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넷제로 전환 안 하면 수익성 타격 심각"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유럽 경제 전반에 대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기업과 은행이 넷제로 전환 정책을 도입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게될 것으로 나타났다. 넷제로 전환에서 수익성에 영향을 줄 두 가지 기후 위험(Risk)은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정책도입이 지연되면, 이 두 위험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ECB 기후 로드맵의 첫 단계를 보여준다. ECB는 세 개의 기후 정책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전 세계 4백만 개 이상의 기업과 1600개 지역 은행을 대상으로 기후 영향력을 테스트했다.
넷제로 전환 정책 도입 늦을수록, 기후 위험 영향 커진다
물리적 위험 노출 커지면, 전환 비용도 늘어...
유럽중앙은행은 기후 위험의 영향력이 유럽 내 특정 지역과 부문에 집중되어 있으며, 유럽 기업과 은행들이 녹색 정책을 빠르게 채택할수록 기업의 에너지 효율 증대, 에너지 가격 인하 등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반대로 넷제로 경제로 전환하는 정책이 지연되면 극심한 물리적 피해를 초래해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 '핫하우스' 시나리오에 따라 모든 은행이 수익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고 경고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전환 정책 지연으로 20% 이상 대출 손실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유럽중앙은행은 물리적 위험에 많이 노출된 지역에 있는 기업의 기후 영향력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기후 위험의 하나인 물리적 위험은 홍수나 폭염 같은 자연재해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면, 이로 인해 예상되는 경제적 영향력을 의미한다.
또 다른 기후 위험은 전환 위험이다. 이는 특정 고배출 산업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는데 드는 높은 비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전환 위험이 기후위험이 심화될수록 이를 되돌리는 전환 비용이 증가하므로 전환정책 도입시기를 앞당기는게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예를 들어, 광업이나 전기와 같은 탄소 집약적인 산업은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한 비용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채무 불이행률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IPCC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처럼, 자연재해 발생 규모와 빈도가 증가하여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는 물리적 위험이 늘 것으로 예상되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환 비용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ECB 긴도스 부총재 "전환 정책으로 채무 불이행과 신용도 하락 막자"
ECB의 루이스 데 긴도스 부총재는 "녹색 경제로 전환하는 정책이 없다면, 물리적 위험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탄소 중립 경제 전환에 따른 비용과 자연재해의 영향력을 모두 완화할 수 있도록 초기에 정책을 도입해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는 기후 변화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은행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며 은행들이 기후 위험 노출을 줄이지 못할 경우 상당한 잠재적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유럽중앙은행은 2050년까지 유럽 은행들의 평균 기업 대출 포트폴리오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8%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기후 위험에 가장 취약한 포트폴리오들은 2020년 대비 2050년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최대 30%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은 대출, 담보 및 주식 보유를 통한 은행의 기후 위험에 대한 탄력성 평가를 포함해 일부 결과를 보완하고, 2022년 1분기에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유럽 시스템 대차대조표에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