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통합’ 라벨 떼는 자산운용사, SFDR 제대로 작동하나
그린워싱 규제 강화...모호한 'ESG 통합' 상품 라벨 제거하는 운용사 SFDR 규제에 자신감...ESG통합 상품 늘리는 자산운용사도 있다.
지난 3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가 발표되고,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일부가 자사 투자 상품에서 ESG 통합 라벨을 떼기 시작했다.
29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와 DWS 그룹은 공문서에서 ‘ESG 통합’이라는 용어 사용을 중단하거나, 투자자와 관계에서 ESG 통합에 대한 관련성을 낮추는 등 내부 변화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요 자산운용사가 그린워싱을 규제하는 EU의 공시 규정의 강화를 우려하여 발생하는 현상인 것으로 판단된다.
모닝스타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연구 책임자 호르텐세 비오이는 “통합이라는 용어가 ESG 자산을 추적하고 측정하는데 있어 해석하기가 어려우므로 환영할 일”이라며 “ESG통합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반드시 내린 후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통합 개념 모호...SFDR 규제 우려에 라벨 떼는 자산운용사
지속가능한 금융에 관한 규정을 담은 SFDR이 등장한 것은 지난 3월. 이는 지난해 35조 달러(4경 1580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ESG 투자 시장에 충격파를 주고 있다. 유럽 주요 자산운용사는 SFDR의 기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약 2조 달러(2376조 원)의 자산에서 ESG 라벨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ESG 통합(ESG Integration)은 기업의 재무 및 비재무(ESG) 정보를 리서치하고,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후 투사 의사를 결정하는 단계로 이뤄진다. 즉, 기존 기업 투자 방식에 ESG를 녹여내는 것을 ESG 통합이라고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체 ESG 자산 중에 'ESG 통합' 자산 비중이 지속해서 늘었다. 2016년 ESG 통합 자산 비중이 25.7%를 차지했는데, 2018년 31.8%, 2020년에는 43%로 점차 늘었다. 하지만 올 3월 SFDR의 등장으로, 이 증가 추세에 제동이 걸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5년간 유럽 주요 자산운용사가 발행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ESG통합 용어 사용량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엄격한 라벨링 적용으로 ESG 자산의 공식 집계가 향후 계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 ‘그린 워싱’ 관련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은 독일 자산운용사 DWS는 2020년말 ESG 통합 자산을 4590억 유로(632조 4561억 원)로 보고했다. SFDR이 도입된 후 올해 2분기에 ESG 통합 수치는 사라지고 ‘ESG 전용(dedicated)’ 수치가 등장했는데, 이마저도 지난해 말 940억 유로(129조 5226억 원)에서 700억 유로(96조 4530억 원)로 감소했다.
엄격한 내ㆍ외부 감사 기준...오히려 용어 사용 빈도 늘어
유럽의 거대 자산운용사 전체가 ESG 통합 용어 사용 빈도를 줄이고 있지는 않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그룹이 인수한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NN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올해 ESG 통합 용어 사용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NN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SFDR의 적용 전부터 모든 청구 내용을 외부 감사 대상에 부치는 엄격한 기준을 이미 도입해 왔다고 밝혔다. NN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SFDR의 규제 기준이 이미 내・외부 감사를 마친 ESG 통합 펀드, 지속가능성 및 임팩트 펀드와 잘 호환된다"고 설명했다. 이 자산운용사는 2023년까지 전체 운용 자산의 최소 80%에 ESG 통합 라벨을 달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이면 전 세계 ESG자산이 50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자산운용산업을 휩쓴 이 규제는 이제 ESG 투자 상품에서 유럽 시장을 앞지른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