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투자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2021-10-01     권혁주 editor

"친환경 투자는 친환경적이지 않다(Green investments aren’t green)." 지속가능목표 달성을 위한 ESG 투자가 실상 환경 파괴에 기여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의 핀테크 회사 유틸(Util)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ESG 펀드는 종합적으로 17개의 지속가능발전 목표 중 인권과 개발 분야에서는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환경 분야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29일 파이낸셜타임즈는 유틸(Util)의 보고서를 인용, "미흡한 ESG 측정 기준이 투자의 선한 영향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속가능한 펀드는 조금 덜 나쁘게 운영되고 있을 뿐

유틸은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투자 기업의 성과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펀드와 일반 펀드를 비교했다. 조사 결과 두 펀드 그룹의 '임팩트'는 비슷했다. 

17개의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기준으로 지속가능펀드는 100점 만점에 3점, 비지속성 펀드는 100점 만점에 평균 1점을 받았다. 지속가능한 펀드의 평균 수수료는 일반 펀드보다 43%가량 더 높았지만, 실질적인 목표 달성에는 2%p 더 높은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ESG 펀드의 상대적 강점이 아니라, 절대적인 영향력이었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 ESG 펀드는 깨끗한 물과 위생(SDG 6: Clean water & sanitation for all), 기후 행동(SDG 13: Climate action), 동물 보호(SDG 14: Life below water, SDG 15: Life on land) 등 다섯 가지 SDG 목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총 77종의 펀드 이름에 '친환경', '깨끗한', '기후' 또는 '지속가능한'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실제 환경 분야 목표 달성에 기여한 펀드는 4개뿐이었다. 보고서는 "여러분의 전략과 상관없이, 여러분의 자본이 환경 파괴에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영국 핀테크 기업 Util이 9월 발표한 'How SDG-aligned is ESG?' 보고서 갈무리.

 

문제는 데이터의 편향성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데이터의 편향성을 꼽았다. 대부분의 지속가능한 펀드가 기업 활동이 사회-환경적 목표 달성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력보다는, 기업이 스스로 보고한 데이터에 기반한 상대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ESG 투자가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평가하기 위해서는 영향 중심 데이터(impact-focused data)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와 전략을 투자자가 인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로 변환하는 것은 임팩트 투자 분야의 고질적인 어려움이다. 사회적 성과 지향적 ETF를 제공하는 임팩트 셰어(Impact Shares)의 최고 경영자인 에단 파월은 "우리의 직업은 모호함을 극복하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며 "많은 관리자들이 지적으로 자신들에게 정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이자 ETF 후원사 엔진 넘버원(Engine No. 1)의 최고 경영자 제니퍼 그랜시오는 "데이터 발전으로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중요한 임팩트를 더 쉽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며 "10년 전 데이터는 매우 엉성했지만 최근에는 대단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랜시오는 "투자 업계의 리스크와 수익 평가 작업이 분기별 손익계산서 분석으로 축소됐다"며 "엔진 넘버원(Engine No. 1)은 비록 단기적인 재정적 지표라도 향후 차이를 만들어 낼  장기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