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메탄가스 감축안 합의...2030년까지 3분의 1로 줄인다
주요 20개국 동참 압박 계획 메탄 감축 논의 새로운 것은 아냐...LNG와 식품산업 영향 있을까
미국과 유럽연합은 메탄가스 배출량의 3분의 1로 향후 10년간 감축하고, 다른 주요국도 이에 동참하도록 압박하는데 합의했다고 1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글로벌 메탄 플레지(Global Methane Pledge)’라는 문서를 입수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이 합의를 신속히 이행하기 위해 17일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를 2030년까지 현재 배출량의 3분의 1 수준까지 감축하기로 하는 공동서약을 할 예정이다.
이 문서는 “메탄은 대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으므로 지금 조치를 취하면 지구 온난화 속도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EU는 별도의 문서에서 공동서약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려는 주요 20개국을 나열했다. 주요국은 ▲ 중국 ▲ 러시아 ▲ 인도 ▲ 브라질 ▲ 사우디아라비아 ▲ 노르웨이 ▲ 카타르 ▲ 영국 ▲뉴질랜드 ▲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포함됐다.
로이터는 이 합의를 COP26 글래스고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17일에 있을 주요 배출국 회의에서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EU의 메탄가스 감축 합의안...글로벌 논의 연장선
미국과 EU의 메탄가스 감축 합의가 완전히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합의안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기후 위기 대응 방안으로서의 메탄가스 감축 필요성 의제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5월초에 유엔환경계획(UNEP)와 기후및청정대기연합(CCAC)는 공동으로 보고서를 발표해 “전 세계가 메탄 배출을 매년 1억8000만 톤씩 감축하면 2030년까지 현재 배출량의 45%를 줄일 수 있고, 2045년에는 0.3도 온도상승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수백 년 동안 머무르지만 메탄은 20년 안에 사라진다. 메탄은 짧은 지속시간 대비 온실 효과가 강력한데, 열을 머금는 정도를 의미하는 지구온난화지수가 2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보다 84배 높다. 지난 9월에 발표된 유엔 IPCC 보고서에서도 “각국은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 배출량을 강력하고,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각각 법적 규제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트럼프 정부에서 폐지됐던 메탄 배출규제를 복원하는 규정이 미 하원을 통과했다. 9월까지 미 환경보호청(EPA)은 오바마 행정부 메탄 규제보다 더 강력한 수준으로 규제를 공개할 것이라는게 현지 관측이다.
EU는 지난해 10월 ‘EU 메탄 전략’을 채택하고, 유엔환경계획(UNEP), 기후및청정대기연합(CCAC),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함께 ‘국제 메탄배출 관측기관’ 설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에너지 부문의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스 인프라에서 누출 감지 및 보수 개선 의무와 함께 배기가스 관행 개선도 이뤄진다.
메탄가스 감축으로 LNG와 식품산업 영향 전망
이번 감축안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해운산업과 식품산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LNG의 주성분은 메탄이다. LNG 추진 선박이 운행할 때 메탄이 불완전 연소되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현상을 메탄 슬립(Methane slip)이라고 한다. 메탄 슬립은 LNG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다. LNG 메탄슬립에 대한 규제는 아직 없지만, 이번 합의안이 유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강화되면 LNG 메탄슬립도 규제대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도 메탄가스 배출 저감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스웨덴 선박기자재 기업인 알파라발(Alfa Laval)은 메탄 슬립을 50% 감소시키는 저감 장치를 개발했고 대우조선해양은 메탄가스 방출을 대폭 줄이는 LNG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고 14일 밝힌 바 있다.
식품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배출한다. 특히 메탄가스는 축산업의 가축에서 많이 배출된다. 소 한 마리가 발생시키는 메탄가스의 양이 연간 100kg으로 소형차 한 대의 배출량과 비슷하다. 전 세계에 이런 소가 10억 마리 사육되고 있다.
지속가능성 비영리단체 세레스(Ceres)는 지난 7월 ‘푸드 에미션즈 50(Food Emissions 50)’ 이니셔티브를 발족해 식품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감소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도록 촉구했다.
세레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축산 분야의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은 사료 생산과 가공 과정, 가축의 메탄가스로 두 가지다. 가축의 메탄가스는 축산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의 39% 수준이다.
메탄가스 배출량의 약 60%가 농업, 쓰레기 매립, 화석 연료 생산 등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므로, 배출량 감축 규제가 산업에 주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