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을 바라보는 몇 개의 시선
16일 열리는 SK 이노베이션의 물적 분할을 둘러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계의 찬반 논란이 쏟아지고 있다. 임시 주총에선 가칭 ‘SK 배터리’와 ‘SK E&P’의 물적 분할을 상정, 의결한다.
경제개혁연대 “독소조항 정관”
유안타증권 “기업 거버넌스 문제 대표 사례”
경제개혁연대는 15일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하는 SK배터리의 정관을 살펴본 결과 주주 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독소조항이 다수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평에 따르면, “(SK배터리 신설 정관이)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의결권 배제 또는 제한에 관한 주식, 전환에 관한 종류주식(주주가 전환권을 가지는 종류주식)의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의결권에 차등을 둔 주식 발행을 통해 외부 일반주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의도로, 유사시 지배권을 방어하려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과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분할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은 8.05% 지분을 보유중이다.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분할 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나, 핵심 사업부문인 배터리사업 등의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해당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4일 주간 ESG투자가이드 ‘YESG’를 통해 “물적분할 후 재상장은 한국 기업 거버넌스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사업 분사 후 상장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한국의 사례가 거의 유일하다”며 “통계적으로 자회사 상장 후 모회사는 해당 사업 가치의 일정 부분만큼 시가총액 상실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이어 “회사 경영진은 이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이며, 이사회는 전혀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반 주주는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가 누리는 이익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보상하기 위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자회사 분할 및 상장 이슈에 노출된 한국조선해양, SK이노베이션, 카카오에도 이 같은 투자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관투자자들 물적 분할 찬성 의견
제도 개선 목소리도
하지만 이 같은 반발에도 임시 주총에서 분할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27.48%, 대주주인 SK가 33.4%, 기관투자자들이 31.07%를 보유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물적 분할 찬성 의견을 보였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10일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의안분석보고서’를 통해 배터리사업 분할 안건 찬성을 권고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통상 상장기업이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하는 지배구조 개편은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 희석 등 주주권익 훼손 우려가 있다”면서도 “신설법인(SK배터리)의 성장가치 제고를 위해 기업공개를 통한 시설투자 재원 마련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정 수준의 주주환원 계획이 있는 상황에서는 주주 권익에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관 일부 개정 중 제43조(이익배당) 규정 신설에 대해서도 “향후 주식배당의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주주환원 계획의 일환”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잇따른 물적분할과 소액주주들의 불만 목소리가 점점 곪아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 주주는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까지 올리며 “SK이노베이션이 성장성이 높은 배터리만 물적분할해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젠다 저널리즘 매체인 ‘피렌체의 식탁’에 ‘기업 물적분할 제도 개선 시급하다’는 주제로 글을 올린 조동진 칼럼니스트는 “미국 구글은 물적 분할 후 모회사인 알파벳만 상장해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고 박탈감을 보호했다”며 “주주간 이해 충돌, 내부자 정보 문제,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주주 반발, 모-자회사 자산 배분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배임 등 각종 비판과 소송 부담을 덜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