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최대 연금투자기관 VBV그룹, "코로나 이후, ESG공시 강화될 것"
독일 2021년부터 톤당 10유로 탄소가격 도입, 2025년까지 35유로 인상 지속가능성 데이터 개선 작업 한창, 향후 ESG 데이터 중요해질 것
VBV그룹은 약 335억유로(46조원)의 연기금 펀드를 운영하는 오스트리아 최대 연기금 운영기관이다. 퇴직연금, 건강ㆍ복지기금 등 각 연금별 자산을 따로 운영하는데, 이중 연간 10억 유로(1조4000억원) 규모를 지속가능한 기업에 투자한다. 투자 가치는 약 1100만 유로(154억원)로 추정되며, 국가 내 2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효과와 비슷하다.
이곳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귄터 시엔들(Günther Schiendl)이 ESG 투자 관련 미디어 펀드 유럽(Fund Europe)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는 코로나19 이후의 투자 흐름, ESG투자의 향방 등이 담겼다. IMPACT ON은 그 중 일부를 요약, 발췌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기후 변화와 ESG를 어떻게 접근하는가?
EU는 유럽 투자자들이 기후 전략을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당장 1년 후인 2021년 4월 이와 같은 규제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유럽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중이다.
우리는 EU의 지속 가능한 금융 규제, 유엔 책임 투자 원칙(PRI), 기후 관련 금융 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등 여러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고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의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요소를 사업과 통합시키고 있다.
3년 전부터 투자 포트폴리오의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기 시작했고, 기후 목표와 전략을 마련했다. 2030년까지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나 지분 포트폴리오에 '기후중립적'이거나 '파리협약 준수'를 명시하는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모델, 지표, 통계를 개발해 2030년까지 파리 기후협약의 목표와 일치시켜 투자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이슈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GHG) 배출에 관해서는 범위(Scope)에 따른 배출량이 구분되는데, 자동차 생산자의 경우에는 'Scope1'(생산자 직접배출) 또는 'Scope2'(간접배출) 배출량 보다는 'Scope3'(고객들이 자동차를 이용함으로써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슈다.
ESG 데이터가 정성적인데, 데이터를 제대로 믿을 수 있는가?
지속 가능성 평가 기관, 데이터 및 지수 제공업체들은 '데이터'를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라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 대기업들도 유럽의 지속 가능성 평가기관인 부티크(boutiques)를 매수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자들이 데이터 기반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데이터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별 방법론과 데이터 출처가 다르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비교 가능한 데이터가 완성되기까지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이후의 방향을 궁금해한다. 코로나 이후 지속가능성 투자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었다. 기후변화도 이와 같을 것이다. 3년 내에 지속 가능한 투자나 ESG 원칙을 따르지 않는 투자자들은 없을 것이다. 전 세계 모든 투자자들이 ESG, 기후, 사회 전략 등을 각각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 투자자들은 산업계 지속가능성 표준이나 ESG 선두 기업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년 사이에는 ESG 중 사회(Social) 요소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후 변화의 사회적 함의는 더욱 가시화되고 중요해지고 있는데, 문제는 이를 어떻게 다루고 통합시킬 것인가이다. 기후 변화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어 내도록 할 것이다. 또한 목표별, 주제별, 임팩트별 투자를 통해 특정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노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학계에서는 이산화탄소 가격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우리는 결국 이산화탄소나 온실가스 배출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학자들은 이산화탄소 1톤의 공정한 가격은 100- 200유로(14만-28만원)라고 한다. 지난해 독일은 2021년부터 톤당 10유로(1만4000원)의 이산화탄소 가격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며, 2025년까지 35유로(4만8000원)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재무적 효과를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TCFD 규제는 상장기업들이 비재무적 성과를 점점 더 많이 보고하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도 여러 공시 지표들을 통해 비재무 정보는 재무 정보와 함께 투자 포트폴리오에 더 많이 공시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ESG 발전을 위한 핵심 사항은 무엇인가?
우리는 연기금 투자를 통해 대체 에너지, 신기술과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투자 전략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향후 연기금, 보험사, 투자 펀드는 2021년 4월부터 시행되는 ESG 공시규정에 맞출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경영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에게 의미 있는 ESG와 기후 보고를 제공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사회는 기존 재무 목표와 함께 고위 경영진에게 기후 및 ESG 목표를 인센티브로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