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 "기업 탄소중립 실현 위해선 공급망 내 협력업체 관여 필수적"

2021-10-12     송선우 editor

탄소중립 목표을 수립하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 2년간 과학기반감축목표(SBTi)를 수립해 탄소배출 감축을 선언한 기업은 1700개 증가했고, '1.5℃를 위한 비즈니스 기후행동'에 가입해 기후변화대응 계획을 수립한 기업도 700개나 된다.

하지만, 단순 탄소중립계획 수립을 넘어 가시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행동을 요구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 수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탄소공개프로젝트(CDP) 또한, 기업의 scope3 배출 (공급망 내 간접배출)에 대한 개선 노력이 부족한 것을 지적하며 "기업이 수립한 탄소중립 목표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보여줘야 할 때" 라고 말하고 있다.

 

기업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배출, 직접 배출의 11.4배

산업별 직접탄소출 대비 공급망배출 비중. 소매업계의 경우 공급망의 탄소배출이 직접배출의 28.3배에 달한다/ CDP

CDP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기업 공급망 내 온실가스배출은 직접 배출의 11.4배에 달하며, 심한 경우, 기업 온실가스배출의 95%가 공급망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MSCI 글로벌지수(MSCI AWCS Index)에 포함된 약 9200여개의 기업 중 scope 3 배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 기업은 약 18%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CDP의 글로벌 본부장 소냐 본슬(Sonya Bhonsle)은 "많은 기업들이 높은 수준의 탄소중립 및 온실가스 배출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있지만, scope3 배출에 대한 정보 공개와 모니터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목표 달성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CDP는 "파리기후협약이 제시한 '1.5℃ 목표'(2050년까지 세계평균 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것)를 달성하기 위해선 공급망 내 온실가스배출 감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실제 CDP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급망 물품 구매가 높은 글로벌기업 125개의 납품업체들이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20% 높일 경우 약 10억톤 (브라질과 멕시코의 탄소배출을 합친 양)에 달하는 탄소배출 감축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125개 기업의 납품업체들 중 약 4%(292개 업체)만이 재생에너지 목표를 수립했기 때문에, 공급망 배출 감축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급망 온라인 환경 데이터 보고 플랫폼을 지원하는 CDP/ CDP



이에, CDP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CDP 공급망 (CDP Supply Chain) 프로그램을 수행중에 있다. 이들은 협력업체를 위해 환경 데이터 보고 가이드라인과 온라인 보고 플랫폼을 제공하며, 협력업체의 환경 데이터 공개 수준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관여 수준에 점수를 매긴다. 현재 약 200여개의 글로벌 기업과 1만5000여개의 협력업체들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공급망 온실가스 배출 감축 위해선 구매자의 역할이 핵심

문제는 공급망 내 대다수의 협력업체들이 온실가스 배출 모니터링 및 감축 전략 수립을 위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구매자가 직접 협력업체에 관여해서 이들의 탄소배출 데이터 측정방법, 전략 수립 및 감축 방안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급망 온실가스배출감축의 가장 핵심은 협력업체의 탄소배출감축 목표를 수립해서 외부에 공개하고, 이에 대한 진행도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Scope 3 배출을 측정하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공급망의 탄소배출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수의 구매자가 협력하여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출 감축의 비용절감 효과와 ESG이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납품업체의 입장에서는 단일 업체의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CDP의 조사결과, 단일 업체에게 온실가스배출 감축 요구를 받고 이에 응한 납품업체는 약 절반 정도에 불과했으나, 2개 이상의 업체가 이를 요구했을 때 응한 비율은 75%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 정책 입안자 등 또한 하도급업체들의 온실가스배출감축을 위한 유도책, 규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구매자는 온실가스배출감축이 단순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의 운영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CDP는 2020년 한해 동안 글로벌 기업의 협력업체들이 약 6억200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동안 약 330억달러(한화 40조원 상당)의 비용을 절감한 사실을 조명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절약, 생산공정 최적화 등을 통한 탄소배출 감축으로 최대 65%의 비용절감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 1차 협력업체에 대한 온실가스배출 감축 지원활동이 완료되었다면, 해당 업체가 2차, 3차 협력업체의 탄소배출 감축활동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공급망의 연쇄작용'이 이루어져,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 감축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DP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에 탄소배출 데이터를 보고하는 1차 협력업체 중 37%만이 2,3차 협력업체의 탄소배출감축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

소냐 본슬은 "탄소배출 감축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친환경 공급망 수립을 진지하게 고려해야만 할 것"이라며 "공급망에 대한 탄소감축 행동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탄소중립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탄소배출 관리를 촉구했다.