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 워런버핏 지원 스타트업 ‘웨이스트퓨얼’에 지분 투자
덴마크의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A.P.Moller-Maersk)가 캘리포니아 소재의 청정에너지 스타트업인 ‘웨이스트퓨얼(WasteFuel)’ 지분 일부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웨이스트퓨얼은 입증된 독자 기술로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및 농업 폐기물을 항공, 해운, 차량에 사용 가능한 저탄소 연료 및 그린(Green) 메탄올로 전환하는 신생기업이다. 투자 귀재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후원을 받는 기업으로 최근 주목받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분 매수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에너지 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자사 전략의 일환”이라며 투자 목적을 밝혔다.
몰튼 보 크리스티안센(Morten Bo Christiansen) 머스크 탄소배출 감축 책임자는 “우리는 전세계의 녹색 연료가 대량으로 필요하다”며 “쓰레기를 바이오메탄올,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AF), 재생가능한 천연가스로 전환시키는 웨이스트퓨얼이 녹색 연료 분야의 선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분 매수 이유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더불어 그는 향후 웨이스트퓨얼과 구속력있는 청정에너지 구매를 약속하는 오프테이크 계약(off-take agreement)까지 머스크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웨이스트퓨얼이 주력 생산하는 그린 메탄올에 대해 “닭과 달걀의 문제에 놓여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그린 메탄올을 소비할 수요가 없기 때문에 아무도 생산하지 않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구매할 수 있는 그린 메탄올이 없기 때문에 이를 소비할 기업의 용기 또한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그린 메탄올은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에너지원이지만, 생산과 소비 모두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 영역에 있는 웨이스트퓨얼과 소비 영역에 있는 머스크의 역할이 그린 메탄올 사용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그는 이런 측면에서 “머스크가 더 많은 청정 에너지 신생 기업들을 인수할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웨이스트퓨얼이 바이오 재처리 공장을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2024년 첫번째 청정 연료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머스크는 한해 약 1200만톤의 연료를 소비하는데, 이는 전 세계가 하루동안 생산하는 석유의 양과 동일하다. 이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머스크는 연료의 친환경 전환에 무엇보다 힘을 쏟고 있다. 웨이스트퓨얼 지분 매수 추진에 앞서 지난달 24일 머스크는 현대중공업그룹에 14억달러(1조65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친환경선박인 메탄올연료추진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하기도 했다. 이 선박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머스크는 국제해수기구(IMO)에 화석 연료 선박의 신규 건조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소렌 스코우(Soren Skou) 머스크 CEO는 SNS를 통해 "유럽위원회(EC)가 2035년 내연 기관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며 “IMO는 해운의 탄소중립을 위한 야심찬 목표에 따라 화석 연료 선박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소중립이 핵심 아젠다로 부상하고,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2%를 해운업계가 차지하고 있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발표 등으로 외부 압력이 강해짐에 따라 머스크를 비롯한 해운업계는 청정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 빅3로 일컫는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2025년까지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AIP)를 한국선급으로부터 받았고, 삼성중공업도 노르웨이 선급 DNV로부터 ‘암모니아 레디’(향후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으로 개조 가능하도록 사전 설계된 선박) 초대형원유운반선 기본설계에 대한 AIP를 획득했다.
또한, 한국재료연구원(KIMS)은 지난 6일 현대중공업 등과 그린수소생산시스템 및 친환경기술 공동 개발에 대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바닷물을 이용해 수소를 만들어 선박 엔진용 연료로 사용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협약을 통해 해수를 이용한 수소생산시스템을 세계최초로 개발 및 상용화해 해운업계의 탈탄소화에 기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