사용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생산과정도 포함한다. 보고서는 국내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고 품질기준만 있어서 팜유를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해 지원하므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 팜유 산업 협의체(RSPO)는 오비타스의 연구를 보고 “IPCC 보고서와 함께 열대 살림 파괴를 종식하기 위한 경종을 울렸다”고 평하면서 팜유 생산에서 삼림벌채를 금지하는 RSPO의 인증(CSPO, Certified Sustainable Palm Oil) 표준을 준수하는 팜유 공급망 행위자에게만 투자하도록 권고했다.  

RSPO는 “CSPO인증을 받은 팜유 제품은 삼림 벌채를 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줄이면서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더 적게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