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탄소배출권 ETF 9월 말 국내 출시, 주의할 점은?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 우상향, 할당배출권 선물 거래 활발 9월 말, 국내 거래소에 유럽 탄소배출권 ETF 출시 예정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는 15일 '탄소배출권 시장 메커니즘과 이슈 정리' 보고서를 통해 “연초 이후 탄소배출권 가격이 80% 이상 상승했다”면서 “대표적인 탄소배출권 ETF인 KRBN은 올해에만 6억5000만달러 (7600억원)규모의 자금이 유입됐으며, GRN은 2019년 상장 이후 자금 유출입액이 없었으나 올해 5400만달러(630억원) 유입을 기록했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탄소배출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한순간의 궁금증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국내 투자운용사들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국내 투자운용사들은 오는 9월 말, 국내 거래소에 유럽 탄소배출권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ETF는 탄소배출권 선물(ICE ECX Emission 2021, 2022)을 편입한 상품이다. 아직 낯설고 생소하지만,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유럽 탄소배출권 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탄소배출권 투자 상품에 관심 갖기 전, 탄소시장 내의 탄소배출권 거래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탄소배출권 거래 메커니즘을 알려면 할당량(allowance)과 크레딧(credit)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할당량은 의무 감축 주체별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 권리다. 의무 감축 주체는 기간 말 실제 배출량만큼의 할당량을 국가에 제출한다. 이때 제출한 할당량이 실제 배출량보다 적으면 부족분을 구매해야 하고, 제출한 할당량이 실제 배출량보다 많으면 잉여분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이런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 할당량 시장이다.
할당량 시장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크레딧 시장도 있다. 크레딧 시장은 할당량 시장에서 할당량과 같이 배출권으로 활용할 수 있는 크레딧(CDM, JI)을 공급한다.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같은 외부 프로젝트를 통해 감축한 배출량을 배출권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면 그만큼에 해당하는 크레딧을 발행해준다고 이해하면 쉽다.
탄소배출권 투기적 거래로 인한 가격 변동성 확대 주의해야
현재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은 할당배출권(EUA, European Union Allowance) 중심으로 거래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거래된 배출권 중 할당배출권이 차지하는 비중(거래대금 기준)은 9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에 반해, 크레딧배출권은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고, UN(국제연합)이 인증한 기관에서 공식 인증을 받아야 해 실제 거래되는 물량이 적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할당배출권은 주로 선물로 거래된다. 거래소 7곳에서 거래되는데, 총거래량의 80% 이상이 ECX(European Climate Exchange) 거래소를 통해 이뤄진다. 9월 말, 국내에 출시할 예정인 탄소배출권 ETF 역시 ECX에서 거래되는 할당배출권 선물을 보유한 상품이다.
탄소배출권 선물은 다른 원자재 선물과 달리, 연말 배출 실적 정산에 따라 12월물 위주로 거래된다. 보관 비용이 없기 때문에 롤오버(만기 채무상환 유예) 비용이 다른 원자재 선물보다 낮다. 따라서 탄소배출권 선물을 담고 있는 ETF는 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한편, 최근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투기적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탄소배출권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보고서는 "펀더멘탈 측면에서 보면 경기 회복과 천연가스 가격 상승, 친환경 규제 강화 등의 영향을 가격 상승요인으로 볼 수 있지만, 탄소배출 규제대상 기업들은 단기간 내 가파른 가격 상승에 대하여 배출권 시장 내 투기적 거래자들이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 Ⅱ)에 파생상품에 대한 포지션 보유 한도 제약 조건이 있지만, 탄소배출권 파생상품은 예외다. 다시 말해, 탄소배출권 파생상품은 포지션 보유 한도 제약 조건이 없으므로 투기적 거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와 같은 금융상품시장지침이 수정되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