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팜유회사 골든 아그리 리소스...ESG 평가 1위 이면에 삼림파괴 있었다

세계 2위 팜유회사 골든 아그리 리소스, 환경 및 지역사회 파괴 시인 문제 해결 미비와 공급망, ESG 워싱 논란

2021-09-17     송준호 editor

세계 2위 팜유회사가 ESG 평가 1위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팜유농장 파괴로 논란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16일(현지시각) 골든 아그리 리소스(Golden Agri Resources Ltd. 이하 골든 아그리)의 ESG 평가점수와 라이베리아 환경 및 지역사회 파괴 사이의 괴리를 문제로 지적하며, ESG 투자가 의미 있으려면 개발도상국에서 운영과 감독 강화가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골든 아그리 리소스는 지난 2월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팜유농장에서 숲을 파괴하고 지역주민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시인했다. 골든 아그리 리소스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산업계에서 환경, 사회 점수가 각각 1위, 4위다. 

 

환경 및 지역사회 파괴...개선 약속 안지켰다

골든 아그리 리소스는 지난 2월 계열사인 골든 베롤륨 라이베리아(Golden Veroleum Liberia, 이하 GVL) 사업부가 지구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한 곳을 파괴하고, 이에 대해 지역주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문제는 세계 3대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Friends of Earth)과 라이베리아 지속가능연구소가  HCSA(High Carbon Stock Approach)에 정식으로 항의하면서 불거졌다. 

HCSA는 10년 전 골든 아그리와 환경 단체들이 삼림벌채를 억제하고, 지역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열대우림에 대한 과학적 방법론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HCSA에 회원으로는 유니레버나 카길 같은 세계 최대 식품 생산회사가 있다. 

하지만 골든 아그리는 환경과 주민 권리 보호를 위해 한 약속을 준수하지 않았다.

환경 운동가들은 라이베리아 남부에 위치한 GVL의 농장 근처 마을 위아스 타운에 방문했는데, 붉은 흙길을 따라 100여 채의 무너져 가는 양철 지붕집을 목격했다. 마을 주민은 GVL이 직업과 수도관 같은 편의시설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나무를 자르고 농부들의 땅을 빼앗았고 상수원을 오염시켰다고 말했다.

위아스 마을 주민 러셀 쿠몬(67세)은 은퇴한 교사로 “GVL이 우리 동의도 얻지 않고 땅을 파괴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쿠몬은 기대했던 일자리가 실제로 제공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근처 마을 부타우에 사는 오셀로 자르토(48세) 전기기술자는 “팜유 회사가 수동 펌프를 하나만 지어서, 100명 이상의 사람이 이 펌프 하나로 물을 마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사에 취직한 지 1년만에 동료들과 함께 해고됐다. 그는 “소수만 고용되고 대다수는 실직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역 농장 근로자는 낮은 임금과 고된 노동 조건에 대해 불평했고, 일부는 한 달에 150달러를 받으며 일주일에 7일을 일한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팜유 구매 기업 공급망 문제... 유니레버, 네슬레 문제 제기

HSCA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골든 아그리가 ESG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팜유를 구매하는 유니레버, 네슬레, 카길, 크래프트 같은 거대 기업도 ESG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HCSA는 지난 2월 자체 조사 시스템을 활용해 평가를 내렸다. HCSA는 “평가 결과 GVL은 농지를 확보하고 사업을 수행하기 전에 지역사회의 충분한 동의 과정을 시행하지 않았고, 지역주민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HSCA는 "골든 아그리는 지역 사회 문제인 생물다양성을 위한 조림사업,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즉각 토지 개발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GVL은 9월 7일 블룸버그에 "이 사안은 우리가 한 ‘실수’이고 2월부터 토지개간을 멈췄다"고 전했다. GVL은 다만, 지역사회에서 제기된 많은 주장들은 부인했다.

 

ESG 평가 업계 1위지만...

환경 문제와 정보 투명성 문제 지적 

블룸버그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 문제의 핵심은 ESG 평가점수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ESG 평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은 기업이 직접 자료를 제출하고, 감사되지 않은 정보를 평가 기반 자료로 활용하고, 평가사 간 일관성이 부족하며, 영향보다는 기업 정책과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점이다.

농산업 환경 점수(좌), 농산업 사회 점수(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블룸버그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ESG 평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농업 생산업계의 ESG 점수는 낮다. 골든 아그리는 수년간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골든 아그리는 2019년 환경 부문에서 업계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2015년 0.9점에서 4점으로 상승한 값이다.  

골든 아그리는 환경 부문 평가 1위이지만, 주요 생산 농가가 있는 라이베리아의 환경 문제는 심각하다.

미국의 산림 감시 단체 세계산림감시(Global Forest Watch)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라이베리아 국토에서 나무가 차지하는 비율의 20%가 사라졌다. 나무가 사라지는 기간 동안 약 1기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 이 탄소배출량은 2억 1700만 대의 차가 1년에 내뿜는 온실가스양과 같다. 

세계은행은 지난 7월, 국제 사회가 생물다양성 파괴를 멈추지 않으면 2030년까지 매년 2조 7000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골든 아그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회사에 투자하고 있던 거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의 이름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뱅가드는 지난 8월까지 골든 아그리의 지분 1.3%를 보유했는데, 관계자는 투자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블랙록은 “골든 아그리 지분을 0.7% 정도만 보유하고 있고, 이 회사에 투자한 수많은 은행과 투자회사, 연기금 중에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블랙록은 HCSA의 2월 보고서를 참고해서 5월에 분기별 스튜어드십 보고서에서 싱가포르 상장 팜유 생산업체와 아프리카에 있는 자회사와 관련한 환경 사회적 논란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랙록은 관련 회사명을 밝히지 않아서 투자자들이 블랙록의 구체적인 주주활동 조처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