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없는 개도국 참여 어떡하나...COP26 개최 연기 요구한 환경단체들

2021-09-14     송선우 editor

세계 1500여개 환경단체들의 연합,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는 지난 7일 공식성명을 발표하며 COP26 연기를 촉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발도상국 이해관계자들의 행사 참여가 쉽지 않아, 기후변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의 코로나19 적색 국가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국가 중 터키를 제외한 나머지 61개국은 모두 개발도상국이다. 특히,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개발도상국 인원이 영국에 방문하게 될 경우 호텔에 10일간 격리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소모되는 비용이 1인당 약 2300파운드 (한화 370만원 상당)이기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기후행동네트워크 타스님 에솝(Tasneem Essop) 대표는 "UN행사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힘의 불균형은 늘 있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공정한 논의를 위해선 COP26이 연기되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적 백신 불평등이 기후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정의를 외치는 필리핀 국민들/Getty Images

영국 정부는 해당 성명에 대한 즉각적인 답변을 내며, COP26 참가를 위해 글래스고에 방문한 개발도상국 인원들에게 아스트로제네카 백신을 제공하고 격리기간 동안의 체류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후행동네트워크는 해당 문제가 단순히 체류비용 지원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타스님 에솝은 "아프리카 대륙의 접종률이 5%가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발도상국 인원 수 천명이 글래스고로 이동하는 것은 큰 보건적 리스크"라며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백신 보급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COP26 개최는 연기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기후행동네트워크는 선진국들의 '백신특허권 면제'에 대한 반대가 국제적 백신 불평등으로 이어진 것을 지적했다.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도 선진국들의 이익이 우선시 되었기에, COP26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이들은 "백신 불평등으로 인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개발도상국 이해관계자들이 COP26참가를 대거 포기한다면 COP26은 '선진국들만의 리그'로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25에서 연설 중인 그레타 툰베리/ elDiario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또한 COP26 참석을 고심하고 있다. 그녀는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고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 모두의 목소리가 평등하게 반영될 때에만 COP26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그녀는 COP26을 비롯한 공적인 자리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주창하고 정작 화석연료 지원이나 개발을 멈추지 않는 선진국들을 비판했다. 특히 그녀는 COP26을 개최하는 영국을 겨냥하며 "COP26을 개최하면서 셰틀랜드 지역 유전 및 컴브리아 지역 탄광개발을 계획하는 것은 모순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필요... COP26 연기되어선 안돼

일각에서는 보건안전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COP26이 웨비나 형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COP26이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과 코로나19 지원 방안 등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벨리즈의 기후외교관 카를로스 퓰러(Carlos Fuller)는 "COP26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결정이 연기될수록, 개발도상국 이해관계자들이 더 힘들어진다"며 "COP26 행사의 일부가 온라인으로 열릴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만약 모두가 안전하게 모일 수 없다면 행사 전체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결정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COP26운영위원회 측은 오는 11월의 오프라인 개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COP26 운영위원장 알록 샤르마(Alok Sharma)는 "기후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미 1년 연기된 COP26 개최를 다시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어 말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의제를 최우선 순위로 삼을 것이며, 안전하고 포용적인 회담이 되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