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국 기업 투자, ESG 트렌드와 상충"
중국의 연이은 자국 기업 규제로 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은 7월 당국으로부터 국가안보 규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이후 한 주당 16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주가가 7.96달러로 내려 앉았다. 디디추싱의 공동설립자이자 회장인 진 리우는 최근 동료들에게 "정부가 결국 디디추싱의 경영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전하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처럼 계속되는 중국의 민간 기업 규제를 공산당의 전략으로 분석하면서, 중국에 대한 투자를 ESG의 관점에서 고려해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대(對) 중국 투자, ESG 관점에서
WSJ는 사설을 통해 "중국에 대한 투자는 금융의 큰 추세인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투자와도 상충된다"면서 "ESG에 대한 약속이 중국에 대한 투자 증가와 일치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WSJ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는 위구르인을 대상으로 하는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생산했으며, 텐센트 소유의 위챗은 중국 정부를 대신해 사용자들을 검열하고 감시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중국 정부는 다수의 위구르인과 티베트인들을 위챗을 사용해 종교 자료를 공유한 혐의로 수감시킨 바 있다.
WSJ는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기업 투자는 윤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ESG에 대해 진지하다고 주장하는 모든 기업은 이러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썼다.
일례로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미국 엘리트들의 퇴직 기금을 관리하는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펀드는 알리바바에 44억 달러, 텐센트에 46억 달러, 중국 4대 국영은행에 20억 달러 씩을 투자하고 있다.
이와 관련 WSJ는 "뱅가드의 포트폴리오는 예외가 아니며, 보통의 미국인들은 자신의 연금 펀드 매니저가 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국 IT 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ESG ETF 상품, 중국 IT-금융 투자 비중 높아
한편 ESG와 대중국 투자가 상충된다는 WSJ의 주장과는 달리,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운영하는 ESG ETF는 중국 투자 비중이 높은 편으로 드러났다.
22일 기준 신흥국 시장을 대상으로한 블랙록의 ESG ETF 'iShares ESG Aware MSCI EM ETF'에서 중국 투자 비중은 31.1%에 달하며, 8월 31일 기준 뱅가드의 'ESG Emerging Markets All Cap Equity Index Fund'에서 중국 투자 비중은 39.6%를 기록하고 있다.
두가지 ETF의 시가 총액은 각각 68억 6000만달러, 17억 2000만달러로 합산하면 한화로 약 10조원이 넘는다. 또한 해당 ETF는 전체 산업 중 IT와 금융 부문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으며, IT와 금융 부문 투자액은 전체 투자액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밖에도 블랙록은 지난 달 일부 투자자들에게 중국 주식 할당을 3배 늘리라고 권고하기도 했으며,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 (CG.O)의 이규송 최고경영자(CEO)는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로이터 뉴스메이커 행사에서 ESG에 대한 비전을 언급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장기 투자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