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으로 연간 700만 명 죽는다... WHO 대기오염 규제 新가이드라인 발표
WHO 16년 만에 새로운 대기 질 가이드라인, 이전 지침 규제의 약 2배 강화 환경단체 "대기오염은 정치적 의지가 관건"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최소 70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WHO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불리는 초미세먼지(tiny particle) 규제를 강화한 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의 글로벌 대기질 가이드라인(Global Air Quality Guidelines, AQGs)을 통해서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5년 발표 이후 16년만에 나왔다. AQGs는 입자 크기가 2.5㎛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 10㎛ 이하인 미세먼지(PM10)와 이산화질소(NO2) 등 6개 오염 물질에 대한 공기 질 수준을 제시하고 달성하도록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새로운 지침이 500개 이상의 연구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 동료 평가를 수행했으며 수십 명의 과학자가 5년 간 체계적으로 검토하여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전했다.
대기오염으로 연간 700만 명 사망...환경비용은 하루에 9조 원
WHO는 지난 2월 석탄, 석유를 포함한 화석연료를 연소하여 발생하는 대기오염이 2018년 전 세계적으로 870만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20%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WHO는 매년 평균 최소 700만 명의 조기 사망자(Early Death)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자는 화석연료 소비가 많은 국가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10명 중 한 명,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3명 중 한 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했다.
공해는 수명도 줄인다. 전 세계 인구 수명의 평균은 2년, 인도와 같이 오염이 심한 나라에서는 최대 6년이 감소, 흡연이나 교통사고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공해로 인해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대기오염은 인간 건강에 가장 큰 환경 위협이며, 공공보건 문제로 연간 수조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그린피스의 의뢰를 받아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2018년 대기오염의 경제와 보건 비용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환경 비용은 1년간 총 2조9000억달러(3417조9400억원)로 전 세계 GDP의 3.3%에 달하며, 하루에 약 80억달러(9조4288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새 가이드라인 지키면...대기오염 사망자 80% 살린다
WHO는 미세먼지를 연간 평균 15㎍/㎥, 24시간 기준으로 45㎍/㎥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초미세먼지는 2005년 기준보다 2배 강화한 연간 5㎍/㎥, 24시간 기준으로는 15㎍/㎥ 이하로 제한했다. 1㎍(마이크로그램)은 100만분의 1g으로, 성인남성 머리카락 1cm의 질량이 약 100㎍ 수준이다.
새 가이드라인 담당자인 세계보건기구 도로타 자로신스카 박사는 “이 지침은 매우 야심찬 공공보건 권고사항이며, 가이드라인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WHO가 세운 잠정목표는 대기 질 개선을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다만, 이 기준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해서 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새 지침 수준으로 오염 수준을 낮춘다면, PM2.5로 인한 수백만 명의 죽음의 80%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OECD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 오염농도 1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대기오염은 모든 국가에서 보건위협이며 이 지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각국이 관련 계획을 준비하는데 사용하는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환경시민단체는 대기오염을 줄일 도구는 다 마련됐고, 이제는 이를 실천할 정치적 의지가 필요한 때라며 입을 모았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아비나시 찬찰은 해외 미디어 가디언 인터뷰에서 “신재생에너지는 대기오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며 “이미 우리는 대기오염 위기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다 갖췄고, 현시점에서 대기오염을 해소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비영리 환경법률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ent Earth)는 “영국은 초미세먼지(PM2.5)와 이산화질소의 법정 오염 규제 수준이 WHO 가이드라인의 3배가 넘는데, 이는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대기오염에 노출된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2월 그린피스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도 대기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린피스는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AirVisual)이 출간한 ‘2019 세계 대기 질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 오염 농도 1위를 차지해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OECD 회원국 내 도시 중에서 초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각한 100대 도시에 한국 도시 61개가 포함됐는데, 2018년 조사에서는 44개였으나 2019년에는 17개가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인성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 일수가 지속적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